쭗 언어를 통해 알아보는 비가시적 성차별
특별할 것 없는 내 이름은 ‘여성’
▲여성들의 권리가 많이 보장되었다지만 현실 속 여성들은 언어라는 보이지 않는 창살에 갇혀 보편의 범주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풍(女風)이 거세다. ‘외과 의사 봉달희’나 ‘금발이 너무해’와 같이 여성의 전문성이 강조된 영화와 드라마가 등장하고, 여성 사법고시 합격자나 여성취업률 증가에 대한 관심도 해마다 증가하는 등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최근 등장한 ‘알파걸’뿐만 아니라 ‘킹콩걸’, ‘슈퍼맘’처럼 이슈화 되는 이름들에서도 여성성이 특징화되고 있음이 드러난다.
최근 이러한 일련의 현상들은 성 역할 변화의 화두가 여성에 집중되는 특징을 보여준다. 특이한 것, 특별한 것에 여성성이 부여되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애초에 왜 뛰어난 남성을 의미하는 ‘알파보이’는 등장하지 못했을까.
국민, 인류, 개인, 독자, 전문가…. 남성과 여성을 포괄하는 말인 총칭어들이다. 성이 표시 되어 있지 않아 양성이 평등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은 일을 열심히 한다/한국인들은 화장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문장을 떠올려보자. 첫 번째는 자연스러운 반면 두 번째 것은 뭔가 불편하다. 우리가 은연중에 전자에서는 남성을 연상하고 후자에서는 여성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성을 포함하고 있지 않은 단어에도 남성을 일반적으로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의사:의사, 여교수:교수, 여기자:기자, 여류 소설가:소설가 등의 단어들에서도 언어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이 드러난다. 정명숙 강사(문과대 국어국문학과)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특히 사회적인 지위를 가진 단어에 남자는 기본이고 여자는 특별하다는 언어 속 성차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은연중에 일반적, 정상적인 것은 ‘남성의 영역’이며, 그것을 여성이 침범했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유와 평등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이러한 언어 속 성차별을 쉽게 볼 수 있다. 프랑스어에서 ‘그들’을 가리키는 단어는 'Ils', 'Elles'두 가지로, 이들을 구분하는 기준은 ‘성’이다. Ils은 ‘남성들’, Elles는 ‘여성들’을 의미하는데 문제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있을 때도 Ils을 쓴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Elles은 정확히는 ‘여자인 그들’을 칭한다. 여성들이 ‘특별한’존재로 분리되고 있는 것이다.
코넬대 정해경 교수는『섹시즘, 남자들에 갇힌 여자』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때 뿐만 아니라 혼자 사고할 때도 말을 사용하기 때문에 말은 내면화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언어에 내재되어 있는 남성의 보편성에 대한 사고방식이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의식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이 이에 대해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게 될수록 여성은 ‘특별한’위치에 설 수밖에 없고, ‘일반적’인 남성의 이미지는 더욱 강해진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제2의 성』에서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을 근본적으로 우수한 남성을 의미하는 ‘제1의 성’과 그들에 의해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제2의 성’인 여성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그동안 남성을 보편적인 것에 두고 특별한 것에 여성성을 부여하는 언어적 성차별이 남성도, 여성도 아닌 특별한 ‘제3의 성’인 알파걸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지.
  박고은 기자 rhdms11@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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