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김예령
일러스트 김예령

 

일상다반사란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이라는 뜻으로, 보통 있는 예사로운 일을 이르는 말입니다. 기획 ‘일상, 다 반사’는 우리가 ‘일상’에서 가볍게 지나치는 대상 혹은 현상을 ‘다 반사’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봄을 지향합니다. 이번에 다뤄볼 주제는 온라인 플랫폼입니다. 일상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 ‘네카쿠배’. 하지만 ‘네카쿠배’만이 존재하는 일상도 여전히 평화로울까요?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떠올리면 답을 내릴 수 있을 테죠. 편리하다는 착각 속 감춰진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그늘을 사회부가 들춰봤습니다.

신지윤 기자 neoyoon@cauon.net

‘온라인 플랫폼(Online Platform)’이 우리의 일상이 된 지는 오래다. 네이버로 검색하고 카카오톡으로 연락하며 쿠팡을 통해 새벽 배송을 받고 배달의민족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데 익숙한 것처럼 말이다. 대체재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없는 삶을 살기엔 이미 먼 길을 와버렸다. 온라인 플랫폼은 언제부터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게 됐을까.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들여다봤다. 

  우리나라를 삼킨 ‘네카쿠배’ 
  온라인 플랫폼은 이용자와 이용자, 또는 이용자와 기업을 매개해 콘텐츠를 판매하고 수수료를 수익화하는 사업 모델이다. 『플랫폼이란 무엇인가?』(윤상진 씀)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이 기차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과 유사한 지점이 존재한다고 본다. 사람들이 몰리는 승강장 근처에는 상가나 자판기, 광고가 존재한다. 즉,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부가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것이다.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그리고 이들을 매개하는 온라인 플랫폼 모두 거래를 통해 이득을 얻는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인터넷과 함께 성장했다. 선지원 교수(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인터넷과 모바일은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접근을 획기적으로 쉽게 만들었다”며 “이는 관련 산업 발전에 가장 크게 공헌한 요소”라고 언급했다. 기존 포털사이트의 주요 기능이 웹사이트를 찾는 용도에 머물던 와중 네이버는 2000년 세계 최초로 뉴스나 웹 문서 등 다양한 정보를 분류해 보여주는 통합검색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카오는 2009년 11월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한 뒤 2010년 3월 아이폰용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무료 서비스를 표방한 카카오톡은 출시 6개월 만에 가입자가 약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2022년 9월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 약 95.8%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는 약 9조 6706억 원, 카카오는 약 8조 105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8년과 비교했을 때 각각 약 16.30%, 23.53%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를 지나며 비대면 배달 및 배송 플랫폼도 급부상했다. 이성엽 교수(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의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3월 공시한 「감사보고서」(2022.12)에 따르면 2022년 매출액은 약 2조 9515억 원으로 약 5611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던 2019년에 비해 눈에 띄게 성장했다. 쿠팡의 경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된 2022년 매출액이 약 25조 7684억 원으로 2019년 매출액인 약 7조 1407억 원보다 3배가 넘게 증가했다. 

  온라인 플랫폼 없이 살아남기
  이처럼 ‘네카쿠배(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로 대표되는 온라인 플랫폼은 시대의 흐름을 타고 성장해 왔다. 일상생활 속 온라인 플랫폼은 이미 각자의 영역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다. 과연 우리는 이들 없이 생활할 수 있을까? 기자가 직접 네카쿠배를 이용하지 않고 하루를 살아봤다. 

  네이버의 검색 엔진은 ‘구글’로 대체 가능하지만 네이버 블로그나 네이버 지식인 등의 콘텐츠 대부분이 검색되지 않았다. 네이버의 폐쇄형 생태계 때문이다. 웹로그 분석사이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4일 기준 네이버의 검색 엔진 점유율은 약 58.99%이다. 과반수를 차지한 네이버의 콘텐츠가 외부 검색 엔진에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에 정보 습득의 격차를 실감했다. 

  카카오톡의 대체재로는 ‘인스타그램’의 DM(다이렉트 메시지)을 이용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로 연동된  ‘정산하기’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게다가 이미 카카오톡 단체방이 다수 활성화돼 있기에 DM만 사용했을 때 대화에 참여하지 못해 소외감을 느꼈다. 또 카카오맵·카카오택시 등을 이용할 수 없어 이동에 제한이 생기기도 했다. 

