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7일 치뤄진 독일 총선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이끄는 독일 사민당이 집권에 성
공했다. 독일 통일을 이루고 유럽통합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 온 기민당의 헬무트 콜
총리가 패배한 것이다. 이는 독일 국민들이 콜총리의 16년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낀데다 집
권 기민당이 통일의 후유증인 실업과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해 생긴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에 반해, 슈뢰더는 ‘새로운 중도’를 주창하며 경제활성화와 사회정의를 공약으로 내세워
정권을 획득하기에 이르렀다.

영국에서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노동당을 대표하여 ‘제3의 길’을 외치고 있다. 새로운 사
회주의로도 표현되는 이러한 노선은 경쟁과 이윤을 최고가치로 여기는 극단적인 자본주의
도, 시장과 사회를 철저히 통제하는 극단적 사회주의도 결국은 인류의 행복을 가져오지 못
했다는 역사적 반성에 그 밑바탕을 두고 있다.

리오넬 조스팽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프랑스 좌파는 ‘노동시간은 단축하면서도 임금은 그
대로 두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좌파연합 정부의 노선은 노동시간 유연화와 기업자유화쪽으로 경도되는 영국이나 네
덜란드의 노동당과는 확연히 분리된다. 토끼를 잡을 수만 있다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개의
치 않는다는 블레어식 좌파의 신노선은 좌파 스스로 개량화를 통해 자유주의와 화해한 노선
이라는 입장이 프랑스 진보세력의 시각이다.

이러한 흐름속에서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국가들은 물론이고 유럽연합(EU) 15
개 국가 중 스페인과 아일랜드를 제외한 13개국에 좌파정권이 들어서게 되었다.

게다가 아직 좌파정권이 들어서지 않은 스페인과 아일랜드에서도 사회노동당(스페인)과 통
일아일랜드당(아일랜드)이 제1야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정권 획득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
로 보인다. 또한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않은 스위스도 최근 치뤄진 시정부 장관 선거에서 사
민당과 녹색당이 총 9석 중 6석을 차지하는 약진을 보였다.

이러한 유럽 중도좌파의 득세는, 지난해 봄 영국과 프랑스에서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과 리
오넬 조스팽의 사회당이 집권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맞물려 올들어 실시
된 덴마크, 스웨덴 총선에서도 집권 중도좌파 정당들이 모두 정권유지에 성공했다.

이들 중도좌파는 과거의 좌파와는 달리 ‘신좌파’를 내세우고 있다. 이번 독일 총선에서도
슈뢰더 사민당 총리후보가 내세운 구호는 ‘새로운 중도’라는 용어였다. 이는 종래의 좌파
개념인 국가의 시장개입과 우파의 자유시장경제를 혼합과 중도적 개념으로 영국의 블레어
총리가 즐겨 사용하는 ‘신 노동당’ 또는 ‘제3의 길’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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