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는 발명을 보호·장려하기 위해 일종의 법률적 권리나 능력을 부여하는 행정 행위를 말합니다. 발명한 것에 대한 이용을 도모하면서 기술과 산업 발전을 이끌기 위함이죠. 그런데 특허가 기술화·산업화 될 수 없다면 그 특허는 의미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국내 특허의 양적 성장에 대해선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질적 성장은 더욱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양과 질을 모두 함께 가져갈 수 있는 대학 특허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아봤습니다. 채건우 기자 chaeluckey@cauon.net

양적 성장 비해 질적 성장은 아직 
특허 제출 의무인 정부 과제 다수

대학이 출원하는 특허의 수는 증가했지만 기술 이전과 상용화 가능한 특허는 소수다. 예산 부족과 연구비 수주 구조로 인해 대학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내실보다 실적을 위한 특허를 찍어낸다. 대학 특허의 ‘수율’을 살펴보고 대비책을 함께 알아봤다. 

  대학 특허 어떻게 성장했나 
  대학 특허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20여 년 전부터다. 심영택 교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2000년대 이전에는 정부 과제평가에서 논문 수가 가장 중요한 지표였다”며 “이후 대학 연구평가 기준에 특허 건수가 포함되며 국내 대학의 특허가 양산됐다”고 말했다. 

  관련 법 제정과 정부 정책은 대학의 특허 생산을 가속했다. 「대학 특허 출원 증가의 구조적 요인」(2010, 배태섭)에 따르면 ‘IMF 경제위기 이후 신성장동력 전환의 필요성을 느낀 정부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발족시키고 과학기술 정책·행정 등의 총괄 조정 기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01년 수립된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은 ▲산학협력단 설치 ▲지적 재산권 보호제도 강화 ▲특허권 제도 개선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뒤이어 2003년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신설된 ‘제5장 산학연협력의 촉진’은 대학의 산학협력단 설립·운영 및 업무 내용을 규정함으로써 대학 내 산학협력단 설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2005년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의 성과평가 및 성과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며 ’연구개발을 통해 창출되는 특허’가 연구성과에 포함됐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심영택 교수는 “1990년대 후반까지는 대학 내부에 특허를 총괄하는 조직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며 “산학협력단 설치가 국내 대학의 특허 출원을 증진했다”고 설명했다. 

  성장판 열린 대학 특허
  
이후 국내 대학 특허는 양적 성장을 보였다. 「우리나라 대학의 지식재산 창출과 활용 현황」(2022,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특허 보유 개수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약 7.6% 증가했다. 2016년 67932개였던 보유량이 2020년 91147개로 늘어난 것이다. 해당 기간 해외 특허 보유량의 연평균 증가율은 약 13.7%로 2016년 8361개에서 2020년 13970개로 확대됐다. 

  실제로 2020년도 국내 특허 출원은 20367건으로 전년 대비 3.7%p 증가했고 국내 특허 등록은 5.8%p 증가한 13327건으로 나타났다. 5년 전인 2016년과 비교했을 때 각각 192건과 1900건이 늘어난 것이다. 해외 특허 출원 역시 성장을 거듭했다. 2016년 대비 2020년 해외 특허 출원(PCT(특허협력조약) 출원 포함)은 33.8%p, 해외 특허 등록은 14.9%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대학의 국제 특허 출원은 양적인 측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였다. 국내 대학의 PCT 특허 출원 수는 2013년 세계 대학 PCT 출원 비중 2위를 기록했으며 2020년에는 세계 PCT 출원 상위 20대 대학에 서울대·한양대·고려대가 이름을 올렸다. 심영택 교수는 “특허 출원 및 등록 건수 상위 5개국을 ‘IP5 국가’라 칭한다”며 “한국은 미국·중국·유럽연합·일본에 이어 특허 출원·등록 부문 세계 5위권”이라고 전했다. 

  품질은 얼마나 높아졌나 
  대학 특허의 양적 성장세와 달리 질적인 성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변리사 401명이 2개월간 반도체 등 4개 기술 분야별 특허 등록 상위 10개 대학 특허 총 989건(중복 포함)을 조사한 「대학특허평가 결과 보고」(대한변리사회, 2023)에서는 유효성·보호 범위 등의 항목별 우수 정도에 따라 특허를 1~10등급으로 분류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최우수 등급인 1~2등급을 받은 특허는 존재하지 않았다. 우수 특허로 분류되는 3등급마저도 전체 건수에서 약 4.1%에 불과했다. 약 71.1% 이상의 특허가 상용화하기 어려운 수준인 5등급 이하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학이 생산한 특허의 질적 수준이 미흡함을 지적했다. 고려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당장 상용화하기 어려운 특허가 출원되고 있다”며 “정부 연구과제 성과 제출을 위한 질 낮은 특허가 생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심영택 교수 또한 “국내 상위 10개 대학의 연구비 기준 기술 이전 액수는 미국 상위 10개 대학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미국 대학 특허 약 70%는 기술 이전 계약 후 상용화된 기술을 활용한 제품 판매에 상응하는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지만 국내 대학은 계약 체결과 동시에 기술 이전 로열티를 받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우후죽순 출원의 속사정 
  대학도 할 말은 있다. 권용태 아주대 기술사업화센터 변리사는 “정부 지원 없이 대학 자체 예산만으로 특허 출원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수의 대학은 특허 수가를 일반 기업 수준으로 인상하기 어려워 특허의 질 대신 양적 확산에 집중하게 됐다”고 전했다. 심영택 교수 또한 “국내 대학은 예산 제한으로 인해 낮은 수임료로 저가 특허를 양산한다”며 “우량 특허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 출원이 필수적이지만 높은 비용으로 인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학 특허 결과물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정부 정책 또한 특허 양산의 원인으로 여겨진다. 고려대 관계자는 “정부 과제 결과물에 특허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특허 양산의 원인”이라며 “성과만을 위한 특허권 획득이 이뤄지며 질 낮은 특허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허 질 향상을 노력 중이지만 정부 과제 수행을 위한 양적 확산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권용태 변리사 역시 “정부 R&D 과제가 요구하는 특허 출원 실적의 양이 늘고 있다”면서도 “그에 비해 특허 출원을 위한 지원은 그대로이기에 질적 하향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양과 질, 두 마리 토끼 잡으려면 
  특허의 질적 향상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은 대학의 한정된 예산이다. 추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은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권용태 변리사는 “우수 특허를 출원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비용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우수 기술 출원 전략 컨설팅 제공·해외 출원 비용 투자 등 다양한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대학과 기업 간의 공동 연구 또한 양질의 특허 창출을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대학이 기업과 공동 연구를 진행할 경우 과제 부여 주체에 구애받지 않는다”며 “비교적 자유로운 연구비 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심영택 교수는 “기업과 협력해 연구할 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발명 구상이 수월해진다”며 “연구 결과물이 기업 이전으로 이어지기 용이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긍정했다. 

  양질의 특허를 창출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의 배치는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고려대 관계자는 “특허 출원의 질적 성장을 위해 발명자의 연구 노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전문 변리사의 협조를 받아 특허의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용태 변리사는 “아주대는 특허 예산을 증대시키기 위해 2022년 전담 특허사무소 선정 시 기존보다 특허 지원 비용을 인상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심영택 교수 역시 “미국 유수 대학교의 기술 이전 조직은 기술·법 전문가는 물론 기업 출신 인물을 다수 채용한다”며 “시장 동향에 밝은 인력과 협업하면 특허의 가치 제고·기술 이전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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