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유난히도 거칠게 치던 어느 날, 여러 대의 구축함이 해안선 가까이 도달한다. 이윽고 구축함에서는 수많은 군인들을 태운 수륙양용 장갑차가 해안선으로 진입하고 장갑차의 해치가 열리면서 미국 군인이 쏟아져 나온다.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독일군 벙커에서는 집중사격이 시작되고 미국 군인들은 빗발치는 총알을 피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지만 물속도 안전하지 못하다. 곳곳에서 군인들의 목이 날아가고 팔다리가 잘리고 내장이 튀어나온다.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결국 미국은 독일군 진지를 접수하고 만다. 그러나 휴식도 잠시 미국은 나토라는 이름으로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 이루어진 연합국들과 함께 코소보 일병(?)을 구하기 위해 다시 신유고 연방지역으로 떠난다.

지난 25일 오전 4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유고연방에 대한 공습을 단행, 창설 50년만에 주권국가에 대해 무력 행사를 실시했다. 나토는 마지막 협상까지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구했지만 세르비아 정부가 이를 거부하자 대대적인 공습이 시작되었고 이로써 세계의 화약고, 발칸반도의 도화선에 불이 붙여졌다.

코소보 지역의 분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또한 분쟁 이유에 있어서도 세르비아계와 알바니아계라는 민족 갈등에서부터 기독교와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갈등 그리고 정치·경제 등에 이르기까지 그 뿌리가 깊다. 사건의 발단은 세르비아계 유고연방 정부가 통치하는 남서쪽의 코소보 지역 주민들, 즉 이슬람을 믿는 알바니아계 인들이 그리스정교를 믿는 세르비아 통치를 벗어나 독립공화국 건설을 원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세르비아가 코소보를 집착하는 이유는 코소보가 그리스정교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원래 이 지역은 3천년 전부터 알바니아인의 조상이 정착해 살던 곳이었지만 중세가 되면서 세르비아가 기독교의 힘을 빌어 코소보 지역을 아우르는 대제국을 형성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세르비아는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으며 ‘인종청소’라는 비난의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코소보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코소보 분쟁에 나토가 개입하고 나서부터이다. 세계평화(?)를 지향하는 나토가 코소보 문제를 보고 그냥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개입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해결 방법적 측면에 있어서 무력 개입은 짐짓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나토의 무력 개입을 놓고 러시아와 중국, 대부분의 아랍국가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는 코소보 분쟁이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때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조성된 다극체제에서 다시 예전의 양극체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우주, 대륙을 횡단하고 시간이 흘러도 그칠 줄 모르는 아니 더 거세지기만 하는 소위 경찰국가라는 미국의 실력행사, 국가 분쟁에 있어 무력적 실력행사는 과연 어디까지 치닫을런지. 코소보 사태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와 건물 파괴 등으로 계속되는 가운데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야 한다’는 속담을 곱씹으며 미국의 실력행사가 우리 한반도에서 만큼은 이어지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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