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룰 가능성을 버리고 아버지를 향해 달려간 청년이 있다. ROTC(학생군사교육단) 46기 출신으로 올해 2월 임관한 최규오(사범대 체육교육과 03학번)소위다. 지난달 30일, 그는 오래전부터 꿈이었던 군인의 직을 버리고 아버지에게 간을 기증했다. 꿈을 밟아 올랐기에 더욱 높이 날 수 있었던 그를 만나보았다.

 최규오 소위에게 ‘군인’은 삶의 목표이자 희망이었다. 그는 대학생활 동안 ROTC에 복무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나갔다. “평소에는 술도 많이 먹고 생활도 불규칙적이었는데 ROTC를 하면서 하루하루가 알차졌어요.” 졸업 후 그는 6월 제30기계화보병사단에 소대장으로 배치되었다.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바쁘지만 평온했던 그의 일상에 불행은 갑작스레 닥쳐왔다. 훈련에 바빴던 최 소위에게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급박한 전화가 오고 그는 급히 외출을 허가 받아 병원으로 달려왔다. 간경화 말기 진단을 받은 아버지 앞에서 최 소위는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는 바로 간을 이식하겠다고 병원에 알렸다.

 간 이식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부자의 마음은 편할 리 없었다. 최규오 소위의 꿈인 ‘군인’은 사실상 멀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군인은 큰 수술을 받게 되면 전역 대상으로 분류된다.

 물론 지난해 8월 군 인사법이 개정되면서 심사를 통해 군 생활을 지속해 나갈 수는 있다. 그러나 대형 수술 후 뒤따르는 체력 약화 때문에 통과 여부는 알 수 없다. 통과하더라도 이후에 따르는 진급 심사도 문제이다. 장기간 군 복무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꿈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본인의 이식 외엔 다른 방법을 찾아 볼 수는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고 말한다. “학교 다닐 때부터 편찮으셔서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었어요. 가족 중 혈액형이 맞는 사람이 저 밖에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최 소위의 아버님은 위독한 그 상황까지 아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평소에도 불편했던 몸이었으니 치료만 받으면 될 거라 생각하셨다고. 그러나 의사 진단 결과 수술이 매우 다급한 상태였기에 어머니께서 급히 최 소위에게 연락을 하게 된 거라고 한다. 연락을 받은 순간의 심정을 묻자 최 소위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병원으로 달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수술 소식에 사람들은 말한다. ‘꿈을 포기했다’고. 하지만 그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꿈은 언제나 그의 앞에선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의 상황도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사람이었다. “예전엔 수술 후 복무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요새는 그렇지 않으니 괜찮아요. 심사만 통과하면 다시 군 복무를 할 수 있으니까요.”

 조심스레 장기간 복무가 힘들진 않을지 묻자, 그는 소탈하게 말했다.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봐야죠. 안되면 전공 따라 임용고시를 볼 수밖에 없지만. 굳이 안 좋게 생각하고 싶진 않아요”

 그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고민 없이 아버지를 위해 희생했으리라. 꿈의 포기가 아닌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 앞으로 그의 미래에는 밝은 빛만이 비추리라는 것을 감히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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