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부가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 7일 경기도 용인 명지대 학생체육관에서 펼쳐진 제45회 전국대학농구 제2차 연맹전 결선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중앙대가 명지대를 65대 52로 제압하고 우승트로피를 차지했다. 이로써 중앙대는 2006년 11월 같은 대회 준결승에서 연세대에 패한 이후 51연승을 포함, 8개 대회를 전승으로 석권해 명실상부한 대학농구의 최강자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농구부의 시작은 1953년이었다. 그러나 1956년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한 이후 선수부족으로 창단 3년 만에 해체됐고 농구부는 1967년 재창단 되어 활발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1970년대 초반 농구부는 최인선(전 기아 엔터프라이즈 감독, 사범대 체육교육과 69학번) 선수를 중심으로 대학연맹전에서 강호 연세대와 고려대를 꺾고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신흥 강호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앙대는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해 보는 이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번번이 우승의 문턱에서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경희대 등에 밀려 우승의 문턱에서 떨어진 것이다. 이 무렵 중앙대 농구부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감독이 등장한다. 바로 ‘코트의 후세인’으로 불리운 정봉섭 감독이 1979년에 정식 부임한 것이다.

정봉섭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선수수급 능력이었다. 그는 선수발굴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중앙대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선수가 있으면 모든 정성을 기울여 반드시 데려오는 것이 그의 성격이었다. 정봉섭 감독이 허재(현 KCC 감독, 사범대 체육교육과 84학번)의 아버지와 함께 오랜 기간 낚시를 다니면서 스카우트에 성공한 일화는 유명하다. 낚시로 허재를 낚은 것이다.

허재, 강동희(사범대 체육교육학과 86학번), 김유택(사범대 체육교육학과 83학번). 이른바 ‘허동택’이라고 불리웠던 황금멤버를 주축으로 중앙대는 대학농구 무대의 최정상을 차지한다. 1986년 대학팀 사상 최초의 농구대잔치 준우승은 허동택 트리오가 만든 결과물이었다. 당시의 농구대잔치는 대학과 실업팀이 모두 출전하는 국내 최고의 무대였다. 비록 이충희 선수가 이끄는 현대농구단에 져 아깝게 우승을 놓치긴 했지만 당시의 준우승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농구부의 제2 전성기는 1998년 현재 프로무대 최고의 선수 김주성이 입학하면서 시작됐다.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하면서 대학농구의 인기가 다소 사그러든 상태였지만, ‘김주성의 중앙대’는 송영진(사회대 상경학부 97학번), 황진원(사회대 상경학부 97학번) 등 현재 프로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주전급 선수들과 어우러져 허동택 트리오가 이끌었던 농구부의 전성기를 이어갔다.

현재 농구부는 제3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대학농구의 판도는 ‘중앙대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강병현(인천 전자랜드, 체육대 사회체육학부 04학번), 윤호영(원주 동부, 체육대 사회체육학부 04학번)을 중심으로 상무가 출전하는 ‘농구대잔치’까지 전승 우승하면서 대회 5관왕과 38연승 기록까지 거머쥐었다. 지난해 농구부의 무패행진은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강병현-박성진-윤호영-오세근으로 이어지는 최강의 공격라인을 자랑하는 중앙대는 딱히 흠잡을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그러나 올해 초 핵심선수인 강병현 선수와 윤호영 선수가 졸업하면서 올해도 무패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확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중앙대는 2008년에도 천하무적이었다. 박성진과 국가대표 오세근의 활약은 전에 없이 강력했고, 강병현-윤호영의 공백을 박진수, 안재욱, 차지우, 김선형, 함누리, 최현민 선수 등이 골고루 채워 주었고 지난해 부상으로 1년간 공백기간을 가져야만 했던 유종현 선수(체육대 사회체육학부 3)가 올해 복귀함으로써 오세근 선수와 트윈타워를 형성해 고공농구를 구사했다.

중앙대 농구부는 현재 약점이 없다. 선수층도 두텁다. 내년에는 올 한해 부상으로 빠져있던 박유민 선수(체육대 사회체육학부 2)도 돌아와 팀에 가세한다. 올해 1학년인 정태운, 박병우, 최현민, 이동하 선수는 비록 큰 활약은 하지 못했지만 차차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중앙대의 전성기가 ‘허동택의 중앙대’, ‘김주성의 중앙대’였다면, 현재 중앙대 농구부는 ‘모두의 중앙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에이스에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 농구는 다섯 명이 함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굴러가며 풀어나가는 경기이기 때문”이라는 김상준 감독의 말처럼 제3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중앙대 농구부 선수들은 모두가 에이스다.

김동찬 기자 ejdckdl@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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