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 이후 하루하루의 흥행 스코어에 피가 마르는 것처럼, 드라마도 ‘시청률’이라는 판정이 곧바로 즉각 매겨진다는 점에서 잔인하긴 매한가지다. 이름값 있는 스타를 기용해 조금이라도 더 자극적인 소재로 덤벼드는 이유는, 경쟁 드라마에 비해 시청자들을 브라운관에 주저앉히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까다로운 호기심을 맨 처음 자극하는 드라마의 ‘커버’는 바로 제목이다. 물론 어떤 스타가 나오는지는 갈수록 중요해지는 문제로 부각되고 있고, 흡입력 있는 예고편으로 호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시청자들과 가장 바깥에서, 첫 인사를 나누는 드라마 속 존재는 ‘제목’이다.

드라마 제목 유형은 줄거리를 줄여 짓는 방식과 보다 호기심을 높이는 방식이 있다. 이혼 후 만남을 그린 ‘연애시대’, 딸 부잣집 이야기를 그린 ‘소문난 칠공주’, 의사와 깡패와의 사랑을 그린 ‘Dr. 깽’은 제목 안에 이미 드라마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어 시청자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는 이점을 누리고 있다.

최근 종영된 ‘궁’은 동명만화와 같은 이채로운 제목으로 10대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비슷한 경향은 사극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서동요’, ‘서울 1945’, ‘신돈’은 제목에서 시대배경과 인물의 이름까지도 드러내며 쉽게 시청자들의 호감을 얻으려 했다. 이는 중장년층 이상의 시청자들까지도 흡수하는 효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반대로 ‘네 멋대로 해라’, ‘아일랜드’,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죽일놈의 사랑’, ‘굿바이 솔로’의 제목을 보고서는 대체 이 드라마가 어떤 이야기를 그릴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다분히 극단적인 제목으로 인해 이야기와 영상이 매우 스피디하게 진행될 것 같은 느낌과 무엇인가를 상징하고 있을 것 같은 암시 정도를 던져줄 뿐이다.

즉, 제목이 궁금하면 드라마를 보라는 ‘강요 아닌 강요’를 시청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경향은 인정옥, 이경희, 노희경 등 ‘스타 작갖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경향으로, 보다 새로운 드라마를 보여 줄 수 있다는 일종의 자신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온 가족이 시청하는 주말 드라마 정도를 제외하고는 드라마 줄거리를 전체적으로 나타낸 제목들은 전체적으로 퇴조하는 경향을 띠고 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제목 자체에서 스포일러를 안겨주고 있다는 일종의 부담감, 좀 더 호기심을 던져줘야 한다는 전략은 상징성 있는 드라마 제목으로 이어지고 있다.

뻔한 스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제목만은 그럴싸한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안녕 프란체스카’보다 더 뜻을 알기 힘든 ‘소울 메이트’와 같은 제목이 지어지는 데에는 이런 속사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15초의 미학으로 일컬어지는 광고 속 카피 문구, 흥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된 영화 제목과 포스터, 앨범의 색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앨범 타이틀과 싱글 제목만큼이나 드라마 제목 또한, 시청자들과 만나는 충실한 ‘커버’ 역할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조현우ㆍ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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