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성을 넘어 하나의 새로운 사건을 창조하는 필립 파레노의 예술은 우리의 삶에 많은 물음을 던진다. 파레노가 던지고자 했던 ‘변화’와 ‘연결’이라는 삶의 형상이 예술에 녹아든 방식을 들여다봤다. 변화의 예술은 삶의 사건이 되고 필립 파레노는 찰나의 순간 발생하는 변화를 그의 작품에 가미했다. 그러한 파레노의 작품은 마치 삶과 변화를 다루는 철학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만 같은 여운을 선사한다. 김영호 명예교수(서양화전공)는 파레노의 작품에 철학적 사유가 녹아들었다고 전했다. “해체와 반복이 유기적으로 전개되는 순간들이 삶을 이루고 있다
“사물들이 목소리를 가지게 되는 순간 사물은 객체나 대상이 아닌 세계의 일부를 이루는 주체가 된다고 생각해요.” -필립 파레노, 브릿지경제 인터뷰 中전시장 내부의 복합적인 ‘소리들’은 외계 언어처럼 우리를 휘감아 또 다른 세계로 이끈다. 발을 딛는 순간, 우리는 관객이 아니라 이곳을 탐험하는 방랑자가 된다. 이해하고자 애쓸 필요도, 의미를 구태여 찾을 필요도 없다. 필립 파레노가 개인전 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예술의 심미(深美)를 따라 걸음 해본다. 리움에 태동을 불어넣다 알제리 태생의 프랑스 예술가인 필립
아방가르드(avant-garde)는 혁신을 외쳤던 예술 사조를 일컫는 말이다. 아방가르드는 18세기 전쟁터의 전위병을 뜻하는 프랑스의 군사 용어에서 출발한다. 혁신과 저항의 정신을 기저로 하는 아방가르드 예술은 한국에서도 꾸준하게 전위(煎衛)의 외침을 고하고 있다. 화폭에 일어난 예술의 혁명 아방가르드 예술은 관점에 따라 그 의미를 달리한다. 먼저 예술의 세계관에 한해 아방가르드는 기성 예술의 관념에서 탈피한 실험적이고 새로운 형식의 예술을 뜻한다. 유럽에서 일어났던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와 같이 새로운 형식의 예술 운동들을 이러한
문화부는 ‘전시가 끝나고 난 뒤’ 작품과 더 넓은 세상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번 호 문화부는 전시를 통해 아방가르드의 세계를 바라봅니다. 아방가르드는 기성 예술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는 혁신적인 예술 경향을 말하는데요. 한국의 아방가르드를 이끌었던 선구자, 수화 김환기 화백은 한국인의 공유적 정체성과 가치를 담은 여러 작품으로 현재까지도 깊은 울림을 주는 거장이죠.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회고하며 한국 아방가르드 예술이 지나온 길을 함께 걸어봅시다. 엄정희 기자 rligh
고독과 소외의 현실을 화폭에 담은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 그가 조명한 도시의 씁쓸함은 백여 년이 흘러 오스트리아 영화감독 구스타프 도이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인간의 본연적인 고독이 화폭을 넘어 스크린으로 옮겨왔을 때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영화 을 통해 살펴봤다. 회화가 영화가 될 때 ‘오마주(Hommage)’는 프랑스어로 존경과 경의, 감사라는 뜻을 지닌 말로, 영화에서 종종 활용되는 기법이다. 어원이 의미하는 바처럼 오마주란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자신이 존경했던 작가나 영향을
문화부는 ‘전시가 끝나고 난 뒤’ 전시회 작품과 더 넓은 세상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번 호 문화부는 전시를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호퍼는 풍요로운 대도시 속 고독함에 눈길을 두었는데요. 20세기에 그려진 작품이지만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그의 그림 속 도시의 고독은 그대로인 듯하죠. 그래서일까요? 호퍼의 작품은 오늘날까지 다양한 예술 장르에 영감을 주며 오마주로 회자되고 있죠. 호퍼가 바라본 세상, 그에 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 봅니다. 엄정희 기자 rligh
