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1999년, 이곳은 나토 공습이 한창인 유고슬라비아의 한 시골마을이다. 느닷없는 공습에 불안하긴 하지만 밀란의 집은 평화롭다. 3시에 풀숲에서 만나자던 형 오나겐의 약속을 철썩 같이 믿고 숨바꼭질 놀이를 하고 있던 밀란은 덫에 걸려 낙오된 미군조종사를 만나 그의 목숨을 구해준다. 한편 친구 집에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 오나겐은 버스가 공습 대상이 되면서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된다. 그러나 또다시 시작된 공습으로 발전소가 폭파되면서 의료기기가 중단되고, 결국 오나겐은 목숨을 잃는다.


국내 유일한 국제단편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이하 ASIFF)’의 국제경쟁부문 ‘국제경쟁3’의 상영작 ‘밀란’의 줄거리다. 지난 6일 개막해 올해로 6번째를 맞는 ASIFF는 세계 최초의 기내영화제에서 출발해 대중들에게 단편영화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69개국 1743편의 작품이 출품된 이번 2008 ASIFF는 국제경쟁 부문과 특별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터널’, ‘노던 하이웨이’, ‘농부와 딸’ 등 총 6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국제경쟁3’에서는 이스라엘, 프랑스, 멕시코, 한국, 캐나다 등 6개국 개성 있는 신인 감독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모드 알피 감독의 ‘농부와 딸’은 큰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알래스카에 살고 있다고 믿고 싶어 하는 농부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작은 딸 뤼디빈의 복잡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담고 있다. 어느 날 비료 회사사원이자 큰딸의 동창인 마리 앙쥬의 갑작스런 방문으로 인해 농부와 뤼디빈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뤼디빈은 마리에게 “언니는 알래스카에 살고 있다”며 아버지의 공상에 동참한다.


반면 루벤 호조 아우라 감독의 ‘노던 하이웨이’는 가족을 소재로 삼고 있긴 하지만 결론은 전혀 다르다. 가난에 시달리며 멕시코 어느 고속도로 곁에서 동물을 팔고 있는 한 가족. 끼니를 이어가기도 힘든 가난에 어머니는 ‘자신을 호강시켜 줄 것’이라며 예뻐하던 어린 딸을 지나가던 행인에게 팔아버린다. 여동생이 팔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뱉는 아들의 한마디 “팔자 좋네”는 노던 하이웨이’ 최고의 명대사다.
이밖에도 ASIFF 국제경쟁부문에서는 외로운 로봇의 친구 만들기 과정을 다룬 ‘오토모토’, 폭발로 매몰된 터널 밖으로 나가기 위해 친구가 되어 버린 적군 두 사람의 이야기 ‘터널’ 등 신인 감독들의 톡톡 튀는 시선으로 가득한 완성도 높은 단편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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