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는 사진으로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카메라 뷰파인더로 세상 속 ‘뷰’를 포착하는데요. 이번엔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무궁화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한국철도공사는 전체 무궁화호 94편을 감축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경부선·호남선·중앙선 등 3개 노선이 약 36% 사라지기도 했는데요. 기존 서울까지 운행됐던 장거리 노선들이 단축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여전히 지방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무궁화호가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진부는 2025년 이후 경전선 전철화 사업으로 사라지게 될 전라남도 화순군의 이양역과 무궁화호가 사라지고 있는 진짜 이유를 뷰파인더로 들여다보았습니다.

 

봉정현 기자 goopa@cauon.net / 사진 문준빈·최예나 기자 moonlight@cauon.net

 

오전 6시 45분, 이상임씨(78)가 순천으로 향하는 첫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다. 이양역 역사엔 마땅한 편의시설이 없이 승강장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역무원도 없기에 열차에 오른 후에야 발권이 가능하다. 글·사진 문준빈 기자
오전 6시 45분, 이상임씨(78)가 순천으로 향하는 첫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다. 이양역 역사엔 마땅한 편의시설이 없이 승강장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역무원도 없기에 열차에 오른 후에야 발권이 가능하다. 글·사진 문준빈 기자

전라남도 화순군 이양면엔 작은 간이역, 이양역이 위치해 있다. 과거 약 900명의 일평균 이용객을 보이던 이양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약 5명 만이 이용하는 작은 역이 됐다. 현재 이곳을 지나는 열차는 하루에 무궁화호 단 8회뿐. 이중 부산과 목포를 오가는 장거리 노선은 2회뿐이다. 이양역은 마을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며 유지되고 있지만 2025년 시작되는 경전선 광주송정~순천 구간 전철화 사업이 완료되면 이마저도 사라지게 된다. 국가철도공단 사업 현황에 따라 화순이 경전선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양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철도를 이용하기 어려워졌다. 역이 사라진다면 주민들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기자는 이양역에 방문해 몇 남지 않은 승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양역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기자가 머무르고 있는 평택에서 이양역까지 가기 위해서는 약 6시간이 소요됐다. 가는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는데, 평택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무궁화호로, 그리고 다시 환승을 통해 무궁화호를 타고 이양역으로 향했다. 과거엔 순천~서울 구간 무궁화호가 있었다. 따라서 평택역에서 이양역까지 환승 없이 가는 게 가능했지만 2021년 8월 폐지됐다. 

  오후 8시 55분, 막차를 타고 이양역에 도착할 즈음 기자를 제외하곤 객차 안이 텅 비어있었다. 차가운 밤공기를 맞으며 바라본 플랫폼은 너무나도 황량하게 느껴졌다. 아침에 둘러본 이양역도 마찬가지였다. 얼룩진 역 명패와 바스러진 타일은 그러한 분위기를 증폭시켰다. 아침이 되고 첫차가 도착할 시간임에도 승객은 한 명뿐이었다. 이렇게 승객이 적은 이양역이 사라지는 건 당연할까. 

이양역이 속한 경전선은 넓은 배차간격과 느린 속도 등 단점이 명확하다. 그럼에도 교통 기반시설이 부족한 농어촌 주민들에겐 큰 힘이 되고 있다.  글·사진 문준빈 기자
이양역이 속한 경전선은 넓은 배차간격과 느린 속도 등 단점이 명확하다. 그럼에도 교통 기반시설이 부족한 농어촌 주민들에겐 큰 힘이 되고 있다.  글·사진 문준빈 기자

  하지만 이양역은 여전히 이양면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었다. 아침에 만난 이상임씨(78)는 자녀를 만나기 위해 순천으로 떠나는 길이었다. 이양역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자 이상임씨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상임씨는 “순천으로 바로 가는 건 열차밖에 없다”고 난색을 보였다. 

 자녀를 만나기 위해, 병원이나 시장에 가기 위해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도시처럼 교통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시골에서 이양역은 너무도 소중하다. 농어촌버스를 이용하기엔 많은 정거장을 돌아가야 해 너무 긴 시간이 소요된다. 시외버스를 이용하려고 해도 정류장은 약 20km밖에 자리 잡고 있다. 그나마도 한정된 노선뿐이다. 그렇기에 순천, 벌교, 보성, 광주 등으로 직행하는 무궁화호는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평소에 이양역을 이용하는 이선자씨(77)는 “보성 오일장에 갈 때 무궁화호 외엔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다”며 역의 필요성을 전했다. 무궁화호를 이용해 보성으로 이동할 경우 약 38분이 소요된다. 농어촌버스를 이용할 때 약 3시간 16분이 소요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역이 사라진다면 주민들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할까. 화순군에선 주민들이 광역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화순군엔 사업결정권이 없기에 확신할 수 없다. 현재로선 화순에서 무궁화호를 대체할 만한 최적의 교통수단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결국 이양역은 광주송정~순천 구간 전철화가 완료되면 폐역될 예정이다. 국가철도공단은 광주송정~순천 구간 전철화로 전국적인 생산유발효과를 누릴 수 있고, 이중 전남 지역이 가장 큰 효과를 누린다고 말한다. 정작 화순 주민들에게 남은 건 더 이상 열차가 지나지 않는 폐역뿐인데 말이다. 이상임씨는 “역이 사라지며 생활이 불편해질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광용 화순군 교통기반팀 주무관도 “마을 주민들의 이동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역을 떠나는 무궁화호 객차엔 7명의 승객이 함께했다. 비단 이양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능주역, 명봉역 등 대부분의 간이역이 사라지고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동에 제약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이용객이 점점 줄어드는 벽지 노선들도 이러한 전철을 따라 걸을 것이다. 많은 역이 사라져간다. 하지만 그곳엔 여전히 사람이 있었다.

사진 문준빈 기자
사진 문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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