시대마다 달라졌던 죽음의 관념삶에 가치를 불어넣는 죽음 “무(無)가 존재를 결정한다” 인간의 마지막은 어떠해야 하는가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말했다. “죽음은 씨앗과 같다” 과육을 다 먹고 나면 씨앗만이 남지만 그 씨앗은 다시 또 다른 생명을 탄생시킨다. 그의 말처럼, 죽음은 죽음 그 자체에 머무르지 않는다. 필연적인 인간의 본질로서 자리한 죽음은 늘 삶에 대한 논의를 탄생시켜왔다. 시대를 따라 톺아보는 죽음 죽음이 존재하지 않은 시대는 없었다. 그 어떠한 조건도 죽음 앞에서는 효
문화부는 ‘전시가 끝나고 난 뒤’ 작품과 더 넓은 세상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우리의 삶은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이 이어지듯이 늘 연속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도 죽음이라는 끝맺음이 있죠. 인간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번 호 문화부는 죽음을 눈앞에 둔 이들을 담은 사진전과 고대부터 현대까지 죽음을 다룬 다양한 예술작품을 통해 죽음의 의미를 성찰해 봤습니다. 엄정희 기자 rlight@cauon.net“하루하루 죽어가는이 시간들을절대 헛되이
철학자 니체는 “사람은 분노가 아니라 웃음으로 남을 죽인다”고 말한다. 풍자(諷 刺), ‘풍자할 풍(諷)’과 ‘찌를 자(刺)’로 분해 된다. 즉 풍자는 바람처럼 가벼워 보이지만 언제든지 상대를 찌를 수 있는 날카로 움을 지니고 있다. 이름에 담긴 뜻처럼 풍자는 민중의 쾌한 유희이자 든든한 무기가 돼주었다. 역사와 발걸음을 나란히 한 풍자 예술은 시대를 반영한다는 말을 반증하듯 풍자 미술과 역사는 늘 함께해 왔다. 특정 시기에 한정돼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버린 미술 장르와
문화부는 ‘전시가 끝나고 난 뒤’ 작품과 더 넓은 세상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번 호는 서울에 상륙한 풍자의 대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를 담아봤는데요. 풍자는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 시대와 발걸음을 같이한 풍자의 이야기와 함께 한국에서 그려진 비릿한 웃음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엄정희 기자 rlight@cauon.net희망을 줄 것,겁내지 않을 것,기대치는 낮게 유지하기.무엇보다, 최정상에 오르는 걸 목표로 삼지 말기.-마우리치오 카텔란 『W』 인
초록빛 미학이 보내는 날 선 비판공생의 가치를 그리는 친환경 예술“이 땅 위에서 우리의 가슴 속에 편린 돼 있는 자연의 심성을 일구어나가는 과정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바깥미술회’의 생태 미술가들이 하늘에 바치는 맹세, ‘고천(告天)문’의 일부다. 생태 예술가들은 파괴되어 가는 자연을 대변하며 여전히 예술에 생태 담론을 녹여내고 있다. 환경 자체의 보호를 넘어 인간 존재의 의미를 천명하는 포스트 휴머니즘의 담론 속에서 생태 예술이 갖는 고유한 힘을 들여다봤다. 새
- 조윤지씨(33): “저는 어릴 적부터 물속에 있을 때의 고요와 평온을 좋아했습니다. 물속에 잠겨 있다 보면 이 공간에 나로서 존재하는 것 같았거든요. 나탈리 카르푸셴코의 사진전에도 이와 비슷한 감각이 담겨 있습니다. ‘Angel’ 테마의 시리즈는 특히 인상 깊었는데요. 전문 모델이 아니라 일반인이 작품에 등장하면서 작품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 것 같았습니다. 사실 우리가 지내는 모든 공간은 인간이 만들어낸 공간이잖아요. 우리가 만든 공간에서 놓치고 있던 풍경이 얼마나 많을까
전시가 끝나고 난 뒤, 관람객들은 출구를 빠져나옵니다. 전시회를 빠져 나오는 순간 그들과 혼재하던 전시의 세계는 막을 내리죠. 문화부는 전시가 끝나고 난 뒤 작가와 작품에 관해 깊은 이야기 를 해보려 합니다. 이번 호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말하는 과 함께 친환경 예술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엄정희 기자 rlight@cauon.net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인간과 자연이 분리돼 있다. 아파트가 빼곡한 도시와 나무의 초록이 만개한 숲, 신호등의 빛으로 흘러가는 도로와 물의
