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마지막 잎새를 보고 서시(序詩)를 쓰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나도 죽게 되는 걸까

  

감옥에서 바라본 나무에는 마지막 잎새가 바람에 스치우고 있었다


 

언젠가  ‘마지막 잎새’ 주인공이 죽지 않은 이유가

마지막 잎새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마지막 잎새에서 물감자국을 보고

그 마음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마지막 잎새는 없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감옥 창문에는 아무도 잎을 그려놓지 않았지만


 

죽는 날까지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마지막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게 될 것임을


 

보이지 않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이렇게 괴로워하게 될 것임을

시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시가 마지막 잎새였다는 것을

끝끝내 떨어지지 못할


 

감옥 창문에는 아무도 잎을 그려놓지 않았지만


 

이제 내가 스스로 감옥 창문에 마지막 잎새를 그린다

시를 쓴다. 나를 속이기 위해서. 나를 살리기 위해서.


 

누군가 그 마지막 잎새를 보고

나의 시를 보고

마지막 잎새가 없다는 것을 나와 같이 알게 되기를


 

나의 마지막 시가

누군가에게 영원히 서시가 되기를


 

생각해보면 나를 미치게 한 것은 시 한 줄이었고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도 시 한 편이었으니까

이 모든 것이 시 때문이었으니까

이 모든 것의 마지막이 시였다

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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