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어떻게 해? 사람들 더 모이기 기다렸다가 시작할까? 서른 명도 채 안 되잖아.”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수근거림을 뒤로 하고 사회자는 공연을 시작하는 말문을 연다.

“원래 오늘 네 팀이 공연을 하기로 했었는데, 한 동아리는 회장님이 의지가 없으시구요, 다른 동아리는 주연배우가 수업에 들어가는 바람에. 그래도 많은 분들이 오셨으니까 공연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탈춤이 시작되고 곧 끝난다. 5분이나 지났을까.

“죄송합니다. 제가 출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 놔서 다음 공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풍물패의 공연이 잠시나마 보는 이의 흥을 돋운다.

“오늘 공연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오늘이 새내기 맞이 문화제의 마지막 공연입니다. 지켜봐 주셔서 감사하구요, 혹시 새내기 분들 손 좀 들어주세요. 하나, 둘… 여덟분 오셨네요.”

전체 공연 시간이 이십분도 채 안 되는, 단 8명만의 새내기를 위한 새내기 맞이 문화제 3일째 공연이 막을 내렸다.
관객들은 노천극장의 차디찬 계단에 엉덩이를 대었다가 그 온기가 깔고 앉은 신문지에 전해지지도 못할 찰나에 다시 엉덩이를 들고 일어선다.

이번 문화제를 담당했던 이를 만나보니, 나름대로 울상이다. “4팀이 공연하기로 해서 시간 분배를 했는데 2팀이 공연 당일날 연락이 안 돼서요.”

공연을 하기로 했던 동아리의 사람들을 만나봐도 울상이기는 매한가지. “저희가 공연준비를 안한 게 아니예요. 공연이 있다고 해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담당자가 다른 동아리들이 공연을 못할 것 같아서 공연이 취소된다잖아요. 그래서 배우들이 수업에 들어간 거예요. 공연을 한다, 안한다 번복하니…”

문제는 그만이 아니다. 공연 대자보에는 실제로 공연을 하는 동아리는 빠져 있고 안 한다고 한 동아리는 그 이름이 버젓이 들어가 있지를 않나, 날짜가 바뀌어 있지를 않나.

대자보 자체가 사실무근이다. 공연을 보러 오라고 써 붙인 대자보일진대, 정작 보고자 했던 동아리의 공연은 있지도 않았다 하니 실망감과 당황스러움이 교차한다. 담당자도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어, 그래요? 사실은 각 동아리마다 대자보 5장씩 전담을 시켰거든요. 근데 그럴 리가.”

고등학교까지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새내기들이 대학문화를 호흡하고 끼를 발산하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동아리 연합회가 올해부터 시작한 새내기 맞이 문화제.

공연 준비의 부족, 공연 준비자 간의 의사소통의 부재, 책임전가 등으로 대학문화의 대중화에 기여하겠다는 힘찬 포부는 봄바람결에 솜사탕 날리듯 날라간 듯하다. 준비를 소홀히 했으니 홍보가 제대로 됐을 리 없고 새내기들의 참여도 저조할 수밖에 없는 이치. 그나마 문화제에 참여한 새내기들의 한마디가 비수처럼 꽂히는데.

“원래 이런 건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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