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2020년 아이를 장기간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했던 사건인데요. 피해 아동이 불과 생후 8개월에 불과하고 부모의 잔혹한 학대 속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올해 4월, 피해 아동 사망 563일만에 대법원은 가해자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해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앞서 1심은 가해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항소심(2심)에 이어 대법원도 감형을 유지했죠.

  다른 제도, 다른 판결 
  만약 정인이가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 있었다면 어떻게 보호받았을까요? 3가지 상황을 가정해보고자 합니다. 정인이 사건은 당시 아동학대 신고가 세 차례 있었습니다. 그러나 구조되지 못하고 모진 학대 끝에 세상을 떠났죠. A국에서는 과거 아동학대 사망 사건들을 분석함으로써 사망 원인과 아동 보호망 운영 체계를 관리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위원회를 조직했습니다. 또한 사후 처벌보단 사전 예방을 위한 가정 방문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죠.

  한국에서는 여전히 아동학대 사건에 관한 진상조사 체계가 미미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2월 여야 국회의원 139명이 국회에서 국가 차원의 아동학대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을 공동 발의했습니다. 해당 법안에는 아동학대 사망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 및 운영하는 것에 관한 내용 등이 담겨있는데요. 법안 발의 뒤 논의를 위한 소위원회가 열렸지만 여전히 결론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 B국에서는 아동학대를 신고할 때 자세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아도 됩니다. 신고자 또한 신고했다는 자체만으로 고소당하지 않도록 보호받고 있죠. 그러나 국내에서 대부분의 아동학대 사건은 피해 아동의 진술을 들으며 수사가 시작됩니다. 나이가 어린 피해 아동이 편히 고백하기 어려운 환경이 여전히 조성돼있는데요. 우리 사회에서 아동학대 문제를 가족 내부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형성돼있죠. 또한 피해 아동이 아픔을 편히 말할 수 없는 공간도 그리 많지는 않은 구조입니다.

  다른 사회, 다른 판결
  어느 C국에서는 부모의 자녀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일명 ‘사랑의 매’ 역시 처벌 대상이 되는 건데요. 훈육 명목으로 자녀를 체벌하는 것이 당연시돼온 우리나라와 가장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C국의 경우 가정은 물론 공공장소에서도 아동을 때리거나 벌주는 등 체벌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가해자는 최대 징역 10년 등 무거운 처벌이 따르죠.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로 보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정인이가 A국과 B국, 그리고 C국에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요? 피해 아동이 서는 법정에 따라 처벌 기준이 달라지는 사회입니다. 여러분은 학대당한 적 있으신가요? 비슷한 체격의 사람에게 맞아도 그 고통이 오래 지속되곤 하는데요. 아동학대는 나이가 어린 아이가 성인이 되고서도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는 범죄입니다. 학대로 인해 세상을 떠난 아이들을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고 반복될 수 있는 아동학대의 고리를 끊기 위해 해외 선례를 다각도로 제도적 고찰을 해야 할 때입니다. 피해 아동이 법정에 섰을 때 그 피해를 더욱이 공감할 수 있는 보호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정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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