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에는 빛조차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상도동 원룸촌과 인접한 강남초등학교 앞. 늦은 밤 한산해진 대로변 모습이다. 원룸촌 골목보단 밝고 안전한 느낌을 주고 있다.
흑석동 좁은 골목길, 깜빡거리는 주황색 불빛은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범죄 예방 방안 실효성 의문
시민이 공감하는 대안 필요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남과 동시에 이를 노리는 범죄 역시 증가하고 있다. 과연 대학가는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공간일까? 실제 형사정책연구원의 「1인가구 밀집지역의 안전실태와 개선방안」(박준휘, 2017)에 따르면 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 모두 1인 가구 밀집지역이 비밀집지역에 비해 약 2~3배 높은 발생률을 보였다. 중대신문은 대학가 주변의 범죄 사건을 중심으로 범죄 예방 방안의 실효성에 질문을 던졌다.

  안심할 수 없는 우리 동네

  2019년 5월 서울특별시 신림동의 원룸촌에서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뒤따라가 약 10분 이상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 등 주거침입을 시도했다. 범인은 피해자를 본 후 원룸까지 약 200m를 따라가 엘리베이터를 탄 후 피해자가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문을 잡았지만, 가까스로 문이 닫히면서 집으로 들어가는 데는 실패했다. 해당 사건의 범인은 문 앞을 서성거리며 문고리를 잡거나 라이터를 켜 비밀번호를 알아내고자 시도하는 등의 행각을 보였다. 사건이 발생한 신림동을 포함한 원룸촌 대부분은 빼곡히 들어선 빌라와 어두운 골목으로 범죄에 안심할 수 없는 환경이다.

  「대학가 주변 1인가구의 주거환경 실태조사 및 범죄불안감 연구」(안은희, 2018)에선 주거 시설에 대체로 안전하다고 느꼈지만 주거 지역에 대한 불안감은 대체로 높은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 배경에는 범죄 예방시스템 설치가 미흡하다는 사실이 있었다.

  지역 주민 역시 평소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김서영 학생(공공인재학부 2)는 통행하기 꺼려지는 곳이 있다고 전했다. “흑석과 상도 쪽 어두운 골목을 들어가면 조금 무섭긴해요. CCTV가 잘 없는 곳이 있다고 생각해서 안전하다고 마음 놓일 정도는 아닙니다.” A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3)은 노후화된 가로등을 언급했다. “캠퍼스와 가까운 곳은 괜찮지만 흑석과 상도 원룸촌 곳곳에 사각지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전한 도시를 위한 시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경찰과 지자체 등 유관 기관에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기존에는 CCTV 확충과 순찰 강화 등의 방식으로 범죄를 예방하고자 했다. 최근에는 도시 환경을 설계함으로써 범죄를 어렵게 하는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셉테드)’와 같은 방안을 활용하고 있다. 셉테드 요소로는 ‘여성안심귀갓길’에서 볼 수 있는 LED 가로등과 ‘쏠라표지병(충전식 태양광 바닥 조명장치)’, ‘로고젝터(전봇대나 가로등 등의 바닥에 특정 문구를 투영하는 장치)’ 등이 있다.

  서원석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원룸촌 주변 지역의 안전을 위해 셉테드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가는 상업과 주거 시설 등 복합적인 개발이 이뤄집니다. 하나의 용도로 개발하기 쉽지 않기에 난개발이 이뤄지면 물리적으로 낙후될 가능성이 크죠. 물리적 환경 개선이 필요한 지역을 보다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셉테드가 연구되고 있어요.”

  이형복 대전세종연구원 지속가능연구실 선임연구위원도 범죄 예방을 위해 원룸촌에 적용되고 있는 셉테드 설계를 언급했다. “원룸의 공동현관은 유리로 된 부분이 많습니다. 미러 시트를 붙여 출입할 때 본인의 뒤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들면 범죄를 사전에 감시할 수 있죠. 그리고 골목길 가로등의 조도를 높게 하거나 일정 조도 이하가 되면 도로에 불을 밝히는 쏠라표지병을 설치할 수도 있어요. 이러한 셉테드 요소들이 범죄 심리 위축과 더불어 시민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셉테드 사업을 추진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서원석 교수는 예산 문제와 정책상의 한계를 지적했다. “물리적 환경 개선에는 상당히 많은 재원이 들어갑니다. 한정된 예산에서 셉테드를 적용하다 보니 관련 정책이 추진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죠. 각 지자체가 셉테드를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예산상 문제때문에 우선순위로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이형복 위원은 셉테드를 위한 법적 근거를 보완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셉테드를 적용하기 위한 지자체의 조례는 대부분 마련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그 상위법이 부재한 상황이죠. 상위법이 있다면 소관 부처도 생길 것이고 예산도 따로 배정되는 등 사업 추진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근거가 생깁니다.”

  유명무실한 범죄 예방?

  셉테드를 활용한 범죄 예방 방안에 대해 시민들은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흑석동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정현석씨(35)는 여성안심귀갓길 시행에 관해 긍정적이었다. “요즘 여성안심귀갓길 같은 게 많이 보이더라고요. 다른 곳에 비해 더 밝아 안심됩니다.” 반면 김서영 학생은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여성안심귀갓길은 본 적 없지만 보행자가 안심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문구가 담긴 로고젝터를 본 적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안심이 되지는 않아요.”

  한편 전문가들은 셉테드 사업의 목적이 범죄 예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서원석 교수는 셉테드가 범죄를 줄이기보다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점을 언급했다. “셉테드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가지고 있는 불안함을 감소시켜주는 목적이 핵심입니다. 범죄율 감소에만 집중해 셉테드 적용이 불필요하다는 이야기는 핵심 목적을 비껴간 질문이죠.” 이형복 위원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셉테드 사업으로 범죄가 줄었다는 것을 계량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셉테드 사업을 거친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심리적 안심과 만족감은 뚜렷하게 보이죠.”

  범죄 없는 거리를 위해

  안전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다양했다. A학생은 대학가의 특성에 맞춰 방범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대학가의 특성상 원룸촌 근처에 술집이 많아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로등과 CCTV를 사각지대 없이 설치하고 대피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야 합니다.” B학생(공공인재학부 2)는 치안 시설보다 치안 활동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학생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순찰 횟수를 늘리거나 밤 시간대에 순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학생들은 거리에 배치된 비상벨 등 보안 장치의 기능이나 사용법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남휘주 학생(화학신소재공학부 3)은 비상벨과 치안 시설에 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CCTV와 같은 치안 시설과 비상벨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러한 장치를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C학생(산업보안학과 3)은 안전한 거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범죄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담배꽁초와 가래, 쓰레기로 덮인 거리에서 범죄 발생률이 높을 것 같아요.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고 조명을 설치하는 등 환경을 개선하면 좋겠습니다.”

  대학가 원룸촌의 사건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시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남은 과제가 많아 보인다. 관계기관은 주민의 목소리를 들어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동시에 체계적인 법 정비도 이루어져 범죄 예방을 위해 가능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미 갖추어진 CCTV와 비상벨 같은 방범 시스템도 사용법과 위치 등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하는 등 범죄 예방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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