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그림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모아(MoA)에서 열리고 있는 ‘인도 현대 미술-일상에서 상상까지 전(展)’은 인도의 깊고 풍부한 철학과 종교의 오랜역사를 ‘그림’이라는 텍스트로 보여주고 있다. 현대미술이지만 고유한 인도 문화의 끈을 놓지 않은 것도 인상적이다. 전시장 대부분의 그림에서는 인도 특유의 화려하고 섬세한 색감과 장식적 요소를 감상할 수 있다.


비슷해 보여도 작품마다 작가의 개성이 뚜렷하다. 투명 아크릴판에 그림을 그려 그 뒷면에 비치는 면을 전시한 작품이 있다. 리버스 페인팅(Reverse Painting)이라는 독특한 기법을 사용한 이 작가는 수브라 마니안. 인도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작가다.


네루와 같은 유명인을 그린 그림이 있는 반면 신화적 요소가 가미된 몽환적 그림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네루의 초상을 그린 inf 후세인은 인도현대미술가들 중 국제적 인지도가 가장 높은 작가다. 반은 현실세계를, 반은 환상의 세계를 그려 넣은 라마찬트란의 그림은 ‘읽는’ 재미가 있다. 전시회의 주제처럼 그야 말로 인도의 일상에서 상상까지를 그림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왜 위대한 아시아 화가는 없는가’라는 의문을 가졌을 테고, 아직 아시아 미술과 작가들이 생소하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도 현대 미술-일상에서 상상까지 전’과 같은 아시아 미술과 관련한 전시회가 많이 기획되고 있다. 그에 따라 아시아 미술시장의 규모도 급속히 성장했다. 미술시장에서 가장 큰 성장을 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예술의 나라’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과 영국에 이은 세계 3위 수준의 미술시장으로 성장했다. 대부분 ‘급성장’이라고 하지만 중국미술시장의 성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중국정부는 아주 오래전부터 미술시장에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해왔다. 베이징만 해도 문화특구가 11곳. 문화특구 내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작업실을 임대 할수 있고 마음 놓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 두터운 국가의 인프라 구축과 자국에서의 ‘화가’라는 높은 위상도 중국작가들이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데 있어 한 몫을 한다.


인도현대미술도 국제비엔날레와 아트페어 등에서 주목받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세계 미술시장에서 급부상한 중국 이후 인도현대미술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인도 또한 경제발전과 함께 컬렉터 층이 확대되었고, 국제 미술시장에서도 아시아 미술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인도미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전통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독특한 화풍을 발달시킨 중국과 인도의 현대미술은 영국 yBa(young British artists), 독일 라이프치히와 더불어 세계 미술계를 이끄는 4대천황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러한 숨가쁜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퍼블릭 아트’ 홍경한 편집장은 “서구중심에서 제3의 미술세계로까지 넓어진 시각, 아시아 신흥 재벌들의 미술품 구입에 대한 관점으로의 비교적 밝은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동서를 막론한 자본력의 그림자는 씁쓸하다. 30조가 넘어설 정도로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있는 글로벌 미술시장의 거래량이나 80% 이상의 낙찰률을 보이며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는 옥션, 수없이 명멸하는 아트페어, 제 기능을 못하는 비엔날레들을 보면 현재의 세계미술시장은 자본과의 관계를 거부하고 있지 않음을 파악하게 된다”며 시장에서 잘 팔리는 작가들이 문화적 관점에서 인류에게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한다.


이제 막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아시아 미술. 아시아 미술 성장의 발판이 경제발전이었다면 유구한 전통이 녹아있는 작품 자체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선 치러야 할 그만큼의 성장통이 있으며 극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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