  식사를 하기 위해 배달의민족 대신 경기도 공공 배달앱인 ‘배달특급’을 이용했다. 분식 메뉴에 등록된 매장은 단 한 개였다. 다른 메뉴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중소 배달앱인 ‘땡겨요’도 확인했으나 원하는 식당이 입점하지 않은 상태라 결국 포기해야만 했다. 

  물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쿠팡이 아닌 다른 사이트를 통해 가격을 비교해 봤다. 기존 이용하던 쿠팡에서는 삼다수 500ml 40개를 1만 9200원에 구매할 수 있었으며 다음날 무료배송까지 제공했다. 그러나 ‘G마켓’의 경우 같은 제품의 가격이 1만 9530원이었지만 배송이 오기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렸다. ‘11번가’에서는 동일 상품을 3만 9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쿠팡을 사용하지 않을 때 똑같은 상품을 더 비싼 가격에 구매해야 했고 느리게 배송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루 동안 네카쿠배 없이 살아본 결과 생활에 많은 제약이 발생했다. 단지 네카쿠배만 이용하지 못했을 뿐인데 일상의 여러 측면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미 우리 삶에 거대 온라인 플랫폼이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온라인 플랫폼 
  그렇다면 거대 온라인 플랫폼이 일상생활 속에 깊이 뿌리박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졌다. 온라인 플랫폼은 데이터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된다. 전성민 교수(가천대 경영학부)는 “네이버는 누적된 데이터를 참고해 검색 엔진을 개선하면서 서비스 완성도를 높인다”고 언급했다. 데이터를 많이 가진 기업은 이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경쟁우위에 있는 기업은 한쪽 시장에서 얻은 초과 이윤을 다른 시장에 보조한다. 이 같은 ‘교차보조 행위’를 통해 기업들은 다른 산업으로 발을 뻗기 용이해진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금융이나 AI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그 예시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은 ‘양면 시장’의 구조를 가진다. 이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상호작용이 가능한 공간으로 기능하고, 온라인 플랫폼은 이들 양측 또는 한 측에 수수료나 중개료를 부과하여 수익을 올린다. 다수의 이용자가 공통의 플랫폼을 공유하기 때문에 이용자들 간의 상호작용은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된다. 이에 특정 온라인 플랫폼의 이용자가 많을수록 다른 이용자들도 같은 곳에 몰리는 ‘네트워크 현상’이 나타난다. 이창민 교수(한양대 글로벌경영학부)는 “양면 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효용에 영향을 끼치는 구조”라며 “이용자 수가 많은 배달의민족에 많은 음식점이 입점하는 것 또한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이런 특성은 승자독식 구조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선지원 교수는 “플랫폼의 지배력과 영향력이 견고해지면서 기존 이용자를 가두는 ‘록인(Lock-in)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나라경제』(KDI 씀)에 따르면 기존 이용자의 이탈을 막고 새로운 이용자를 끌어오는 온라인 플랫폼은 지배적 지위를 갖게 되지만 그렇지 못한 온라인 플랫폼은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그리고 살아남은 소수의 온라인 플랫폼이 유료화 및 수익화에 나서며 승자독식 구조를 형성한다. 

  온라인 플랫폼에 길들여지다
  승자독식 구조는 결국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을 형성한다. 이광석 교수(서울과학기술대 디지털문화정책학과)는 “이미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지위가 시장 지배를 견고히 해 독과점을 생산한다”고 언급했다. 

  특정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행태는 이용자에게 손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 권영재 공정거래위원회 디지털경제정책과 사무관은 “독과점 온라인 플랫폼의 반칙행위로 인해 경쟁 기업의 시장 진입이 곤란해진다”며 “이 경우 수수료 및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플랫폼이 이용자의 의식을 지배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광석 교수는 “국내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문제는 자본 축적을 넘어서 인간의 의식을 파고들며 의존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미 시장뿐만 아니라 일상에 파고든 온라인 플랫폼은 한 사회의 의식과 소통을 규정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우리의 일상은 네카쿠배라는 굴레 안에서 돌아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이 특정 플랫폼만을 쓰게끔 이용자들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제공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이 사회에 큰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세상에 승강장이 하나밖에 없다면 이용자는 을로 전락하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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