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일어나는 여러 사회적 사건은 이를 둘러싼 쟁점을 논의함으로써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습니다. 사회와 경제, 범죄 등 다양한 현안의 이슈에서 법과 제도의 한계를 분석하고자 합니다. 대학가 인근에는 범죄의 경고등이 켜졌는데요. 최근 원룸촌 연쇄살인, 주거침입 등 다양한 범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정서 기자 seo@cauon.net

흑석동 주택가 골목에 훼손된 가구들이 방치돼있다
흑석동 주택가 골목에 훼손된 가구들이 방치돼있다. 사진 조현덕 기자
두 개의 가로등만 켜진 상도동 원룸촌 거리, 두려움에 발걸음이 주춤해진다.
두 개의 가로등만 켜진 상도동 원룸촌 거리, 두려움에 발걸음이 주춤해진다. 사진 조현덕 기자

불충분한 방범 시설
불안과 공포가 일궈진 밤

범죄 예방에도 부익부 빈익빈? 
안전의 지팡이 구축해야 

대학가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모여있습니다. 공부하기 위해 고향에서 상경한 사람, 생계유지를 위해 작은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사람 등 다양한 이들이 있는데요. 중앙대 서울캠 인근 지역은 얼마나 안전할까요? 기자는 대학가 치안 문제에 집중해 상도동, 흑석동의 원룸촌과 주택가 현장을 들여다봤습니다.

  밤이 두렵다 
  대학가 주변 원룸이 모여있는 골목 주변을 먼저 살펴보았습니다. 기자는 오후 8시경 상도동에 자리 잡은 원룸촌을 찾았습니다. 차가 지나다니는 큰 길가는 비교적 어둡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원룸촌 골목길로 들어가 보니 확연히 차이가 났습니다.

  빌라와 원룸이 있는 상도1동은 가로등이 듬성듬성 설치됐거나 아예 없는 골목이 있었습니다. CCTV 또한 찾아보기 힘들었죠. 상도역 인근에서부터 강남초등학교로 올라가는 길에도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시야를 흐리기도 했습니다.

  어두운 가로등과 눈에 띄지 않는 CCTV는 늦은 시간 귀가하는 학생들에게 불안을 더했습니다. A학생(공공인재학부 2)은 늦은 시간에 학교 주변을 다닐 때마다 무서웠던 경험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원룸이 밀집한 지역은 가로등이 부족해 밤에 귀가할 때마다 불안합니다. 상도동과 중문 인근 원룸촌에는 가로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도 많죠. 작동되더라도 주변을 비추기에 충분하지 않아요.” 김서영 학생(공공인재학부 1)은 후문에서도 밤길이 어두워 걱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학교 후문 쪽 가로등이 열악하다고 생각합니다. 후문에서 상도역으로 이어지는 길뿐만 아니라 강남초등학교로 가는 골목길에도 설치가 잘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죠.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는 늦은 시간이면 골목을 걸어가는 게 어두워서 무서워요.”

  희미한 불빛에 도사리는 위험
  다음 날 오후 9시경 방문한 흑석동은 상도동보다 치안 환경이 열악해 보였습니다. 동작구 서달로 쪽은 비포장도로와 노후화된 건물들이 시선을 끌었죠. 철거 예정인 건물이나 공가 등 인적이 드문 곳에는 가로등이 거의 없어 발걸음을 주춤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상도동과 달리 흑석동의 어두운 거리를 밝히는 것은 주황색의 가로등이었는데요. 주황색의 불빛은 하얀 LED 조명보다 주변 환경이 그리 밝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야간 골목길에 으슥한 분위기를 자아냈기도 했죠.

  드문 불빛 사이로 비친 거리에는 흩어져있는 공장 자재나 훼손된 가구들도 있었습니다. 바닥에는 깨진 유리 조각들이 산재한 길도 존재했는데요. 상도동에서 자취한다고 밝힌 김서영 학생(공공인재학부 2)은 정돈되지 않은 주변 환경이 불안함을 조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습니다. “상도동보다 흑석동이 치안이 좋지 않다고 체감하는 이유에는 정돈되지 않은 교통이나 주변 분위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술집이 많은 흑석동은 새벽이 되면 취객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등 정돈되지 않은 분위기여서 살짝 불안한 것 같아요.”

  남휘주 학생(화학신소재공학부 3)은 학교 주변에 정비되지 않은 환경이 존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부 도로에는 보도블록 배열이 정비되지 않다고 느낀 적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골목이나 거리에 공사 중인 건물이 많아 통행의 불편함을 겪기도 했죠. 거리에 방치된 전선이나 공사 자재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달로에서 현충로로 지나가는 골목에는 ‘CCTV 촬영/녹화 중’이라는 경고문과 함께 CCTV가 설치돼있었습니다. 좁은 건물 틈이나 골목을 소수의 카메라로 비추기엔 한계가 있어 보였습니다. 상도동에서 자취 중인 김서영 학생은 CCTV 개수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확실히 학교 주변에 CCTV가 충분치 않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흑석동과 상도동의 대로변은 괜찮지만 원룸촌 쪽으로 가면 골목도 좁고 매우 어둡습니다. 지금까진 범죄를 경험한 적은 없지만 골목을 걸을 때면 무섭기는 하죠.”

