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제10회 인권영화제가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개막했다.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주최하는 영화제는 영상을 통해 인권의식을 확산시키는 목적으로 지난 1996년 시작되었다. 많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모든 영화를 무료 상영한다.

올해 영화제의 주제는 ‘아시아 민중의 인권현장’으로 투자와 개발, 혹은 관광과 이주노동자의 고향으로만 인지되고 있던 아시아의 모습에서 벗어나 전쟁과 분쟁, 그리고 그들의 일상 속 깊이 파고든 가난과 차별, 소외 속에서 ‘살아있는 침묵’을 강요받고 있는 아시아 민중의 일상을 스크린을 통해 표현했다.

지난 10일 그중 ‘밀레나 카네바’ 감독의 다큐멘터리 <책임회피>(2006)를 상영했다.

영화 <책임회피>는 자본과 군부에 의해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버마(미얀마) 민중의 삶을 담고 있다. 미국 기업 유노칼과 프랑스 기업 토탈은 버마에서 개발한 천연가스를 태국으로 판매하기 위해서 가스파이프라인을 건설한다. 그 과정에서 기업은 버마 군부에 경제적 지원을, 군부는 건설현장을 보호해 주는 거래를 성립하게 된다. 하지만 군부는 건설 현장에 살고 있던 버마 주민에 대해서 무자비한 폭력과 강간, 강제노동과 강제이주 등의 인권침해를 저지른다. 주민들을 강제로 좇아내는 과정에서 군부는 무차별 사격을 감행했고, 이로 인해 많은 주민들이 죽거나 부상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주민들의 죽음과 고통을 책임지려는 사람은 없다. 미국 기업 유노칼 관계자들은 ‘자신들은 정당한 기업행위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프랑스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만난 관계자들 또한 그 문제에 대해서 ‘모른다’라고 일축해버리거나 군부의 문제라고 회피한다. 심지어 그러한 학살은 ‘세상 어디에나 있는 일’이라고 결론지어 버리기 까지 한다. ‘책임회피’ 영화 제목 그대로 ‘버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유린의 책임자는 없는 것이다.

한 시간 가량의 다큐멘터리영화가 끝난 후 ‘버마 가스 개발, 무엇이 문제인갗를 주제로 워크숍이 함께 열렸다. 가스개발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침해, 버마 정부의 책임 회피 등이 주요 문제로 부각되었다. 또한 버마서부에서 천연가스 개발에 동참하고 있는 우리나라기업인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에 대한 입장을 나누는 시간도 함께 가졌다. 최미경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는 “버마 가스개발에 우리나라기업도 상당부분 참여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 인간의 생존권과 인권을 무시하는 투자와 개발은 제국주의를 재현하고 있는 것 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열정과 자유를 통해 인권유린을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야 한다”라는 카사와 버마 인권활동의 말처럼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함께 극복해 나가려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한 때이다. 제2, 제3의 버마 가스개발과 같은 사건들이 일어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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