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부가 제45회 전국대학농구 2차연맹전에서 7전 전승으로 우승, 2006년 11월 이후 51연승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농구의 새역사를 쓰고 있다. 중대신문에서는 지난 6일 50연승을 기록한 고려대전 경기 모습을 담아봤다. 이어 제3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중앙대 농구부의 역사와 중앙대 농구부를 이끌고 있는 김상준 감독 및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지난 6일 경기도 용인 명지대체육관에서는 제45회 전국대학농구 제2차 연맹전 남자부 대회 6강 리그 2차전 중앙대와 고려대의 경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중앙대는 전날 성균관대를 94대 72의 큰 점수 차로 가볍게 누르고 49연승 기록을 달성한 상태에서 2차전을 맞이했다.

비록 전날 경기에서 크게 이긴 상태였지만, 몸을 푸는 그들에게서 사뭇 긴장된 표정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아마도 50연승의 제물이 될 상대가 전통적으로 대학농구의 강자이자, 그동안 49연승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던 고려대였기 때문이었을까.

기선제압을 시작한 것은 고려대였다. 중앙대 선수들의 기를 죽이기 위해 기합을 넣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앙대 선수들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선수들은 오히려 시원시원한 슬램덩크를 구사하며 승리를 위한 각오를 다졌다. 명지대로 원정을 온 중앙대 응원단은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환호성을 지르며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됐다. 김선형 선수(체육대 사회체육학부 2)가 2점 점프슛으로 가뿐하게 선취득점을 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상대는 역시 전통강호 고려대였다. 그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중앙대가 골을 넣으면 고려대가 바로 따라 붙으면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이어졌다. 1쿼터 남은 시간 3분 3초, 고려대의 속공을 중앙대 안재욱 선수(체육대 사회체육학부 3)가 가로채기 해 빠르게 역습을 감행했고, 뒤 따라오던 오세근 선수(사범대 체육교육과 2)에게 재치 있는 백패스로 공을 넘겼다. 이어 오세근 선수가 강력한 투 핸드 덩크를 시도했다. 그러나 마음이 급했던 나머지 아쉽게도 골은 들어가지 않았다. 1쿼터 종료 직전, 안재욱 선수의 3점 슛이 림에 깨끗하게 빨려 들어가면서 23대 19로 앞선 채 종료됐다.

2쿼터는 순조로웠다. 중앙대의 공격은 물 흐르듯이 이어졌다. 오히려 고려대의 공격이 번번이 불발이었다. 중앙대 선수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확실한 리바운드로 속공을 시도했다. 4점차였던 점수는 어느새 15점으로 벌어졌다. 그러나 중앙대 선수들은 자만하지 않았다. 김선형 선수는 수비가 잘 안되고 있다며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순조로웠던 2쿼터는 결국 46대 21로 중앙대가 월등히 앞선 채 종료됐다.

전반 종료 후 하프타임, 극심한 전력차이를 깨달아서일까. 고려대 벤치 쪽 선수들의 모습이 왠지 주눅 들어 보였다. 15점이라는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지만 중앙대 선수단 및 김상준 감독은 진지한 모습으로 ‘파이팅’을 외쳤다.

순조롭게 끝날 줄만 알았던 3쿼터, 중앙대 농구팀에 위기가 찾아왔다. 고려대의 거센 추격이 시작된 것이다. 고려대 선수들의 빠른 속공에 중앙대의 수비가 조금씩 흔들렸고, 그 흐름을 놓치지 않고 고려대가 맹추격해왔다. 중앙대는 3쿼터 시작 이후 무려 5분 동안 단 1점도 득점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고려대는 5분 동안 12점을 뽑아내며 그들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고려대 선수가 3점 슛을 성공하면서 점수가 46대 43으로 3점차까지 쫓기게 되자 관중들은 탄식을 자아냈고, 선수들도 진땀을 흘렸다.

그러나 보고만 있을 중앙대 선수들이 아니었다. 위기의 순간 김선형 선수는 3점 슛 성공으로 고려대의 맹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어 안재욱 선수가 수비 지역에서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과 상대선수 파울로 얻은 추가 자유투까지 성공시키면서 점수 차를 다시 벌렸다. 응원단 또한 환호성과 함께 ‘중앙대 50연승 파이팅!’을 연신 외치며 선수들의 승리에 힘을 실어 주었다.

중앙대는 이어진 4쿼터에 골밑의 최강자 오세근 선수의 타점 높은 강력한 공격을 필두로 박성진, 안재욱, 김선형으로 이어지는 가드진의 빠른 발과 운영 능력이 더해진 막강 공격력을 과시했다. 점수는 81대 61로 20점 차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경기 종료 21초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려대 임정명 감독은 심판이 편파판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거센 항의를 했고, 고려대 5번 김태주 선수는 경기 도중 흥분하여 안재욱 선수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이에 주심은 고려대 감독 및 김태주 선수에게 연속 네 번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했고 안재욱 선수가 자유투 8개를 연속으로 던지는 보기 힘든 풍경이 연출됐다.

결국 경기는 86대 61로 종료됐다. 고려대는 중앙대의 50연승 신기록을 달성하는데 재물이 됐다. 이번 승리는 과거 49연승의 연승기록의 주인공이었던 고려대를 꺾은 것이어서 더 의미 있는 경기였다.

경기 종료 후 50연승이라는 대기록 때문이었는지 방송사, 일간지, 주간지 기자 가리지 않고 김상준 감독과 오세근 선수를 놓고 치열한 취재 경쟁을 벌였다. 중앙대의 50연승 신기록을 기념하는 사진촬영 시간. 선수들은 기자뿐만 아니라 팬들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김상준 감독 이하 중앙대 농구부의 얼굴에는 웃음이 만발했다. 대한민국 농구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중심에 중앙대 농구부가 있기 때문이다. 일정을 마치고 경기장을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에서 대회 우승과 연승가도를 이어가기 위한 비장한 각오와 대학 최강 농구부의 패기가 느껴졌다.
 

김동찬 기자 ejdckdl@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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