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6개 대학 학보사 연합기획에서 등록금 관련 전문가들과 등록금 문제 해법과 실현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각 전문가들은 등록금 후불제, 등록금 상한선제, 소득에 따른 차등 적용과 같이 외국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등록금 관련 제도들의 도입 가능성 등 구체적인 등록금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좌담회는 지난 달 22일 오후 2시 연세대 사회교육원 회의실에서 열렸으며 좌담회 참석자는 최순영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본부장),이상도 사학진흥재단 전문위원, 황희란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이다.

1. 등록금 1000만원 시대로 돌입하면서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사회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 최순영(이하 최): 올해도 대학 등록금이 어김없이 높게 책정되었다. 지난해부터는 국립대 역시 법인화로 등록금이 큰 폭으로 인상됐다. 이제 등록금 부담은 학생 개인이 아닌 전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이다. 또한 로스쿨 시행으로 전문 의대 못지않게 비싼 학비가 들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돈이 없으면 의대나 법대는 갈 수 없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한국 사회에서 교육의 양극화는 사회의 양극화를 낳고 세습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제는 학생들이 거리로 나오지 않고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사람이 나서서 등록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 김남근(이하 김): 정부가 최소한의 개입만 하고 시장에 맡겼던 19세기에는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 통합을 크게 저해하고 약자들의 피해가 극대화됐다. 20세기에 들어 대부분의 국가들이 시장원리에 따른 자율에 맡기지 않고 사회국가 원리를 도입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교육 받을 권리를 보장 받게 된 것이다.
유럽에서는 교육 공공성의 원칙에 의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여러 교육제도들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 스웨덴과 같이 대학 등록금이 무상인 나라도 많다. 프랑스는 대학 등록금을 7~80만원의 실경비만을 받는 정책을 시행한다.

영미 계통의 나라(영국, 미국 , 호주 등)는 신자유주의 국가 원리로 학비가 비싼 게 사실이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록금 후불제, 상한제와 같은 대안제도를 동시에 시행한다. 즉 등록금 문제를 대학 당국에 맡기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 이상도(이하 이): 미국은 등록금이 완전 다율화 되어서 높지만 대학이 수익사업으로 수익을 많이 창출하고 있고, 기부문화도 발달되어 대학이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그에 비해 국내 대학은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높게 등록금 인상을 하면서 학생에 대한 배려가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최근 교육부는 대학에서 적립금을 재원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즉 적립금의 1/2정도를 수익 사업에 투자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법적 토대가 조성되어 있다. 그 밖에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기 위해 대학의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2. 대학은 등록금을 책정할 때 항상 지출보다 예산을 높게 설정하는데.

◆ 최: 그러한 결과로 해마다 적립금이 엄청나게 늘어나 7조원 가까이 쌓였다. 대학은 나름의 어려움이 있고 발전을 위해 적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목적이 불분명한 ‘묻지마 적립금’은 문제가 있고, 어느 정도 상한선을 만들어야 한다. 학교 건물을 짓는 데 주로 적립금이 쓰이고 있는데 학생에게 바로 혜택이 가지 않는 적립금 사용은 문제가 있다.

◆ 황희란(이하 황): 장기적 발전 측면에서 봤을 때 대학의 적립금도 필요하다. 문제는 적립금, 예비금이 한도 초과하는 것이다. 대학은 주로 교육환경개선을 명목으로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고, 이에 학생들은 양보, 합의하지만 실제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학은 등록금 합의를 위해서 학생들에게 개방적으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약자의 입장에서 인상에 대해 일방적인 통보가 대부분이고, 자료공개가 불가능해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이라고 수긍할 수 없다. 당장 학생들이 교육을 받지 못할 정도로 등록금이 인상된 상황에서 적립금은 누구를 위한 장기적 전망인가? 그 장기적 전망에 대학 구성원들이 모두 합의를 했는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비합리적, 비민주적 예산편성이라고 볼 수 있다.

◆ 김: 적립금의 증가율이 1년에 10%에 가까웠을 때도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대학이 적립금을 의도적으로 쌓은 것으로 보인다. 적립금으로 장학금, 학생복지 등이 아닌 주로 건축물이나 부동산을 구입한다는 것은 등록금 사용의 정당성의 문제도 있다. 이러한 사용에 대해 사전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등록금의 수입과 지출 항목이 개별적으로 검토될 수 있도록 등록금을 독립적으로 회계처리 하는 법률 재정이 필요하다. 만일 재단이 사정이 어려워서 등록금 회계에서 자금을 가져간다면 다시 되갚아서 보충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 이: 등록금 재원으로 구입한 재산은 법인에서 자산으로 취득 못하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회계 기준을 정리하여 복식표기를 하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일본에서는 공인회계사와 같은 전문가들이 회계 기준 변경에 대거 참여하여 학교 회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앞으로는 대학이 산출 기준을 확실하게 제시하는 등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절차를 거쳐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학생의 교육권이 위태로운 시점에서 목적성  적립금을 헐어서 학생을 위해 쓰는 것이 불가능한 것인가.

