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커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광고적 기능이다. 드라마 제목, 앨범 자켓, 영화 포스터 모두 1차적으론 광고의 기능을 충족시키고 있고, 이를 넘어서 고유명사처럼 브랜드로 자리 잡기도 한다. 한 마디로, 요즘 커버는 광고이자, 브랜드인 셈이다. 

주위에서 가장 쉽고, 많이, 자주 볼 수 있는 광고이자 브랜드는 단연 자동차 이름이다. 산업혁명, 물질문명의 총아로써 그저 신기한 이동수단인 ‘차’로 불렸던 건 옛날 얘기다. 이제 자동차는 각자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명실상부한 브랜드로 떠올랐고, 때론 패셔너블하고, 때론 무게감 있게 사람을 나타내주는 하나의 형용사가 되었다.

우리나라 산업화의 상징이자, 자동차 이름 중 가장 맨 앞에 위치한 ‘포니’는 조랑말이란 뜻이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조랑말처럼 널리 세계로 포니가 달리기를 희망했고, 이는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기를 바라는 많은 이들의 마음과도 같았다. 뒤를 이어 출시한 ‘엑셀’ 또한 영어 ‘Excellent’를 줄인 말이다. 우리 기술로 만든 자동차에 대한 뿌듯함을 담은 이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 단어에서 유래된 이름들도 많은데 ‘스텔라‘는 라틴어 Stellaris에서 유래했으며, 후속모델인 ’엘란트라’는 불어의 Elan과 영어의 Transportation의 합성어다. 열정 있게 운송한다는 다소 유치한 뜻이지만, 엘란트라는 당시 독일 아우토반 광고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또, ‘아반테’는 전진을 뜻하는 스페인 단어에서 비롯됐으며, 후속모델 ‘아반테 XD‘는 Excellent Driving의 뜻을 가지고 있다.  

아반테를 이어 국민 자동차로 자리 잡은 ‘소나타‘는 현대자동차 사원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결과, 고도의 연주기술이 요구되는 강한 개성을 지닌 4악장 형식의 악곡이란 뜻으로 쉽게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름으로 선정됐다. ’EF 소나타’는 Elegance Feeling이란 뜻, ‘NF 소나타’는 Neverending Fame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남들과 다른 자동차를 타고 싶다는 생각은 고급차를 탄생시켰고, ‘그랜저‘는 웅장함을 뜻하고 ’다이너스티‘는 왕조, ’에쿠스’는 개선장군이 타고 다니는 말에서 유래됐다. 신세대들이 선호하고 있는 스포츠카도 마찬가지 유래로 이름이 지어졌는데, ‘스쿠프’는 Sport와 Coupe의 합성어로 대성공이란 뜻을, ‘티뷰론’은 상어, ‘투스카니’는 이탈리아 중부 휴양도시의 이름이다.

이렇게 자동차 이름 하나에도 많은 유래와 이유가 도사리고 있다. 때론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담기도 하고, 기성세대와 신세대들의 기호를 충실하게 반영하기도 한다. 결국 커버란 것은 시대를 반영하고, 세대를 녹인 하나의 코드인 것이다. 지금도 우리 주위를 쉴 새 없이 지나가고 있는 자동차 이름, 영화 포스터 한 장, 앨범 자켓 속 이름들, 드라마 제목이 소중한 이유다.

조현우/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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