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동경영화제 석권을 축하한다. <아름다운 시절>은 해외에서 독창적인 영상언어를 구사했다는 평을 받았다. 연출을 하면서 고수했던 원칙이 있는가

철저히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픽션이 아니라 기억 속에 살아있는, 희미하지만 여전히 꿈틀거리며 남아있는 기억을 되살리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이 작품에 접근하는데 있어 아이의 인식범위 내에서 각 인물들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유지하도록 했다.

△<아름다운 시절>의 모티브는 어디에서 얻은 것인가

88년도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잠시 한국에 돌아왔다. 그 때 아버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상당히 엄하시면서도 포용력이 깊으신 분이셨는데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셨던 너그러움, 삶의 희망·절망 등을 다루고 싶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50년대 초기와 관련하여 영화는 그 시대를 상당히 객관적으로 다루려 하고 있다. 하지만 6·25는 우리 현대사에서 커다란 걸림돌이자 극복의 대상이었음이 사실이다. <아름다운 시절>에서 6·25는 어떠한 의미로 다루어 졌으며, 그 까닭은 무엇인가

한국전쟁 당시 우리는 3년 내내 전쟁이 계속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51년 초반까지만 치열한 공방이 있었고 그 이후로는 일종의 소강상태였다. 그 와중에 마을 사람들이 이데올로기의 희생자가 되어 갈등하고 반목하는 순간이 첫 장면 우물 속에 둘 다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이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상당히 긴 기간동안 제작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영화를 찍는 과정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사이의 끊임없는 충동이었다. 그것은 어떤 점에서 고통이었고 과거의 나를 바라보는 아쉬움이었다.

<오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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