  흑석동에서 약 5년째 렌즈 가게를 운영하는 조영정씨(36)는 다양한 구간을 비추는 CCTV가 많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솔직히 CCTV가 어디에 설치돼있는지 모르겠어요. 주변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경찰이나 사고 당사자들이 내부에서 바깥쪽에 찍히는 CCTV가 있는지 물어볼 때가 종종 있죠. 아무래도 외부에서 그런 부분이 부족했기 때문에 가게에 물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치안의 사각지대
  이미 어둠에 깊게 깔린 밤. 기자는 상도1동 주택가 골목에 들어섰습니다. 해당 공간은 미로처럼 얽힌 좁은 골목이나 높은 계단이 있었습니다. 그곳을 차로 순찰하기는 어려워 보였죠. 더불어 늦은 시간 홀로 어두운 길을 걸어가기엔 동행자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시민들은 경찰이나 자율방범대 등의 순찰 횟수나 시간대에 관해 각기 다른 입장을 표했습니다. 흑석동에서 철물점을 하는 정현석씨(35)는 최근 주변에서 순찰하는 경찰이나 ‘안심귀가 도우미’를 본 적이 거의 드물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인욱 학생(전자전기공학부 1) 역시 주위에서 순찰하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죠.

  상도동 쪽에서 자취하는 B학생(경제학부 4)은 순찰 현황에 관한 개인적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이 항상 순찰하거나 상주하는 모습들을 종종 봤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자리에 서서 있는 경우도 많았죠. 경찰차로 거리를 자주 순찰한다면 학생들이 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순찰 이외에도 다양한 범죄 예방 관련 서비스가 흑석동과 상도동을 지키고 있었는데요. 지난해부터 동작구는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는 늦은 밤 귀가하는 여성이나 청소년이 대원과 약속한 장소까지 만나 집까지 동행하는 사업이죠.

  중앙대병원에서부터 흑석동 원룸촌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바닥에 크게 그려진 ‘여성안심귀갓길’ 문구 또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여성안심귀갓길 사업은 특정 구역을 지정해 여성들이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동작구에 오랜 기간 거주해온 C동문(사회복지학부 12학번)은 해당 서비스의 실효성에 관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상도동 도로에 여성안심귀갓길로 표시해둔 구간이 있는데 늦은 시간 그곳을 지나갈 때 막상 그렇게 안전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비교적 상도1동은 흑석동보다 학생들이 자취하기에 방범 시설이 잘 구축돼있다고 느끼곤 해요.”

  방범에도 빈부격차 존재해
  개인적 공간도 그리 안전하진 않았습니다. 원룸촌 골목길을 걸어가다 보면 빌라나 개인 주택마다 별도의 보안 시설을 구비한 곳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상도동에 거주하는 D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3)은 귀갓길 학교 주변에서 취객을 만난 경험을 전했습니다. “취객이 집 앞까지 따라온 적이 있습니다. 당시 상도역 버스 정류장부터 집 앞까지 따라와 약 30분 동안 동네를 걸어 다녔죠. 캠퍼스 주변보다는 흑석동이 상도동의 원룸촌 주변에 가로등이 어둡거나 노후화된 곳도 많은 것 같아요.”

  거주하는 원룸의 방범에 대해 학생들은 다양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상도동에 사는 김서영 학생은 거주하는 원룸의 방범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저희 집은 CCTV가 설치해있고 큰길 쪽에 위치하다 보니 그렇게 무섭진 않아요.” 반면 원룸촌 보안 시설의 차이를 경험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상도동에서 자취 중인 박인욱 학생은 거주하는 원룸의 보안 시설이 단순하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사는 집의 보안 시설은 현관 비밀번호 정도뿐입니다. 확실히 월세나 전세 금액 차이에 따라 보안 시설 차이가 느껴지는 것 같긴 해요. 제집과 달리 지인의 집에는 엘리베이터에 CCTV가 설치되는 등 관리가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상도동에 사는 김서영 학생은 보안 시설 차이에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단순히 집세에 따라 보안 시설이 차이가 있다기보단 집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좋은 집인데도 CCTV가 없는 곳도 있고 단순히 넓어서 비싼 경우도 있는 것처럼요.”

  해가 지고 난 뒤 기자가 걸은 중앙대 대학가는 그리 안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어두컴컴한 밤이면 마음을 조아리며 걸어가는 기자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죠. 거리마다 듬성듬성 놓인 가로등과 정확히 어디를 가리키는지 알 수 없는 CCTV 등이 무서움을 유발하기도 했는데요. 학생들과 주민들도 기자가 느낀 불안전한 치안에 공감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대학가 속 모두를 지키는 안전의 지팡이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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