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는 지속해서 유포되는 불법 영상 등으로 피해자를 옭아맨다. 여러 법률이 이를 규제하나 지금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수만 명의 범죄피해자 수가 발생한 ‘n번방’ 사건의 피해자에는 아동·청소년들이 있었다. n번방 사건 이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등으로 그들을 보호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처해있는 게 현실이다. 아동·청소년 피해자들이 범죄를 당했음에도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는 것을 꺼려 관련 수사가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말할 수 없어요” 
  『2021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2022,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디지털성범죄피해자 지원센터가 지원한 피해자 약 21.3%는 10대로 10명 중 2명꼴이다. 20대 피해자가 약 21%로 그 뒤를 따랐다.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온라인 공간이 익숙한 아동·청소년들이 디지털 성범죄 위기에 처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요즘 청소년들은 인터넷상에서 친구를 사귀는 게 문화로 자리 잡았어요. 어린 아이들도 오픈 채팅방에 접속해 쉽게 이성 친구를 사귀죠. 그 안에서 그루밍을 당해 성착취 영상을 찍어 보내는 범죄까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는 주로 성적 관계를 맺기 위해 이메일과 채팅방, 온라인 게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접근한다. 칭찬하며 친밀감을 쌓고 그들에게 비밀 등을 털어놔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후 성적 이미지와 영상을 요구하고 나중엔 그것을 성매매를 위한 협박 도구로 이용한다. 그러한 협박 때문에 피해자는 결국 이에 응하게 된다.

  피해자로부터 신체 사진 등을 받은 가해자는 그들을 끝없이 협박하며 곤란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관련 수법을 이용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범죄가 날이 갈수록 변화하고 교묘해지지만 신고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경우 보호자나 지인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는 걸 두려워한다. 본인 또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걱정에 성범죄를 당하더라도 신고하기 꺼린다. 피해 권리 구제 과정에서 법정대리인에게 알리거나 동의를 요구해 신고나 피해지원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승혜 탁틴내일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상담원은 아동·청소년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벗어나기 힘든 구조를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로부터 ‘신고하면 부모님이나 지인에게 알린다’는 협박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운 상황에서 협박받는다면 더욱 신고하기 어렵고 가해자들은 이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착취하고 있죠. 피해자들은 촬영물이 유포될까 봐 걱정하며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하게 돼요.” 

  실질적인 예방을 위해 
  2021년 여성가족부는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유인·권유하는 범죄행위 등을 처벌하기 위한 청소년성보호법 일부개정법률을 국회 본회의에 통과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률에는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적 욕망과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를 규제했다. 또한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범죄행위를 처벌하는 법적 근거를 신설했다. 나아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의 효과적인 적발 및 예방하기 위해 경찰이 위장 수사를 할 수 있는 등의 특례도 포함됐다.  

  그러나 법적 변화에도 검거한 인원은 극소수에 그쳤다. 위장 수사가 범죄 현장 또는 범인으로 추정되는 자들에게 접근한 경우만 허용됐기 때문이다. 

  실질적 문제 해결은 무엇일까? 법적 변화도 중요하지만 근본적 문제 원인이 무엇인지 꼬집어야 한다. 법망 밖 범죄 피해와 범죄 피해지원을 받을 수 없는 구조 등의 법적 사각지대를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나 범죄 피해에 처할 수 있고, 누구나 피해 사실을 고백해 지원받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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