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1주년이 지난 지금, 경제위기의 탈출해법을 현실정치참여를 통해 해결하려는 진보정당 건설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민승리21과 청년진보당을 필두로 하는 진보정당 논의가 주요 쟁점이 되고 있으며 이 두 정당은 한국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함께 이후 진보정당운동의 상에 대한 계속적인 토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진보정당 창당제안 2차 원탁회의’를 마친 국민승리21은 오는 5월 창당을 앞두고 구체적인 작업을 한창 진행중에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논의를 살펴보면 이미 진보정당의 근본을 이루는 이념적인 부분은 창당논의가 시작된 대선 직후 대략적으로 마무리되었으며 노동·시민·사회단체 대표가 모인 ‘원탁회의’ 속에서 창당준비의 실무적인 부분을 조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원탁회의에서 나온 진보정당의 주요 골자로는 ‘진보적 이념을 정립하는 정당’, ‘조직 민주주의를 철저히 실천하는 정당’, ‘투쟁하는 정당’, ‘새로운 시대에 대한을 가진 정당’ 등이 되고 있으며 기층의 민중조직과 대중조직을 아우르는 ‘계급연합당’이 진보정당의 기본구도로 알려졌다.

국민승리21측은 이미 지난 97년 15대 대선때 권영길 후보가 ‘국민후보론’을 내세워 30만표를 얻은 것이 민주진보진영의 대표로서 당위성을 얻고 있다고 보고 진보정당 건설에 대해 한결 느긋한 입장이다. 국민승리21이 제출한 ‘창당계획 초안-주체역량 평가’에 따르면 1단계로서 국민승리21이 대선출마를 통해 운동권 중심성 확보투쟁의 당위성을 획득했으며 진보정당논의의 필요성을 대중화시킨 2단계 전략을 통해 창당 조직과 활동력 및 이론적 사상적 정립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는 3단계 ‘원탁회의’를 통하여 창당을 위한 세력결집에 주력하여 노동자·민중의 진보정당으로 거듭날 준비를 한다는 것이 국민승리21의 주요 창당전략이다.

국민승리21 진보정당 창당의 실질적인 이념, 사상분야를 다루고 있는 이재영 정책국장은 “국민승리21에서 생각하는 진보정당의 이념적 지향에 대해 간단히 그 경향을 말하자면, 소비에트형 사회주의나 사민주의형 모델같은 국가주의적 실천을 지양하는 것”이라며 “대중의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시도들을 결합하지 못한 채 개혁하려는 국가권력의 하향식 사회변혁에 분명한 반대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진보정당 이외 노동조합 노선이나 시민운동이 자본주의에 대한 분명한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그 대안을 제시, 실천하는 주체가 진보정당이라고 생각한다”며 “궁극적인 대안으로서 진보정당이 국민승리21이 이론적 밑그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승리21의 진보정당 창당논의에 대해 노동진영에서 반대의견이 계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그 대표적 의견으로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김세균 소장(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이 지난 2·3월 월간 ‘현장에서 미래를’에 기고한 ‘국민승리21 운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르면 국민승리21이 그간 취해온 국민후보론적 운동노선 및 선점주의-패권주의적 활동 방식을 시인하지 않는 한 국민승리21의 진보정당 건설 논의는 대의를 왜곡할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덧붙여 김소장은 “현 국민승리21의 진보정당 건설을 통해 대체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어 국민승리21 중심의 진보정당 건설에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국민승리21의 박용진 조직부장은 반론을 내고 “진보정당 건설은 민중과 우리의 약속이며 당면 투쟁의 핵심적 과제이다. 그 역할을 국민승리21이 담보해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승리21의 ‘소식지21’에 기고한 ‘현장에서 미래를’에 실린 김세균 소장의 국민승리21 운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반론에서 “단언하건대 국민승리21의 3천회원 모두는 김소장의 기고에 고갯짓을 힘차게 할 것이다”라며 “진보정당 건설을 통한 민중운동 진영의 정치적 단결과 대중투쟁의 창출은 대선 과정을 통한 민중과의 약속이자 역으로 진보정당의 자기과제”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지난 98년 11월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는 모토아래 진보정당을 건설한 ‘청년진보당’은 오는 30일 구로을 재선거에 최혁 대표를 출마시켜 아직까지 정당 건설논의가 지지부진한 국민승리21보다 한 걸음 나아가 원내 진출을 위해 힘쓰고 있다. 청년진보당 최혁 대표는 “선거운동의 방법적인 측면에서부터 정당의 조직과 운영에 이르기까지 ‘실험적 고민’을 하려 한다”며 “2000년 원내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등 진보진영으로서 주류 정치계에도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87년 대선 백기완 후보로부터 파생한 ‘민중후보론’에서 현재 국민승리21의 국민후보론에 이르기까지 진보정당의 건설을 위해 진영간 다수의 스펙트럼이 존재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현재 국민승리21과 청년진보당이다. 이들이 창당 이후 과연 진보정당이 노동자·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을 것인가. 2000년 원내 진출을 목표로 하는 이들의 움직임이 앞으로 더욱 부산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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