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981년 프랑스에서 영화로 제작되어 잘 알려진 이야기 『마르탱 게르의 귀향』.
영화의 원작일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영화 제작 이후 출간된 책이다. 먼저 이러한 텍스트의 형성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16세기 프랑스의 농촌과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이야기의 주축인 마르탱게르는 모두 실재가 아니다. 단지 대본을 통해 꾸며지고 다듬어진 인물들이 창조해낸 16세기의 모습 일뿐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본 것이 ‘사실’이며 ‘역사’라 믿게 된다. 데이비드가 지적하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점이다.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역사적 기록을 생략하여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왜곡해 전달함으로써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데이비스는 이러한 제약에 반해 실재 역사를 보다 더 실재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당시를 살던 사람들이 되어 보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고루하고 딱딱한 ‘교과서적’인 역사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이야기’라는 방식의 전혀 새로운 차원의 ‘역사서’를 서술한 것이다.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프랑스 피레네 근처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던 마르탱 게르는 일찍이 베르트랑드와 결혼을 하지만 아버지와의 불화로 인해 집을 떠나게 된다. 그가 집을 떠나있을 동안 아주 다른 모습을 한 마르탱 게르가 등장한다. 비교적 긴 시간동안 그와 대면할 기회가 없었던 마을 사람들, 친지와 심지어 가족마저도! 새 마르탱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의 재산을 관리하던 삼촌과의 불화 도중 그는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받게 되고 결국 법정 재판으로까지 이어진다.

직접 재판 과정을 기록한 코라스의 ‘잊을 수 없는 판결’을 토대로 어떻게 가짜 마르탱 게르가 진짜인 척을 했는지, 어떻게 극적으로 마르탱 게르가 가짜임이 판명되는지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16세기 프랑스의 한 농촌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라는 점 또한 흥미진지 하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이 가능한 기존의 ‘거대사적 서술’에서 벗어난 신문화적 서술의 종합판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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