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2대 명절은 설과 추석이다. 중국조선족은 한국과 달리 설을 아침
에, 한식은 점심에, 추석은 저녁에 각각 해당된다고 믿고 있다. 이처럼 세
끼 식생활에다가 명절을 대입해 유사연상(類似聯想)을 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
다. 한국인은 가급적이면 아침과 저녁식사를 거르지 않고 먹는 습관이 있다.

형편이 여의치 않으면 점심에 해당하는 한식은 건너뛸 수도 있다고 하는 발
상(發想)에서 설이나 추석 명절의 비중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추석은 가위.
가배(嘉俳).한가위.중추절(中秋節.仲秋節)등으로 불린다. 중국에서는 음력 8
월 15일이 구추(九秋)의 정반(正半)이라 하여 `중추(中秋)'라 칭하고, 이날
밤에는 달빛이 일년 중 가장 좋다하여 `월석(月夕)'이라고도 하였다.

추석은 고려시대 이후에 생긴 말로 중추와 월석의 뒷 자를 써어 `추석(秋夕
)'이라고 한 것이다.

원래 대보름이나 추석은 모두 보름달을 상징으로 삼는 큰 명절인데 동양 삼
국에서도 우리가 가장 큰 명절로 지내고 있다.

중국의 경우 당나라에도 추석의 `관월(觀月)'에 대한 기록은 보이지만 일반
적으로 한식이나 단오보다 흥미가 적었다.송나라 때는 입추(立秋).칠석(七夕)
.중양(重陽)에 관청에서 휴가를 주었으나 중추에는 휴가를 주지 않은 것으로
보아 다른 명절보다 비중이 작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가윗날의 기원에 대한 기록은 신라 제3대 유리왕 때 나타난다. `삼국사기'
에 의하면, 왕이 육부(六部)의 여자들을 두 패로 나누고 왕녀 두 사람에게
각각 두 편 부녀자들을 통솔하게 하여 7월 16일부터 육부의 마당에 모여 길
쌈(積麻)을 시작, 8월 보름까지 그 사이의 성적을 비교하여 진 편에서는 술
과 음식을 대접하였으며 이때에 온갖 놀이가 벌어졌다고 한다. 이를 `가배'
곧 `가위'라 한다 하였다. 이 길쌈의 공동작업은 `두레삼' 또는 `두레'라
하여 남한 일대 특히 영남지방 일대에 그 유속이 남아 있다. 또 `수서(隋書)'
신라전에 보면, "…8월15일에는 풍악을 잡히고 관원으로 하여금 활쏘기 대회
를 행하여 상품으로 삼베(籍麻)를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당나라 문종 때 당나라에 와 있었던 왜인(倭人) 원인(圓仁)이라는 스님이
지은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는 산동지방에 거주하는 신라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고 쓴 그의기록 중에, "절에서 떡을 만들어 먹고 8월
15일 명절놀이를 하는 것은 오직 신라에만 있는데, 그 곳 늙은 중의 말에 의
하면, 신라에서는 이 날이 발해와 싸워 승리한 기념일이었기 때문에 그 날을
명절로 삼고 일반 백성들이 온갖 음식을 만들어 먹고 가무(歌舞)로써 즐겁게
노는 것인데, 이 절도 역시 신라 사람의 절이므로 그 고국을 그리워하여 8월
15일에 명절놀이를 한다"고 하였다.

가배는 고려시대로 접어들면서부터 중추 또는 추석이라는 중국식 용어로 변했
다. `고려사' 예종 2년조에는 왕이 완월(ィ月)하고 영월시(詠月詩)를 짓고
문신들에게 화답케 하는 중추 풍속이 보이며, 또 강에 거슬러 올라오는 만조
(滿潮)를 구경하고 즐기는 `관조(觀潮)' 풍속이 소개되어 있다. `고려사' 예
종 15년에도 왕이 영명사(永明寺)에서 대동강에 거슬러 올라오는 만조의 경관
을 구경한 기록이 있다.

그런데 민간에서는 여전히 신라적 `가배'란 말을 썼던 것이니 `동동(動動)'
이란 고려시대 달거리체 시가에서 알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신라와 고려시대에는 적마행사(積麻行事), 달구경, 관조, 활쏘
기 등주로 궁중과 귀족층에 한정된 풍속이 나타나고 있다.이밖에도 민간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풍속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나 전하는 기록은 없다.

또 그 유래에 있어서는 전승기념일, 또는 농공감사일(農功感謝日)로 시작되
었으나 고려와 조선조로 넘어오면서 조상숭배 사상이 곁들인 추수감사제의 성
격으로 그 성격이 변모된 것으로 보인다.

금년 여름에 중국 소수민족의 하나인 이족(彛族) 민속을 연구차 사천성 양
산(양山)을 방문했다. 중국은 썰렁하나마 달을 완상하고 점을 치는 등 몇가
지 풍속이 전하지만 이족의 세시풍속에는 달을 중심으로하는 추수감사제적
명절이 전혀 없는 사실을 알고, 선조(先祖)로부터 추석명절을 선물로 받은
우리민족이 이 지구상의 어느 민족보다 복받을 민족이구나 하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오늘날 추석에는 저마다 관광을 떠나 관광지에서 차례를 지내는 신풍속도가
생겼다 한다. 이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새 풍속도라 손치더라도 제발 어른들
이여, 아이들 보학(譜學)을 잊지말 것이며, 향불 피우고 창문을 열어 조상
님이 오시다가 하늘에서 방황치 않도록 하소서.`명심보감' 열 번, 백번 읽히
기보다 산소 한번 데리고 가는 것이 자손을 위하는 길임을 우리 모두 자성해
야 할 것이다.

<김선풍,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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