◆ 이: 적립금은 특정 목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학의 장기 발전계획에 대해서 예산을 한꺼번에 모을 수 없다. 그래서 1년에 일정 금액을 설정해서 5년 뒤에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용도 이외에는 쓸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적립금이 만들어졌다. 목적을 알 수 없는 묻지마 적립금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특정 목적 적립금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관리돼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묻지마 적립 대신 펀드매니저 및, 기부자 등으로 구성된 투자 위원회를 결성하여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다. 창출된 수익들은 원금은 쓰지 않고 적립하되 거기서 파생되는 수익을 사용한다거나, 수익금의 2/3은 적립하고 1/3은 학생을 위해서 쓰는 등 학교 발전과 학생 지원에 쓰일 수 있도록 구성원과 합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 황: 목적이 불분명한 묻지마 적립금도 문제지만 건축 적립과 같은 목적적립금도 문제가 된다. 목적적립금의 재원이 기부금과 같은 외부 수입이 아닌 학생들의 등록금이기 때문이다. 법인이 아닌 학교 소유로 건축을 한다고 하더라도, 건축 설립을 이유로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납득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하버드 대학 1년 기부금 총액이 30조원으로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한 기부금으로 적립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적립을 위해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잘못됐다. 즉 등록금 재원만으로 해결해선 제도를 어떻게 바꾸든지 또 다른 문제를 파생시킬 수 있다. 별도의 재원으로 적립금을 충당한다든지 합리적인 방법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 김: 구체적으로 2006년 기준 적립 누계율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건축 적립금이 40.7%를 차지하고 있다. 보편적으로 정당성이 인정되는 연구 적립금은 8.8%, 장학 적립금은 6.6%다. 그 이외 묻지마 적립금을 포함, 용도가 불분명한 적립금 비율이 42.5%다. 사회적으로 합의가 어려운 부분으로 등록금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는데, 법의 위임이 없이 교육부 장관의 시행 규칙, 행정 기관의 행정 지침에 의해서 회계 기준이 정해지고 있다. 건축이나 용도가 불분명한 부분에 있어서 적립금을 많이 쌓지 못하도록 등록금 지출 용도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 이: 사립학교 법에서는 학교가 취득하는 건물 취득세는 법인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 되어 있다. 그러나 법인이 부실해 등록금 재원이 아니면 꼼짝 못하는 지방 대학들이 상당히 많다. 처음 학교에서 취득하는 건물 취득세는 법인에서 전입을 받아서 한다고 정해 놓았다. 그러나 법인 부실화 된 대학들이 상당히 많아지자 시행령 시행 규칙에서 등록금 재원으로도 취득할 수 있다고 하는 법들이 나온 것이다.

건축적립금의 경우 많은 제한이 있지만 앞으로 바뀌는 기준에서는 재보수하는 감가상각 범위 내에서 신청하도록 조취를 취하고 있다. 등록금 회계를 별도로 독립하는 이유가 학생이 낸 등록금은 다른 데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등록금 후불제

◆ 최: 등록금 후불제는 원칙적으로 국가에서 고등교육을 책임지라는 의도에서 법안을 내었던 것이다. OECD 가입 국가의 평균 교육 예산 책정이 전체의 1%인데, 우리나라는 0.4% 정도만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학생들이 학비에 대한 지불 계획을 세우고, 졸업 후 취업해서 지불능력을 갖추었을 때 갚아나가라는 것이다. 이미 호주 등 몇몇 나라에서 시행중이다.

◆ 이: 호주, 뉴질랜드의 경우, 이전까지 대학 교육비를 국가가 전적으로 지원했다가 최근 국가에서 부담이 늘어나면서 1/3을 학생들이 내는 조건으로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했다. 취업을 못할 경우에는 후불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김: 지금부터 노력해서 등록금 후불제를 정착해나가자는 거지 당장 시행하자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예산을 마련한다면 적어도 10년 안에 큰 부담 없이 후불제가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등록금 후불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지금의 학자금 대출 제도를 최대한 정비해야 한다.

