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일어나는 여러 사회적 사건은 이를 둘러싼 쟁점을 논의함으로써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습니다. 사회와 경제, 범죄 등 다양한 현안의 이슈에서 법과 제도의 한계를 분석하고자 합니다. 동물 학대 범죄는 소리 낼 수 없는 동물이기에 그 피해 상처와 아픔을 토닥여줄 제도와 인식의 한계가 존재합니다. 청년들은 동물 학대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동물 학대 사건을 분석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동물권 및 동물의 법적 지위를 논의해봤습니다.이정서 기자 seo@cauon.net

동물≠물건?
충분한 법적 근거 필요

최근 동물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동물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동물 학대 사건을 중심으로 법적 처벌 현황 및 한계를 분석했다.

  지위 따라 다른 형량 
  2019년 7월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서 고양이 ‘자두’가 정모씨에 의해 살해됐다. 정모씨는 자두의 꼬리를 잡고 여러 차례 바닥에 내리치고 짓밟았다. 범행 동기는 단지 고양이에게 거부감이 있기 때문임이 드러났다. 이후 그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에게 실형이 선고된 건 이례적이었다.

  해당 사건의 재판 쟁점은 ‘길고양이인지 아닌지’였다. 「동물보호법」 위반 및 재물손괴로 기소된 사건에서 정모씨는 자두를 살해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재물손괴에 대해 고의를 부인했다. 길고양이라면 동물 학대죄만으로 형량이 정해지지만 집고양이라면 재물손괴죄가 함께 적용돼 그보다 높은 형량을 받게 된다.

  정지현 법무법인(유한) 해광 변호사는 자두 사건이 재물손괴죄가 함께 적용돼 실형이 선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법에 따라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요. 주인이 있는 고양이로 인정되면 타인의 재물에 해당해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죄와 형법상 재물손괴죄의 경합범이 됩니다.”

  잔인한 동물 학대 범죄는 자두 사건에서 그치지 않았다. 1월 경남 창원에서도 고양이 ‘두부’가 사체로 발견됐다. 자두 사건과 유사한 범행 수법이었다. 두부를 살해한 20대 청년은 고양이의 꼬리를 잡고 휘둘러 내리쳐 죽였다. 그러나 검찰은 재물손괴죄의 고의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만 기소했다.

  이러한 법적 논쟁이 발생하는 근원적 이유는 현행법률상 동물이 물건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민법 제98조에서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정의했다. 별다른 지위가 없는 동물은 유체물에 인정돼 물건에 포함되는 것이다. 권유림 IBS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동물이 물건으로 취급돼 법적 지위를 보호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동물은 무생물과 동일하게 취급받고 있어요. 다만 「동물보호법」으로 동물에게 생명체의 권리를 일부 보장하고 있는 거죠.”

  국회 심의는 하세월
  지난해 7월 법무부는 민법 개정안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선언적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민법 제98조의2 제1항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명시해 동물의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권을 법률로 명시하는 것이 사회적 변화를 가져온다고 전했다. “동물권의 법적 근거 마련은 입법부와 사법부, 국민 등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할 수 있습니다. 법을 개정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죠.”

  그러나 민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으며 개정안에서도 허점은 여전했다. 개정안 제2항에서는 ‘동물을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해 관계 법령의 개정이 추가로 이뤄져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권유림 변호사는 민법 개정안에 따라 후속 법령을 통해 실질적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전했다. “선언적인 조항만으로 힘이 있는 건 아닙니다. 부수적인 법들이 함께 움직여야 하죠. 과거 소유권을 우선시했지만 생명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하위 법률들을 개정해야 해요.”

  새롭게 법률상 동물의 정의를 논의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동물의 범위는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정하며 구체적으로는 포유류와 조류,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파충류와 양서류, 어류로 한정하고 있다.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현행법상 취약한 동물을 위해 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으로 권리를 보호하기 취약한 점이 있어요. 농장 동물 등이 예시죠. 농장 동물에 관한 법률을 별도로 제정해 동물의 운송 및 도축 과정 등을 규제하는 지침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동물권을 부여하려면
  「동물보호법」을 기본법으로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그 외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등 세부적으로 특정 동물을 수호한다. 그러나 여전히 낮은 동물 학대 처벌 수위와 관련 법적 근거 미흡 등의 문제가 남는다. 국내법상 법에 명시된 처벌 수위를 놓고 보면 독일과 일본, 호주 등과 비슷지만 그 실상은 달랐다.

  전문가들은 기존 법률의 한계를 지적했다. 정지현 변호사는 실형보단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처벌 수준이 대체로 낮아요. 자신이 키우던 반려동물을 살해한 경우 죄질이 극도로 불량해도 현행법상 학대자의 소유물이기에 벌금형에 그치는 게 대부분이죠.”

  권유림 변호사는 동물 학대를 처벌하기 어려운 구조를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학대자로부터 피학대 동물을 구조하기 어려운 점을 시급히 개선해야 해요. 사람의 소유권을 우선시하기에 피학대 동물을 격리하거나 소유권을 박탈할 수 있는 규정도 없죠. 관련 규정을 신설해 피학대 동물을 적극적으로 구조해야 합니다.”

  실질적 권리 보호를 위해서 전문가들은 동물의 법적 지위를 실현해야 한다고 시사했다. 권유림 변호사는 권리능력이 없는 동물에게 새로운 법적 지위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물이 물건이라는 법적 지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인간과 물건 사이 제3의 법인격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하죠.” 전채은 대표는 동물 학대 기준을 세밀하게 성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국은 동물권이나 동물 학대 관련 규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동물 학대의 기준을 세밀하게 만들고 학대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해요.”

  정지현 변호사는 현행법상 동물 학대 유형이 다양하게 구분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현재 동물 학대 범죄를 처벌하는 사례가 적고 범죄를 유형화하지 않았어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만큼 동물학대 범죄를 다양하게 논의해야 합니다.”

  나날이 잔혹해지는 동물 학대 사건으로 동물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생명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국민의 법 감정이 변화하는 가운데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법 개정과 그로 인한 변화를 중심으로 동물권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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