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풀어 낸 경쾌하고 복잡한 삶의 희노애락<프랑스 누보로망 누보시네마 특별전>●상영관: 서울아트시네마●상영일시: 11/9 까지●홈페이지: www.cinematheque.seoul.kr


한 남자와 여자가 있다. 어디론가 바쁘게 가고 있던 두 남녀는 눈이 마주치자 살갑게 인사를 나눈다. 한참 안부를 주고받던 중 남자가 여자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저기요, 이름이 어떻게 돼요?”


서로 어떻게 아는지도 모른 채 인사를 나누는 남녀의 다소 쌩뚱 맞은 만남으로 시작하는 영화 ‘우리들은 그 노래를 알고 있다’는 두 시간 내내 특유의 유머와 재치로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샹송 대사의 절묘한 타이밍, 주인공들의 독특한 말투와 시선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묘한 웃음을 유발한다.


주로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비추어 내면서 영화와 세계와의 관계를 고찰하는 알렝 레네 감독의 ‘우리들은 그 노래를 알고 있다’는 샹송을 대화로 구성한 파격을 시도한 감독의 두 번째 뮤지컬 영화다.


박사 논문을 준비하며 관광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까미유는 관광객으로 온 시몽과 만나고, 시몽은 곧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까미유는 언니인 오딜의 부동산중개업자 마크와 첫 만남에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알고 보니 라디오 구성작가이자 마크의 부하직원이었던 시몽은 두 연인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진다. 한편 답답하긴 하지만 자신의 말이라면 거스르지 않는 남편을 사랑하는 커리어우먼인 오딜은 남편이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영화 첫 장면에서 까미유와 어색한 만남을 가졌던 오딜의 옛 애인 니콜라는 그녀의 주변을 계속 맴돈다.


다 합쳐봐야 여섯 명에 불과한 주인공들의 관계도는 머리가 아플 정도로 복잡하다. 영화는 이 복잡한 관계들을 하나하나 들추어내면서 서로 속고 속이지만 결국 사랑에 웃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재치 있게 담아낸다. ‘우리들은 그 노래를 알고 있다’의 ‘재치’를 만들어 내는 것은 바로 샹송으로 이루어진 대사들이다.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아파하는 삶의 모든 희노애락을 노래로 극복하는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두 시간동안 ‘공감’을 경험하게 된다.


오는 9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진행되는 ‘프랑스 누보로망, 누보시네마 특별전’에서는 알렝 레네와 같은 프랑스 누보로망 시기 감독들의 영화가 상영된다. 1965~60년대 파리를 중심으로 프랑스 문학사에 일어난 ‘누보로망(nouveau roman)’운동은 전통적인 소설 형식을 부정하고 자연발생적인 충동과 기억을 새로운 형식을 통해 재현하려고 했던 시도를 말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알렝 레네 외에도 마르그리트 뒤라스, 알랭 로브그리예 등 누보로망을 이끌었던 감독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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