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은 준비하는 자에게, 세상을 바꾸는 힘은 투쟁하는 자에게 있다”

99년 3월. 김대중 정권이 취임 당시 제시한 장밋빛 미래는 온데간데 없고 자본의 질서가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활개치는 지금. 고통받는 민중·노동자들을 위한 문화제가 열린다.

오는 27일 서강대 총학생회 주최로 ‘노동시간 단축과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노동문화제파문 99’(이하 파문99)가 서강대 청년광장에서 열린다. 이번 문화제는 지난해에 이은 두번째 문화제로 ‘고용안정과 민주정치 실현’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주제를 가지고 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노동자·민중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주제를 잡고 대중적인 방향에서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주제는 크게 두가지. 노동시간 단축, 진보정치 실현이라는 정치적 과제들을 문화제를 통하여 구체화·가시화시키는 것이 이 문화제의 중요한 화두이다.

파문99 이경수 기획단장은 “노동문화제 파문99는 지난 90년대초 끊어졌던 봄 문화제의 맥을 잇는 동시에 새해 투쟁의지를 한데 모아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운동권을 위한 문화제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모두 고통받고 있는 이 현실에서 함께 참여하여 투쟁의 강렬한 희열을 느끼려 한다”고 말했다. 또 이군은 “문화제를 통하여 분명한 학생세력들의 지향점 즉,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진보정치 실현을 내세우는 것도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행사는 크게 3부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제1부 OPENIENG ‘시원(始原)’은 노동자·민중들이 ‘노자(勞資)’라는 협소한 관계를 떠나 그 관계 이전의 행복했던 삶의 궤적들을 추적한다. 이어 2부 ‘분노/숨소리 거친 땅’은 그 시원에서 노동자·민중들이 지니고 있던 것들이다. 그리고 ‘숨소리 거친 땅’에서 서서 황무지로 변해버린 그들의 일상을 바라본다. 3부에서는 ‘해방을 향한 함성’을 내지르며 다시 일어서는 노동자·민중들이 모습을 나타내고 다시 투쟁의 전선에 일어서는 모습들을 다룰 예정이다.

이기획단장은 “서울대 노래패 ‘삶의 소리’, 전북지역 락밴드 ‘게릴라’, 권진원 등 민중노래패들도 참여하지만 성대 몸짓패 ‘전율’등 단순히 노래가 아닌 인간의 모든 ‘몸짓’으로, 절망이 판을 치는 시대에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파문99의 행사내용을 밝혔다.

뿐만이나라 파문99에서는 전국학생회협의회(준), 민주노총 서울본부, 청년진보당 등 학생, 노동, 진보정당 등이 참여하여 노동자민중들의 응집된 힘을 마음껏 분출하고 4.30 투쟁을 앞두고 다시 한번 준비자세를 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서강대는 잔잔한 파문이 일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자·민중들의 목소리를 한데 담은 청년광장이 진정으로 노동자의 행복한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램들을 청년들의 함성으로 파문을 일으키는 문화제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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