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은 없다"
신윤진씨(문과대 사회학과 3)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런 의식을 반영하듯 지난 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출생 통계 잠정 결과는 충격적이다. 지난해 여성 1명이 15~49살의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산율은 1.08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의 1.16명에 비해 0.08명이 줄어든 수치이다. 세계 평균인 2.6명과 선진국 평균인 1.57명에 크게 못 미친다.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홍콩(0.95명)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는 2년 안에 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저출산 요인…경제적 부담, 가치관 변화 등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왜 나타나게 되는 것일까.

저출산의 요인은 육아 교육의 경제적 부담은 물론, 여성의 경제적 지위, 고용과 노후 불안, 사회·경제적 가치관 변화 등으로 복합적이다. 허성호씨(일반대학원 심리학 박사 1차)는 “정부는 사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을 개인에게 떠넘긴 채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며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리고 자녀관 및 결혼관의 변화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복지부가 실시한 2005년도 결혼, 출산 동향 조사에 따르면 기혼 여성 3명 중 1명 이상이 자녀가 없어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이일하 교수(사범대 가정교육학과)는 “여성들이 노동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아이들을 돌볼 여건이 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저출산이 경제와 사회에 치명적 손실을 끼친다는 점이다. 성장을 이끌 노동력의 부족으로 인해 산업동력을 약화시켜 성장잠재력을 위협하게 된다.
또한 인구 감소에 따라 내수시장을 축소시킴으로써 내수기반이 흔들리게 되며 국민연금의 급속한 부실화도 가속화 된다. 연금을 받을 사람은 많은데 이를 부담할 청년층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세대간 갈등의 소지도 커지게 된다. 국가경쟁력 저하와 사회존립까지도 위협받게 된다.  

 “양육 분위기 형성 중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산을 장려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는 보육부문에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보육지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저출산 문제는 보육비 부담뿐만이 아니라 막대한 교육비와 청년실업 등 고용과 소득불안, 노후문제 등이 더 큰 문제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를 모두 고려한 근본적인 대책만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원영 교수(사범대 유아교육과)는 “보육시설만으로는 현재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라며 “사회 전반적인 양육 분위기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저출산 해결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보편적인 현상이 된 현재, 육아와 사회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불이익이 없고 오히려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인식의 확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존에 어머니가 육아를 전적으로 담당했던 것에서 벗어나 아버지의 육아참여, 보육서비스 확대 등 여성에게 전적으로 부과된 양육책임을 사회가 함께 지어야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 스웨덴과 프랑스의 경우, 남성의 육아참여 제도화 등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스웨덴은 1990년대 중반 출산율이 1.52명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합계 출산율이 인구 대체 수준까지 올라왔으며 프랑스는 93년 출산율 1.65명에서 2001년 1.9명으로 늘었다.스웨덴과 프랑스는 각각 2주, 11일씩 80%, 100%의 임금을 주면서 남성의 육아 참여를 제도화하고 있다.

저출산은 현재 우리 사회 여건에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여학생이 많다. “나 같아도 낳기 싫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아이 때문에 집 안에 얽매이는 것이 싫다” 등 출산을 꺼려하는 학생들의 인식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꼼꼼히 되짚어보고 출산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회 분위기 형성과 제도의 뒷받침만이 저출산률의 벽을 뛰어넘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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