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타족: 일정한 직업을 정하지 않고 2~3개의 겹치기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젊은 사람. 'free'와 'arbeit'의 일본식 조어.

 

한없이 자유로운, 현실과 동떨어진 존재인 듯한 프리타족. 그러나 그 실상은 ‘비정규직노동자’일 뿐이다. ‘조난프리타’는 프리타족인 감독 자신의 일상을 담담하고 묵묵하게 그려낸 다큐멘터리다. 주인공의 시선, 몸짓, 손짓을 따라 움직이는 카메라의 앵글은 프리타족의 삶을 반증하듯 불안하기 그지없다.


캐논 공장에서 잉크 뚜껑을 닫는 ‘잘 훈련된 오랑우탄이라도 할 수 있는’ 단순노동을 하고 있는 히로키 이와부치. ‘잡지사 취직’이 단 하나의 희망이지만 대학 졸업 후 2년 째 ‘정보수집중’ 이다. 도쿄 구경길에 아주 우연하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거리 집회에 참석한 그는 이를 계기로 고용불안을 다룬 TV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저 ‘지겹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매스컴과 사회는 나를 패배자, 그리고 노예라 한다. 나는 누구에게 진 것인가?”


지난 20일부터 오는 2일까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일본 다큐멘터리 특별전’에는 ‘조난프리타’와 같이 일본의 다양한 모습을 포착한 19편의 다큐멘터리가 준비되어 있다. ‘삶’과 ‘예술’, ‘사회’의 세 부문으로 나뉜 이번 특별전에서는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독특한 시선을 만나볼 수 있다.   


고용불안을 문제 삼고, 사회의 ‘패배자’에게 인정의 시선을 보내지만 히로키를 꼭두각시 삼아 방송을 만든 것은 결국 ‘승리자’ NHK의 프로듀서 히로세. ‘조난프리타’가 가져다주는 의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방송 직전 찾아온 히로세씨는 “나도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히로키는 반문한다.


“‘승리자’도 그만두고 싶다? 그렇다면 누가 이기고 누가 진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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