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장:강위원, 전남대 총학생회장 이하 한총련)
은 지난 5일 서울대에서 4천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 유지웅.이
석씨 애도식 및 5기 한총련 출범선언대회'를 갖고 7일간에 걸친 출범식일정
을 마무리했다. 이번 한총련 출범식과정에서는 유지웅전경과 이석씨가 사망
하는 일이 있었다. 유지웅전경의 사망원인은 무리한 진압작전 도중 후진하는
페퍼포그에 치인 것으로 드러났으나 이석씨는 한양대에서 `프락치'혐의로 학
생들이 조사중 사망한 것으로 밝혀져 학생운동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현재 한총련은 이석씨의 사망과 관련해 각계각층의 비난을 받고 있다. 그
렇지 않아도 한총련은 지난해 연세대 통일축전 이후로 불거진 폭력성때문에
곤혹을 치루고 있었다. 물론 이씨가 정말 `프락치'이든 아니든 한 생명을 앗
아간 일은 결코 씻을 수 없는 중대한 잘못이다. 정부의 폭력성, 즉 고문과
인권유린을 규탄했던 학생들이 `프락치'혐의자를 그와 똑같은 방법으로 조사
한 것은 명백한 실책이다. 하지만 한총련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혐의
가 있는 학생들이 경찰에 출두 하는등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강위
원 한총련 의장도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일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도의적 책임을 다하고 어떠한 경찰수사와 법적절차에도 응하겠다'고 밝
히고 두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는 출범식 행사를 여는 등 자성의 움직임을 보
이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6월 1일까지 한양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출범식은 정부의
원천봉쇄 방침으로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지하철 2호선 한양대
역을 비롯 한양대 인근 지역까지 철저히 봉쇄해 학생들의 진입을 막았다. 한
양대에서 예정된 행사를 치르지 못하게 된 1만여명의 학생들은 `평화적인 출
범식 진행 보장, 대선자금 공개, 김영삼 정권 즉각 퇴진'을 외치며 많은 시
민들의 호응을 받기도 하였다.

한총련은 1일 고려대에서 중앙상임위원회와 임시 대의원대회를 잇달아 열
고 향후 투쟁방향과 출범식계획 등을 논의했다. 이날 한총련은 3일 한양대에
서 출범식을 반드시 개최하겠다라는 결의를 밝히고 뚝섬역에서부터 전경들의
저지전을 별다른 충돌없이 뚫고 한양대로 진입했으나 지난해 연대사태와 같
은 고립을 염려해 대부분이 다시 밖으로 나와 선전전을 벌이며 서울대 등 서
울시내 각대학에 지역총련별로 흩어져 들어갔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일주일
여에 걸친 전경의 진압작전 속에서 뜀박질, 노숙 등으로 극도로 피로해 있었
다. 5일 서울대에서 출범식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나선 많은 학생
들이 연행되었다. 정부의 과잉폭력진압으로 인해 2백여명이 구속되고 2천여
명의 학생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으며 중앙대 유수군(예술대 사진학과.
4)을 비롯해 중상자만도 2백여명이 넘는다.

한총련에 대한 무조건적 비난과 질타는 현상황을 왜곡시킬수 있다. 정권은
이번 일을 `대선자금 공개'와 `김영삼 조기퇴진'이라는 국민여론을 덮는데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의 강경일변도 대응과 언론의 왜곡보도는 학생들의 폭력성을 부각 시
키고 정권의 폭력적 탄압은 은폐시키고 있다.
이번 사태의 평가작업으로 인해 당분간 한총련 내부에서 열띤 토론이 오고
갈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지현찬 총학생회장은 이미 `중앙상임위 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생운동은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통일운동에서 그간 많은 공헌을 했다. 학
생들의 과격행동은 정부의 탄압속에서 자구의 노력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번 일로 인해 학생운동 전체의 반성과 함게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일은 경계
해야 할 것이다.

<윤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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