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학대는 말할 수 없는 동물에게 행해진다. 동물은 잔혹한 학대를 당했음에도 고통을 전할 수 없다. 학대 동물들은 어떻게 고통을 느끼고 있을까. 간접적으로 학대 동물의 아픔에 귀 기울였다. 

  처참히 살해당한 동물
  「동물보호법」은 ‘동물 학대’를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등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같은 법 제8조에 따라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아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 ▲도구·약물 등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해 상해를 입힌 행위 등을 금지한다.

  동물 학대는 범행 수법과 유형이 점차 잔혹해진다. 9월 청주에서 흉기로 강아지의 신체를 훼손했다. 한 살배기 새끼는 눈과 발 등에 심각한 자상을 입었다. 누군가 고의로 행해진 결과로 추정되고 있다.

  동물을 향한 학대 피해 양상은 상상을 초월했다. 1월 A씨는 고양이를 여러 차례 흉기로 잔인하게 학대했다. 경찰 조사에서 고양이가 물어서 홧김에 저질렀다며 범행 이유를 밝혔다. 미디어상에서도 학대의 잔혹함이 드러났다. 최근 100여 명이 넘는 참여자들이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야생 동물 학대 영상과 사진을 공유하는 만행이 적발되고 있다. 소위 ‘동물판 n번방’이라고 불리는 채팅방에서 참혹한 학대 사진 또는 영상을 올리거나 범죄를 모의하기도 했다.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동물 학대 범죄가 일어나는 이유를 분석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폭력성이 지녀요. 이를 해소하지 못하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죠. 가해자 대부분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학대합니다.” 송영한 교수(강원대 동물자원과학과)는 가해자가 동물 학대를 행하는 심리를 설명했다. “다른 개체에 고통을 주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가해자의 정신적 문제가 가장 클 것으로 판단돼요.” 

  “제 고통을 들어주세요” 
  동물 학대는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서적 위협의 형태로도 일어난다. 주인과 떨어져 혼자 남게 되는 반려동물이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것도 그중 하나다. 송영한 교수는 동물도 감정이 있어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나 고통을 받은 동물은 생리적으로 스트레스성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고 장기화하면서 이상행동을 보입니다. 면역력 저하로 질병에 취약해지기도 하죠.”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의 특정 행동 특성을 제약할 경우 동물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 학대가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은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높은 구조물에 올라가는 등 동물마다 표출해야 하는 행동들이 있습니다. 이를 제약받으면서 오는 좌절감도 동물에게 부정적 영향이 될 수 있어요.” 

  학대 동물들이 생물학적으로 치료받기 어려운 구조도 있었다. 전채은 대표는 인간과 달리 교정하기 어려운 동물의 인식 구조를 설명했다. “동물 학대가 다른 범죄보다 위험한 이유는 동물의 뇌 구조상 인간보다 감정 등에 쉽게 영향받기 때문이에요. 공포에 사로잡힐 때 공포에서 잘 헤어 나오지 못하죠. 그래서 동물의 트라우마는 인간과 달리 거의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고통을 줍니다.” 

  송영한 교수는 학대 동물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전했다. “동물들은 그들이 기억하는 충격적 장면을 보면서 과잉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다양합니다. 특히 이런 장면들을 각인해 오랫동안 소거되지 않는 특징을 보이죠.” 

  생명을 보호하는 발돋움
  전문가들은 동물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과 개인의 책무를 강조했다. 임장춘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 대표는 동물의 생명 존엄성과 관련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동물이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를 위해 동물의 생명 존중에 관해 가르쳐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동물을 함부로 하지 않는 교육이 필요해요.” 이형주 대표는 동물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도만 개선해서는 동물 학대를 온전히 근절하기 어렵습니다. 시민들도 실험 동물이나 농장 동물 등 많은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동물에 대한 보호 관리 의무를 키우는 게 중요하죠.” 

  동물들은 인간처럼 감정과 고통을 느끼지만 우리는 그들의 아픔을 직접 들을 수 없다. 동물과 공존해 살아가기 위해 동물권에 관한 올바른 인식과 그들을 위한 교육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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