현 학자금 대출제도는 정부에서 생색내기용으로 적은 예산으로 많은 것을 해결하려다 보니 높은 대출금리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는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앞으로 예산을 늘려서 학자금 대출시 금리를 보존해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점진적으로 등록금 후불제를 정착시켜야한다.


○등록금 상한선제

◆ 최: 상한선이 없으면 등록금이 무한정 인상해서 다른 대안 정책을 시행해도 실효성이 없다. 그래서 등록금 상한선이 필요한 것이다. 상한선의 기준을 일반 가계의 평균 저축 비율인 연평균 소득의 1/12로 정해서 부담을 줄이고자 한다. 금리를 보존해야할 필요성이 있는데 지난해 한나라당에서 학자금대출기금예산을 1000억이나 깎았다. 교육 공공성의 차원에서 국가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 황: 등록금 후불제보다 등록금 상한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저소득층 대상으로 하는 무상 학자금을 확대해야 한다. 후불제 전면 시행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소득층이 소득에 따라 등록금을 지불하는 저소득층 중심 후불제는 당장 시행할 수 있다고 본다.

재경부가 로스쿨 대상으로 안정적 회수 차원에서 상한제를 시행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등록금 후불제의 취지와 맞지 않다. 안정적 회수가 어려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시행해가고 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 김: 등록금 문제 해결과 관련해 입체적인 제도를 짜야 한다. 시기적으로 도입할 제도를 배치해보면, 차등부과제와 상한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빨리 도입해야 한다. 등록금 후불제는 아직 보편적인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연구와 예산 검토를 거쳐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소득 따른 차등부과제

◆ 김: 국민 연금이나 건강 보험 역시 소득수준 따라 부과한다. 현재 연금이나 건강 보험을 부과 할 때 사용하는 소득 수준 파악 체계를 다른 곳이 활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교육부가 독자적으로 소득수준을 파악하지 않고도 이러한 소득수준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끔 법적 근거를 만들어주면 가능하다.


○국가의 대학 지원 방식

◆ 이: 2003년까지는 국가가 각 대학마다 4% 정도 운영비를 지원했다. 2003년 이후부터는 산학협력사업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산학협력사업이 활성화 되지 않은 대학은 국가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다. 미국, 일본에서는 국가가 대학 운영비의 10~15%정도까지 지원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그 전처럼 국가가 대학 운영비를 지원하는 체제로 가야한다.

◆ 최: BK21사업의 경우 일부 특정 대학이 40%나 지원을 받았다. 각 대학마다 고르게 운영이 지원되야 하는데 산학협력단 중심이라 실질적으로 지원받는 대학은 정해져 있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이 가기 보다는 지원을 받기 위한 행사성 사업이 많고 평가를 위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 김: 대학 투자위원회를 통해 적립과 재정 운영이 이루어지는 미국식이 아닌, 지역사회와 정부도 참여하여 대학 운영이나 등록금 문제를 공공적으로 같이 해결해가는 유럽식 모델을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교육재정을 늘리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지방자치 단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투자도 요구 된다.


○기여입학제

◆ 황: 사실 기여입학제가 도입된 나라는 미국 밖에 없다. 기여입학제 도입 논의와 관련해서 절실하게 느끼는 건 명문대학들의 이기적인 태도이다. 솔직히 누가 고액의 기부금을 내고 지방대학에 가겠나. 따라서 기여입학제 도입 찬성이 등록금 인상을 완화해야겠다는 절실한 사회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교육 예산 확충을 위해서 국가가 부유층에 대한 세액을 늘려나가야 하고 부유층이 정당하게 세금만 내도 등록금 문제가 완화될 수 있다.

◆ 최: 교육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어 우려가 된다. 대학의 자율화를 계속 강조하는데 돈의 자율이 아닌 학습의 자율이 되야 한다. 기여입학제와 같은 정책은 인재양성 측면에서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재원 마련을 위해 기부문화가 활성화 되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한 이유는 재단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는 것이 많다. 재단의 투명성이 뒷받침되면 학교와 재단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고 기부금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

◆ 김: 학기 초에는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대학생들이 관심이 많지만, 정기국회가 열리는 후반기로 갈수록 관심이 뜸해져 적극적 논의를 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해 1000억원의 학자금대출제도기금예산이 예산 삭감되는 일이 생겼다. 학보사에서 일년내내 교육 관련 법안 논의 여부 등에 대해 모니터링하면서 대학사회의 관심을 지속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최: 법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이 중요한데, 법을 놓고 여야가 정치적으로 갈등하다가 법이 누더기 되기가 일수다. 장애인교육지원법이 책정 될 때와 같이 대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시민단체와 연계해 적극적으로 투쟁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예산이 문제가 아니라 의지가 있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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