고층아파트 단지 사이에 위치한 대방종합사회복지관. 이 복지관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영구임대단지가 있는 곳이라 타 복지관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그 중에도 노인들과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다.

“where이 어떻게 해석됩니까. 장소를 나타내는 where 뒤에 they live라는 구가 따라오니까, 그렇죠. 그들이 사는 ‘곳’으로 해석이 되는 거예요. 알겠어요?”
한창 수업이 진행중인 주부대상 중급영어반. 형광펜과 가지각색 볼펜으로 빽빽이 필기해 더 이상 흰 공간이 보이지 않는 교과서. 억양 하나 강세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모두들 열심이다.

“요즘 아웃소싱(out-sourcing)이라던가 워크아웃(work-out) 등 외래어가 많이 사용되잖아요. 이런 거 일일이 아이들에게 물어보기도 그렇구, 예전에 다 못한 공부가 하고 싶었어요.”

이 강좌는 주로 4∼50대 주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등과정 교과서를 교재로 단어와 문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예전에는 15명 가까이 수업을 함께 했지만 IMF 이후로는 그 수가 반으로 줄었다. 다들 바쁜 시간 쪼개 나오는 것이지만, 나이를 잊은 향학열 때문일까. 일주일에 두 시간씩 두 번밖에 없는 강의가 많이 기다려진다고. 쉬는 시간도 없이 두 시간을 꽉 채운 수업에도 힘든 표정 하나 짓지 않는다.

“솔직히 학생들은 배움이 얼마나 귀하고 기쁜 것인지 모를거예요. 뒤늦게 공부를 하다보니까 배운다는 것이 즐거운 것이더라구요”
영어반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며 쑥스러워하는 양실비아씨(56). 그녀는 말 끝마다 공부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이제 횟수로 4년째 영어반을 다니고 있다는 한 분은 “그래도 나이가 있어서인지 수업 때는 다 알겠는데 뒤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려요.”라며 웃는다.

노년의 나이에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수업을 진행하는 장훈욱 선생님.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정년퇴임을 한 후 약 5년째 이 강좌를 맡고 있는 장선생님은 “주부들을 가르친다고 하면 뭔가 수업이 다를 거라 생각하는데 아니예요.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인데 다를 게 뭐가 있겠어요”라고 말하며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 말한다. 또한 조금 늦게 시작하는 것 뿐이지 그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라는 말도 덧붙인다.

“몸이 아픈 것만 장애가 아니예요. 살다보니 모른다는 것이 장애로 느껴지더라구요. 지금이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수능시험 한 번 보고 싶어요. 전문대라도 들어가는 게 꿈이라면 꿈이예요” 배움을 향한 열정으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것이 이 수업을 듣는 이들의 한결같은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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