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일어나는 여러 사회적 사건과 이를 둘러싼 쟁점을 논의함으로써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습니다. 사회와 경제, 범죄 등 다양한 현안의 이슈에서 법과 제도의 한계를 분석하고자 합니다. 수원시 세 모녀 사건, 창신동 모자 사건 등 최근에도 복지 사각지대 사건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쪽방촌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사회부는 쪽방촌의 현실을 알아보고 복지 서비스 및 제도를 진단해봤습니다. 이정서 기자 seo@cauon.net 사진 조현덕 기자

 

쪽방촌 어느 건물 내부의 모습이다. B씨와 C씨는 이곳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다.
쪽방촌 어느 건물 내부의 모습이다. B씨와 C씨는 이곳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다. 사진 조현덕 기자

턱없이 부족한 정부 지원 
자활 위한 지원 필요해 

냉·난방 시설 부족해 
노후 시설에 안전사고 위험

쪽방은 보통 방을 여러 개의 작은 크기로 나눠서 한 평이 채 되지 않는 방에 한두 사람이 지낼 수 있도록 만든 곳이다. 쪽방에 사는 사람들은 냉·난방이 되지 않는 작은 방에서 공용 부대시설을 이용하며 살아가지만, 제도적·경제적 이유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하루를 살아간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어려움을 알아보고 그 실태를 들여다봤다. 

  어깨 너머로 듣는 현실 
  9일 오후 7시경 서울특별시 용산구에 위치한 한 쪽방촌은 인근에 위치한 지하철역의 밝고 깨끗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대로변으로는 고층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지만 쪽방촌 거리 내부에는 문조차 없는 쪽방 건물들이 붙어 있었다. 쪽방촌을 걸으며 흘긋 본 건물 입구 틈으로 보이는 내부는 전등이 없거나 어두워서 안을 제대로 식별하기 어려웠다. 거리에도 지나다니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으며 구석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만 들려왔다. 

  쪽방에는 주방 시설, 보일러와 냉장고 등과 같이 필수적인 시설도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쪽방촌에서 작년부터 봉사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정우제 사랑나눔 재가노인복지센터 센터장은 시설 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이 많다고 전했다. “보일러가 없어서 한 평쯤 되는 방에서 따뜻한 물을 직접 끓여야 하고 주방 시설도 없다 보니 상당히 위험한 생활을 하곤 합니다. 그마저도 스스로 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신체상의 이유로 도움이 필요하신 분도 많아요. 지원받은 생필품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냉장고조차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세탁실과 화장실, 샤워실과 같은 부분마저 대부분의 쪽방에선 공용으로 사용한다. 정우제 센터장은 한 평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공동으로 써야 하는 시설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씻기 위해 반 평정도 되는 공간을 공용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심지어 센터에 상담을 받으러 오는 분 중에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공용화장실을 자주 사용하는 게 꺼려져 물도 많이 먹지 않는 경우도 있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안정된 주거 공간 없이 거리나 공원, 역사, 쉼터, 쪽방 주민을 포함한 노숙인은 지난해 기준 전국 1만 4404여 명에 달한다. 쪽방촌 주변 근린공원에서도 벤치나 바닥에 누워있는 노숙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정우제 센터장은 쪽방에도 거주하지 못하는 노숙인의 경우 복지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현실을 설명했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생계지원금 같은 경우 행정복지센터에 등록해야 하는데 본인의 주소지가 아닌 경우 지급이 어렵습니다. 그나마 쪽방촌에 계신 분들은 주소지를 이전할 수 있지만 노숙인의 경우 그런 과정이 힘든 부분이 있어요.”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복지 서비스의 혜택을 받더라도 어려움이 지속되는 문제를 언급했다. “생계비의 경우 1인 가구 기초생활수급자에게 58만원 정도가 지급됩니다. 이를 통해 생필품을 비롯한 수도·광열비를 부담하죠. 쪽방에 거주하는 분들은 주거 급여를 초과한 월세까지 지출한다고 가정하면 굉장히 적은 금액입니다. 필요한 돈을 일하면서 벌고자 해도 최저임금 일자리를 구하게 되면 지급되는 생계급여가 중지되기 때문에 탈수급과 탈빈곤이 이루어지기 힘든 구조예요.”  

