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 둘! 헛 둘!’ 매주 수요일 오후 때만 되면 2캠 중앙로에서 뛰어 다니는 학생들의 우렁찬 소리… 수업에 몰입하는 학생들은 자기자신의 몸과 싸우기 위해 눈에 힘을 주며 앞을 달려간다. 체육복차림으로 수업을 향하는 이들은 체육학과도 아니면서 긴장된 상태로 연습운동을 한다.
예술대 연극학과의 전공과목인 ‘기본연기’수업. 좁은 강의실에서 일방적인 지식전달과 달리 이 수업은 교수와 학생들이 같이 땀을 흘리며 그들만의 감정교류를 나눈다.

강의는 어느 누구라도 한번 본적이 있는 유인촌 교수가 직접 학생들과 간단한 기초운동을 한 뒤 넓다란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시작한다.
“자 쉬지 말고 뛰라구. 어서 어? 거기 빨리 안 뛰어?” 겉모습은 매우 자상할 것 같은 교수가 수업시간만 되면 매우 엄해진다. 더욱이 이 날은 KBS녹화 촬영날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발놀림은 더욱 더 빠르기만 하다.

보통 연기수업이라고 하면 텍스트 아니면 대본만을 들고 대사 외우기만 급급할거라는 선입관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수업은 힘들게 달리면서 기초체력의 몸익히기와 급한 경우에서의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매시간 장거리를 뛰어다닌다. 2캠퍼스와 안성시 지역을 쉬지 않고 뛰어다닐 땐 학생들은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 지치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인정없는 유교수의 엄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연기는 아무나 할 수 있지만 배우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우리는 이 극한 경우의 상황을 견디면서 짜증·분노를 느껴야 한다. 이는 머리 속만의 생각의 한계를 넘어선 감정의 표현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학생들은 눈을 부릅뜨며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유교수의 지시를 따르기 시작한다.

힘든 장거리질주가 끝나고 나면 유교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장소인 수상무대로 데리고 간다. “모두 편안한 자세로. 그만! 모두 자기가 생각하는 가장 추악한 자세로 움직인다. 시작!” 유교수는 시작과 그만을 반복하다 몇 명의 학생들에게 약간 무리하다 싶은 주문을 내린다. “자, 자네는 개의 흉내를 나타나게 연기하게 실시!” “자넨 까마귀, 또 자넨 분노를 외치는 사람…” 처음에는 주위에 있는 학생들이 이상한 듯이 여기며 호기심 있게 쳐다보지만 이내 학생들의 진지한 연기에 자기가 있을 곳이 아님을 알고 쑥스러운 듯 자리를 떠나버린다.

비록 일주일에 단 한 번뿐인 만남과 연극학과전공 성격상 많은 인원이 듣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수업을 듣는 학생만큼은 유교수의 세심한 지도로 오늘도 눈을 반짝거리며 ‘기본연기’라는 수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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