헌법 제9조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60여 년 동안 전통 문화를 위한 정책을 시행했으나 그곳에는 확연한 양지와 음지가 존재했다. 전통이 걸어온 길을 따라가 보며 관련 정책이 걸어갈 방향을 비추어 봤다. 전통 문화정책의 발자취 전통의 역사는 무구했으나 보존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며 국가 주도의 전통문화재 보호 법규가 마련 됐다. 10년 사이 보호의 범위는 문화재에서 문화예
어두운 가마에서 불과 흙이 빚어낸 예술이 깨어난다. 절제된 화려함에 취하다가도 표면의 잔잔한 결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흙이 뭉쳐져 불로 구워진 도자기는 자연으로 시작해 자연으로 완성된다. 자연의 예술 가운데 한 도공의 땀과 정성이 자리한다. 전통의 기법으로 수십 년 동안 묵묵히 도자기를 빚어 온 김상곤 도예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통을 굽는 불의 예술가 김상곤 도예가의 손길은 도자기를 넘어선 ‘불’을 빚어낸다. 불을 만들어내는 김상곤 도예가의 특별한 감각은 그가 전통 기법을 추구하는 이유와 맞닿아있다. &l
전시가 끝나고 난 뒤, 관람객들은 출구를 빠져나옵니다. 문화부는 전시가 끝나고 난 뒤 작품과 더 넓은 세상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번 호는 전통의 숨결을 담은 전시회를 통해 바라본 조선백자의 미(美)를 전합니다. 이 전통의 결을 잇는 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흙과 불, 그리고 인(人)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엄정희 기자 rlight@cauon.net바탕이 외관보다 나으면 거칠고,외관이 바탕보다 나으면 호화스럽다.외관과 바탕이 어울린 뒤에라야 군자답다.-『논어(論語)』옹야
145년의 유랑과 20년의 협상을 거쳐반환을 에워싼 양국의 꺼지지 않은 불씨협상의 결과는 마침표가 아닌 쉼표“우리의 의무는 아직 남아있다.”조선이란 뿌리 위에 기록 문화의 방대한 꽃을 피운 외규장각 의궤. 역사의 아픔 속에 아스라이 져버린 그 꽃을 다시 피워내기 위해서는 145년이 필요했다. 의식과 규범을 고스란히 담아냄으로써 조선의 예(禮)와 통치 철학을 이야기했던 외규장각 의궤를 둘러싼 한국과 프랑스의 치열한 대립의 현장을 따라가 본다. 빼앗긴 수백 년의 기록 수백 년간 조선왕조를 지탱했던 의식과 규범의 기
“성상(聖上)의 효심이 하늘에 닿아 날씨는 맑고 햇살도 빛나니기뻐하는 소신들의 심정 또한 그지없습니다”- 기사년 2월 28일 우부승지 박종훈 -외규장각 의궤는 조선의 정신적 근간이자 500년 역사의 문화를 담은 기록 유산이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가 약탈했던 이후 2011년 외규장각 의궤가 고향에 돌아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외규장각 의궤의 임시 반환 10주년을 기념하며 전시를 선보였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곳은 2023년 서울이 아닌 조선시대 외규장각이 된다
“예술은 선언하는 것이다” 꼭 아름다워야만 하는가‘추’가 있기에 ‘미’도 존재한다 역경 속에 피어난 꽃의 진가 아름다운 줄만 알았던 예술계에 파장이 닥쳤다. 배설물과 죽음, 혈의 형태로 감히 예술의 반열에 오르고자 한 추한 것들. 역설적으로 이들은 추했기에 아름다울 수 있다. 전통 미학 체제의 전복을 꾀하고 당당히 추함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주장한 이들은 아브젝트다. 아브젝트, 예술계의 이단아 아브젝트 예술의 기폭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었다. 당시 광신적인 애국주의와
자유낙하 상태의 물체는 목적지가 불분명하다. 어디가 출발점이고 낙하지점인지 모른 채 낙하자는 계속해서 공기의 역행을 타고 흐른다. 목적지의 불분명함과 자신에 대한 불신은 우리에게 늘 두려움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은 곧 자유로운 삶을, 방향을, 관념을 제시한다. 고착화된 삶의 방향을 벗어나면서 말이다. 경계 없는 공간으로부터 서울특별시(서울시) 중구 덕수궁길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전시회 가 열렸다. 해당 전시는 세 개의 목차 ‘이야기의 조건 : 너머의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