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처벌 규정 
증명하기 어려워 
학대 감수성 키워야 

단 2%.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중 학대 행위자로 부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사건의 약 83.7%를 차지한다. 반면 형사처벌이 이뤄진 사례는 전체 사건의 약 2%에 불과했다. 늘어나는 범죄에 비해 모순적인 결과다. 아동학대 관련 법률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실상은 달랐다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도 포함된다. 여전히 모호한 규정과 낮은 형량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아동학대 유형을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방임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 아래 어떤 행위가 아동학대인지 판단하기엔 쉽지 않았다. 허용 법무법인 인 변호사는 학대 행위를 구분하기 어려운 현실에 관해 설명했다. “어떤 행위가 아동학대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아동복지법」에서 정의되는 아동학대에 관한 정의 규정 자체가 모호해 구체적인 사례에서 해석의 여지가 많은 상황이에요. 여러 판례가 해석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판단하기 쉽지 않죠.”

  모호한 규정은 다양한 학대 유형을 포괄하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졌다. 2000년대 이전 「아동복지법」에서는 아동학대 처벌 대상에 정서적 학대를 포함하지 않았다. 정서적 학대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짐에 따라 2010년부터 정서적 학대를 처벌 대상으로 포함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정서적 학대 판단은 수사기관과 법원의 학대 감수성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2017년 모 부부는 2년 동안 피해 아동들을 양육하기 싫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표시하면서 가재도구를 집어 던지거나 흉기로 배우자에게 상해를 입히는 등 과격한 방식으로 지속적인 부부싸움을 벌였다. 1심 법원에서는 피해 아동들의 양육 문제로 부부싸움을 한 것은 부부 사이의 싸움에 불과했다고 봤다. 또한 정서적 학대행위를 할 고의는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2심)과 대법원에서 이를 정서적 학대행위로 인정하며 판결을 뒤집었다. 피해 아동을 가리키며 데리고 살기 싫다는 이유로 심한 욕설 및 싸움을 한 사실을 미뤄 확정적 고의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허용 변호사는 아동학대 감수성에 따른 판결 차이를 설명했다. “사실 2심 및 대법원은 1심과 달리 아동학대로 인정했지만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하고 있어요. 중대한 사건임에도 아동학대를 인정하지 않은 1심 법원은 그만큼 아동학대 감수성이 부족했다고 해석할 수 있죠.”

  입증하기 힘든 현실
  사건 경위나 피해 사실 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했다. 대부분 아동학대 수사는 객관적인 증거 수집보다 피해 아동의 진술에 의존한다. 박우근 법무법인 동진 변호사는 실제 피해 진술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를 말했다. “아동학대는 가정이나 어린이집, 유치원 등 보호 양육하는 장소에서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게 발생합니다. 이 경우 피해 아동의 진술도 확보하기 어렵죠. 연령대가 더 높은 아동의 경우도 부모나 선생님 등 자신의 보호자가 자신을 학대했다는 진술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아동학대를 발견하기 어려운 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효과적인 사전 예방조차 힘든 실태였다. 허용 변호사는 사전 적발이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을 통해 아동학대 신고 절차를 규정하는 등 예방적 제도가 존재하고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 가정 내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사건 특성상 사전 적발이 쉽지 않습니다.” 김경란 교수(광주여대 유아교육과)는 사망 시점에 피해 사실이 드러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어린이집 교사 등이 신고해도 사망에 이르는 경우에서야 피해 사실이 더 노출됩니다. 대부분 가정 내에서 범죄가 발생하기에 학대가 반복되거나 학대를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이 있죠.”

  박동균 교수(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는 낮은 신고율을 지적했다. “사회적으로 훈육이라고 생각해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가정 등 은밀한 공간에서 일어나 발견하기도 어려워요. 피해 아동의 모습을 살펴 신고하는 게 필요하죠. 주위의 작은 관심과 신고가 한 생명을 살리기도 합니다.”

  감형으로 인한 낮은 형량은 아동학대를 양산했다. 아동학대 행위에 대한 법정형은 성적 학대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그 밖에 학대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한다.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 이 마련되면서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 아동보호를 위한 조치가 마련됐다. 다만 현재 아동학대처벌법이 시행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났고 여전히 피해 아동의 보호 관점에서는 아동학대 행위를 한 부모에 대한 법적 조치가 제한된 측면이 있다.

  박우근 변호사는 훈육의 동기 인정 여부에 따라 법정형이 달라지는 경우를 설명했다. “법정형을 기준으로 볼 때 아동학대의 처벌 수위가 다른 범죄와 비교해 낮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실제 양형에 있어 훈육의 동기가 인정돼 감형되는 등 법정형보다 훨씬 낮은 처벌이 선고되는 사례가 종종 있죠.” 허용 변호사는 양형 결정의 부적절성에 관해 덧붙였다. “최근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양형을 더욱 강화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에요. 예컨대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감형하거나, 다른 자녀를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감형하는 사정 등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허점을 보완할 대안에 관해 논했다. 박동균 교수는 처벌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부모와 보육교사, 사법부 등 모두 아동 인권에 관한 올바른 인식을 지녀야 합니다. 힘없는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서 더 강력히 처벌해야 해요.” 박우근 변호사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감안했을 때 강력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라고 생각해요. 처벌 수위만 높인다고 해도 훈육 등이 지나치게 용인되면 범죄가 근절되지 않죠.”

  박동균 교수는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친밀한 공간에서 일어나면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주위에서 관심을 두고 신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울음이나 비명소리 등이 지속되거나 어른들을 회피하거나 집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 등을 포착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허용 변호사는 피해 아동보호를 위한 시설의 한계를 시사했다. “아동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할 물적 및 인적 설비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에요. 적절한 시설로의 피해 아동보호를 위한 조치가 행해지지 못하고 있죠. 이러한 부분들이 보완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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