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연애 예능)이 주는 로맨스에 흠뻑 빠진 시청자들, 그러나 이러한 열광에는 위험한 이면이 존재한다. 사랑이라는 달콤한 이야기에 쏠린 대중의 시선이 하나의 화살이 돼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애 예능으로의 과도한 몰입이 지닌 위험성과 건강한 콘텐츠 문화가 거닐어야 할 방향성을 짚어봤다. 

  과몰입, 사이렌의 노랫소리와 같은 

  김도현 학생(동국대 영어문학전공)은 연애 예능을 볼 때마다 희로애락 속에 푹 빠진다. “<하트시그널2>를 보던 도중 응원하는 두 출연진 간의 관계가 흔들릴 때면 제 마음이 더 아파서 시청을 그만둔 적이 있었습니다. <환승연애2>를 볼 때면 헤어진 연인 간의 서사에 몰입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죠.” 연애 예능은 실제로 사랑을 경험했던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때문에 더욱 몰입도가 높다. 신희연 학생(국어국문학과 4)은 연애 예능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며 위로를 받는다고 전했다. “저는 <환승연애>의 출연진처럼 연인과 재결합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한 경험이 흔한 일은 아니다 보니 방송을 통해 공감받고 싶은 욕구가 컸던 것 같아요.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 출연자들과 이들을 응원하는 반응을 보며 제가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죠.” 

  연애 예능 과몰입 현상은 날이 갈수록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하지만 타인의 로맨스를 향한 시청자들의 열기는 때때로 무분별한 악플과 루머 등의 ‘날 선’ 과몰입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조연주 나봄미디어심리연구소 대표는 시청자의 과몰입은 연애에 대해 가지는 기대 심리의 정도에 비례한다고 분석했다. “연애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은 시청자일수록 방송 속 커플의 행보를 마치 제 일처럼 간주합니다. 더불어 연애 예능은 만남부터 갈등, 이별까지 연애의 기승전결을 모두 담고 있기에 전지적 위치에서 훈수를 두려는 시청자들의 심리를 자극할 수도 있는데요. 이는 ‘왜 저렇게밖에 못하지’라는 답답함이 시청자가 직접 상황에 개입해 상황을 해결하려 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과몰입으로 이어지는 현상이죠.” 장태순 교수(한림대 생사학연구소)는 연애 예능을 향한 날 선 과몰입은 시청 문화 전반을 되돌아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애 예능에서의 시청자는 출연자를 향한 비판의 잣대를 놓기 쉽습니다. 이는 익명에 의한 소통이 이뤄질 경우 상대를 향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일반적인 시청자들의 반응 행태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는데요. 그렇기에 과몰입 현상은 문화 전반의 성숙도로 확대해서 숙고해야 할 현상이죠.” 

  익숙함을 파고드는 변화가 필요할 때 

  날 선 과몰입으로 번지는 시청을 경계하기 위해선 제작과 시청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조연주 대표는 제작 차원에서 일반인 출연진을 이용한 자극적인 연출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애 예능에서 서사의 갈등 상황을 극대화하는 ‘빌런’을 등장시켜 긴장감을 불어넣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는 즉각적인 화제성에 도움은 될지 몰라도 결국엔 자극적인 연출의 한 부분이죠. 유명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일반인이 출연하는 만큼 제작사 측은 오해의 소지가 될만한 소재를 협의 없이 편집하는 행위를 지양해야 합니다.” 

  시청자의 노력 역시 함께 동반돼야 한다. 장태순 교수는 시청자들이 이미지와 실재를 적절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현대는 이미지의 시대인 만큼 이미지가 실제 대상을 대체하고 현실을 재구성합니다. 시청자 스스로 연애 예능에 등장하는 출연진의 모습이 그들의 이미지일 뿐 실재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려 노력하는 것도 방법이죠.” 신희연 학생도 연애 예능을 시청하는 성숙한 태도를 강조했다. “방송 출연진이 흘린 눈물에 깊이 몰입하는 것처럼 방송 이후 출연자가 비난을 접하고 경험할 슬픔에도 공감할 줄 아는 성숙한 시청 문화가 자리했으면 합니다.”

사진출처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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