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법원은 학교별 수능성적 원자료 공개 판결을 내렸다. 교육부는 이 판결에 전국 고교를 수능 성적에 따라 서열화함으로써 지역 간의 교육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경제 양극화를 비롯해 교육 양극화까지 조장하는 이 판결은 대한민국 교육 현안의 재고를 반증한다. 물론 법원은 정당한 목적이며 외부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두고 있지만 노무현 정부의 강남권 집값 잡기에서 보여주었듯 성공적인 결과를 보장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 정책 없는 허튼 버블 세븐 정책에 국민들은 멍투성이가 되었다. 이제는 수험생을 목표로 노리는 것인가. 교육부가 개정한 수능 성적, 내신 성적, 논술의 쓰리쿠션 제도, 이 8차 교육 설계도만으로는 역부족이었을까.

 수능성적의 공개는 현재 암암리에 나돌고 있는 고교 등급화를 간판을 내걸고 당당하게 줄 세우겠다는 것이다. 경마(馬)장에서나 매겨지는 순위가 경인(人)장에서도 활기를 치려는 조짐이다. 수능성적 공개로 인해 드러나는 고교 등급화는 서울권 내의 강남권 교육 수요를 증가시키며, 지방의 교육 침체를 가속화 시킬 것이다. 또한 지방대가 점차 폐교하는 가운데 지방대의 몰락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이러한 한 줄 세우기식 구조와 똑같은 툇바퀴 굴리기식 교육은 미래의 대한민국 전 영역을 날카로운 매스로 위협할 것이다.

 획일화된 교육의 병폐는 이미 많은 이들이 인식하고 이를 반면교사 삼아 변화의 물결이 일어야함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십년동안 고질병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 교육. 환부를 덮어두려고만 하고 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아 이제는 곪아 터지려고 한다.

 교육학자 리브스가 쓴 <동물의 학교> 우화는 획일화된 교육의 참담함을 여실히 드러내며, 각자의 특성을 개발한 교육의 필요성을 시사해준다. 동물들은 새로운 세계를 대비하기 위해 학교를 만들었고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모두 똑같은 과목을 수강하게 하였다. 이 결과 달리기를 잘하는 토끼, 오르기를 잘하는 다람쥐, 수영을 잘하는 오리는 자신의 재능이 하향평준화 되었고 모든 것을 조금씩 할 줄 아는 뱀장어가 오히려 수석 졸업생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결국 한 분야의 대가는 잠식되어 버린 것이다.

 이처럼 획일화된 교육은 오히려 개인의 능력을 저하시키며 하향평준화가 되는 비극을 그린다. 현 입시제도는 팔방미인을 원한다. 만약 아인슈타인이 현 시대의 인물이라면 중국집에서 음식배달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오직 수학과 물리밖에 할 줄 모르는 그는 영어와 내신 성적에 걸려 대학에는 발도 디디지 못한다. 고졸 학력으로 취직도 안 돼 생계를 위해 철가방을 들 것이다. 좀 더 현실로 돌아가 보면 경영학과를 지원하는 수험생은 피터 드러커의 책은 보지 않더라도 수학 정석은 보아야한다. 독어독문과 학생이 졸업하려면 발터 벤야민의 문예지를 찾아야하는 것이 아니라 취직 시험을 위한 토익, 토플 책을 찾아야 한다.

 입시는 만능을 원하지만 현실에서는 한 분야에만 탁월해도 빛을 발휘한다. 미디어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작가만 봐도 그는 모든 분야의 능이 아니었다. 예술분야의 선두주자였지 자연공학 분야의 최고봉은 아니었단 말이다. 그의 성공 키워드는 미술과 음악의 재결합에서 나왔다. 미술을 미술에 그치지 않고 다른 학문과 연계하려했던 그의 창의력이 그를 세계의 무대에 올려놓은 것이다. 혼혈인 하인스 워드 역시 오로지 한 우물만을 판 슈퍼볼선수였다. 물리학적 이론을 따져가며 공을 던진 것이 아니다. 체육학 오아시스가 그를 영웅으로 만든셈이다.

 대한민국의 힘은 앞으로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젊은이들 손에 달려있다. 이들에게 똑같은 옷, 똑같은 심장을 입히지 말자.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딱 맞는 옷과 일정한 박동으로 뛰는 심장이 아닌 때론 파격적이고 독특한 것이어야 한다. 한국의 미래가 저울대에 올라와 흔들리고 있다. 이제는 중심축을 찾아야 할 때다. 그들에게서 독특한 무언가를 발견해야 할 때다.

이운의 기자 lww2580@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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