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지금시기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이갑용, 이하 민주노총)등
민주노조진영 주최의 노동자대회가 열렸다. 88년부터 지난해까지 어김없이 열려온 이 노동
자대회는 하반기 노동운동활동 방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으며 노동절과 더불어
하나의 축제처럼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지난해 말 불어닥친 IMF
한파를 맞은 노동진영에서는 노동자대회란 이름대신 ‘민중대회’를 제안했고 노동자대회는
민중대회의 전야제 행사중 하나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농민, 빈민, 학생 등 그간의 부문별 투쟁의 한계를 극복하고 IMF체제
하에서 고통받고 있는 전체 민중의 요구를 대변하는 강력한 투쟁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민중
대회를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과 8일 열린 ‘생존권 사수, 재벌해체, IMF반대를 위한 98 민중대회’는 민주노총
의 이러한 말처럼 교수, 변호사, 종교인 등 각계 민주인사를 총망라한 범민중적인 대회로 치
러졌다. 8일 오전에는 교사대회, 농민대회, 빈민대회, 실업자대회, 민주노총 산별노동자대회
등 사전부문별 집회가 각각 열렸으며 이후 본행사장으로 집결하기도 했다. 이번 민중대회
는 대회조직을 보더라도 이창복, 권영길, 이수금, 김진균 등 20여명이나 되는 각계각층의 민
주인사들이 공동대회위원장으로 있는,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의 공동연대투쟁이라는 평을
받았다.

예년의 경우 노동자대회는 상반기 투쟁을 평가하고 하반기 투쟁의 새로운 방향을 확립하는
주요 계기가 되어왔다. 상반기 노동운동의 연장선 혹은 전환점으로써 그 기능을 담당한다는
것이 노동자대회를 보는 공통의 시각이었다. 이번 민중대회 역시 이러한 기본 전제에서 출
발한다. 이미 여러번 평가된 것처럼 상반기 고용안정 투쟁이 개별사업장의 고립된 싸움으로
진행된 점과 수세적인 대응에 급급했다는 점 등에 대해 새로운 방향의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13일 열린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서는 이번 민중대회의 상에 대한 논쟁이 일기도 했
는데 노동자대회와 민중대회의 명칭 문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상반기투쟁에 대한
비판이 진행되면서 노동자 혼자의 힘, 혹은 개별단체의 힘으로는 노동자에게 가해지고 있는
위기들을 극복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민주노총의 상반기 투쟁에서 핵심구호는 ‘고용안정’이라고 볼 수 있으나 이러한 부분은
개별 사업장마다 그 이해가 달라지며 결과적으로 만도기계나 현대자동차 노조처럼 고립된
싸움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결국 하반기에는 이러한 투쟁방식을 탈피해 국민 대다수가 공감
할 수 있는 공동의 요구안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연대를 이루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
다.

이들의 이러한 생각들은 민중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작성한 ‘민중 10대 요구안’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 핵심요구 사항인 생존권 보장과, 재벌해체, IMF 재협상 이외에도 언론개혁, 농
가부채해결, 전교조 법제화 등 사회전반에 걸친 민주화 요구들이 10대 요구안에 포함되어
있다.

민주노총은 “지금 고통의 근원은 모두 재벌과 정권의 책임전가에 있다. 노동자는 정리해고
로, 농민은 농산물 개방으로, ‘주변부’로 떠밀린 도시서민은 강제철거와 노점단속으로 고
통받고 있다”며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중대회 준비위측은 고용불안과 민중생존권 쟁취를 위한 행사를 계속 계획중에 있으며 일
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연대투쟁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을 비롯
한 진보진영에서는 이번 민중대회를 계기로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생존권확보에 총력을 기
울일 전망이다.

1. 경제파탄 재벌총수·정치인·관료 처벌하고 부정축재재산 환수하라!
우리가 당면한 국가의 총체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자랑스런 조국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서는 전 국민이 합심해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2. 부당한 IMF 협약 철폐하고 외채탕감 실현하여 경제주권 회복하라
정부와 IMF의 협의에 노동계 등 주요 사회정치 주체들의 참관을 허용할 것과 IMF와 노동
계 등 주요 사회정치 주체와의 정례적인 간담회를 보장하고 이를 위한 사전 정보제공과 공
동 사후평가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

3. 정리해고 중단하고 주 40시간 실시하여 고용안정 보장하라
지금과 같은 경제침체의 시기에 고용을 보장하고 일자리를 지키는 유일한 방안은 노동시간
단축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법정 노동시간을 2000년까지 주 40시간으로 단축해야 한다.

4. 고용세 도입, 군비축소로 실업기금 확보하여 모든 실업자에게 실업수당 지급하라
우리 헌법은 국민은 누구나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으며, 생존의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
다. 실업자 역시 마찬가지로서 재취업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정부는 사회보장차원에서 최소
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생활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5. 농가부채 해결하고 농축산물 가격 보장, 식량자급 실현하라
정부는 상환유예, 금리인하, 상호금융구조 개혁, 농민의 보증책임면제 등으로 당면한 농가부
채를 시급히 해결하고, 농축산물 가격보장을 통해 농가소득을 보장하고, 농가부채의 원인을
해소하여야 한다.

6. 무주택자 철거민 주거권, 노점상 합법화를 실현하고 장애인 생존권을 보장하라
무주택 철거민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순환식개발에 입각한 가수용단지와 영구임대주
택의 다량 건립을 실시해야 한다.

7.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교원노조 법제화를 이행하고 참교육을 실현하라
교육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교육활동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을 개혁의
주체로 바로 세워, 교사들이 나서서 학교현장을 바꾸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

8. 정치개혁, 언론개혁 단행하여 민주화를 실현하라
언론은 권력과 사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독립성을 담보한 통합방송법 제정’
과 ‘족벌·재벌의 소유지분을 제한하는 정간법 개정’은 나라를 살리는 최소한의 요구이
다.

9. 공기업의 무분별한 민영화와 해외매각 중단하라
정부의 민영화와 해외매각 정책은 내외독점자본의 공기업장악으로 인한 독점자본의 지배력
강화와 대외종속 심화, 공공성 포기로 인한 서비스가 인상, 고용불안 및 근로조건 저하 등으
로 국민에게만 피해를 줄 것이다.

10. 국가보안법 철폐 및 양심수 전원 석방을 단행하고 민족민주열사 명예회복 특별법을 제
정하라
국가보안법은 정부가 인정하고 있는 남북기본합의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가 남북합의
서를 이행할 의지가 있다면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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