  정우제 센터장도 현장에서 비슷한 사례를 자주 접한다고 덧붙였다. “근로 의욕이 있는 중장년층이 많아요. 하지만 다들 생계급여를 받고 생활하는데 근로를 시작해버리면 정부 지원이 줄어들죠. 전체적인 수입이 감소하니 쉽게 일을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쪽방촌 이야기 
  각각의 쪽방 건물들은 모두 비슷한 구조에 많은 방이 붙어 있었다. 공동 계단은 울퉁불퉁하며 어둡기까지 해 언제 발을 헛디뎌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해당 건물 쪽방에 거주하는 A씨(39)는 건물의 어두운 환경이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불이 켜져 있어야 내려가기 편안한데 거주하는 건물의 경우 불이 없어서 통행하기 까다로워요. 내려갈 때 넘어질까 봐 걱정도 되고 실제로 밤에 넘어지는 소리도 많이 들리니 심적으로도 힘들죠.” 

  쪽방 계단을 오르니 공동 세탁실에서 나오는 B씨(50)를 마주쳤다. 10년 이상 쪽방에 거주한 B씨는 몸이 성치 않은 상태지만 밤에 일을 나가는 등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다. B씨와 C씨(56)가 함께 생활하는 쪽방(하단 사진)은 성인 4명이 겨우 앉을 정도의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눈에 띄는 주방 시설도 없었지만, 이들은 쪽방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방 한켠에는 각종 가구와 생필품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정우제 센터장은 이곳은 좋은 편이라며 더 열악한 시설이 많다고 전했다. “여기는 따뜻한 물도 잘 나오고 필요한 것들이 대부분 있지만 이런 것들이 갖춰지지 않은 곳이 너무 많아요. 옷가지들도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는 분도 계시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일반적인 동네에서도 치안과 안전한 거리는 삶에 있어 중요한 요소지만 쪽방촌 주민에게 치안 서비스의 필요는 무엇보다 현실적인 문제였다. 경찰청에 따르면 해당 쪽방촌에 위치한 한 공원으로 112 신고가 접수된 기록은 2018년 기준 약 100건에 달한다. 이는 여타 안전 등급 C등급 공원 중에서도 높은 신고 수다. B씨는 인근에서 강력범죄가 일어났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불안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주변은 살인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며칠 전에도 뒷골목에서 칼에 사람이 찔렸다는 말이 들렸죠. 밤에 밖에 나가는 게 꺼려질 정도입니다.” A씨는 수시로 순찰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24시간 단속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CCTV 수가 많아지고 순찰이 강화된다면 거리가 안전해질 거 같아요.” 

  많은 방과 건물들이 좁게 붙어 있는 쪽방 특성상, 주민들 사이에선 고성방가에 관한 이야기도 오갔다. C씨는 일부 취한 주민이 행패를 부렸던 경험을 말했다. “종종 취객들 간의 언쟁이 오갈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서로 폭력을 쓰고 싸움이 커지는 상황도 있죠.” A씨는 공감하며 비슷한 경험을 떠올렸다. “방 맞은편 2층에 술만 마시면 욕설을 쓰며 위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욕하면서 집으로 들어가곤 하는데 혹여나 흉기를 들고 찾아올까 봐 아무 말 못하던 기억이 있네요.” 

  정우제 센터장은 쪽방촌 사람들을 위한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경우도 있잖아요. 불안하니까 술과 담배를 찾으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쪽방촌 사람들을 위한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문화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성철 사무국장은 법에 명시된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지원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기초생활보장법)에선 해당 법에 따라 지급하는 급여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명시합니다. 하지만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나오는 급여로는 문화생활은 물론 건강한 식생활마저 할 수 없는 점이 있죠.” 

  쪽방촌은 방을 비롯한 모든 시설이 한 평 내외의 크기로 이뤄져 있었다. 주거 환경부터 생필품까지 쪽방에는 모든 것이 부족해 보였지만 생계급여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와 같은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기자가 만난 주민들은 웃음을 잃지 않고 생활하고 있었지만 그러한 환경을 일반적으로 ‘건강하고 문화적이다’라고 표현하진 않을 것이다. 미흡한 제도와 더불어 이웃의 어려움을 모르는 사회적 인식이 지속된다면 쪽방촌에 거주하는 사람에겐 올해 겨울도 남들보다 더 차갑게 다가올 것이다. 정부와 시민 할 것 없이 이웃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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