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는 사진으로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카메라 뷰파인더로 세상 속 ‘뷰’를 포착하는데요. 이번엔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무궁화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한국철도공사는 전체 무궁화호 94편을 감축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경부선·호남선·중앙선 등 3개 노선이 약 36% 사라지기도 했는데요. 기존 서울까지 운행됐던 장거리 노선들이 단축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여전히 지방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무궁화호가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진부는 2025년 이후 경전선 전철화 사업으로 사라지게 될 전라남도 화순군의 이양역과 무궁화호가 사라지고 있는 진짜 이유를 뷰파인더로 들여다보았습니다.
봉정현 기자 goopa@cauon.net / 사진 문준빈·최예나 기자 moonlight@cauon.net
전라남도 화순군 이양면엔 작은 간이역, 이양역이 위치해 있다. 과거 약 900명의 일평균 이용객을 보이던 이양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약 5명 만이 이용하는 작은 역이 됐다. 현재 이곳을 지나는 열차는 하루에 무궁화호 단 8회뿐. 이중 부산과 목포를 오가는 장거리 노선은 2회뿐이다. 이양역은 마을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며 유지되고 있지만 2025년 시작되는 경전선 광주송정~순천 구간 전철화 사업이 완료되면 이마저도 사라지게 된다. 국가철도공단 사업 현황에 따라 화순이 경전선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양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철도를 이용하기 어려워졌다. 역이 사라진다면 주민들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기자는 이양역에 방문해 몇 남지 않은 승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양역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기자가 머무르고 있는 평택에서 이양역까지 가기 위해서는 약 6시간이 소요됐다. 가는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는데, 평택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무궁화호로, 그리고 다시 환승을 통해 무궁화호를 타고 이양역으로 향했다. 과거엔 순천~서울 구간 무궁화호가 있었다. 따라서 평택역에서 이양역까지 환승 없이 가는 게 가능했지만 2021년 8월 폐지됐다.
오후 8시 55분, 막차를 타고 이양역에 도착할 즈음 기자를 제외하곤 객차 안이 텅 비어있었다. 차가운 밤공기를 맞으며 바라본 플랫폼은 너무나도 황량하게 느껴졌다. 아침에 둘러본 이양역도 마찬가지였다. 얼룩진 역 명패와 바스러진 타일은 그러한 분위기를 증폭시켰다. 아침이 되고 첫차가 도착할 시간임에도 승객은 한 명뿐이었다. 이렇게 승객이 적은 이양역이 사라지는 건 당연할까.
하지만 이양역은 여전히 이양면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었다. 아침에 만난 이상임씨(78)는 자녀를 만나기 위해 순천으로 떠나는 길이었다. 이양역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자 이상임씨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상임씨는 “순천으로 바로 가는 건 열차밖에 없다”고 난색을 보였다.
자녀를 만나기 위해, 병원이나 시장에 가기 위해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도시처럼 교통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시골에서 이양역은 너무도 소중하다. 농어촌버스를 이용하기엔 많은 정거장을 돌아가야 해 너무 긴 시간이 소요된다. 시외버스를 이용하려고 해도 정류장은 약 20km밖에 자리 잡고 있다. 그나마도 한정된 노선뿐이다. 그렇기에 순천, 벌교, 보성, 광주 등으로 직행하는 무궁화호는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평소에 이양역을 이용하는 이선자씨(77)는 “보성 오일장에 갈 때 무궁화호 외엔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다”며 역의 필요성을 전했다. 무궁화호를 이용해 보성으로 이동할 경우 약 38분이 소요된다. 농어촌버스를 이용할 때 약 3시간 16분이 소요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역이 사라진다면 주민들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할까. 화순군에선 주민들이 광역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화순군엔 사업결정권이 없기에 확신할 수 없다. 현재로선 화순에서 무궁화호를 대체할 만한 최적의 교통수단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결국 이양역은 광주송정~순천 구간 전철화가 완료되면 폐역될 예정이다. 국가철도공단은 광주송정~순천 구간 전철화로 전국적인 생산유발효과를 누릴 수 있고, 이중 전남 지역이 가장 큰 효과를 누린다고 말한다. 정작 화순 주민들에게 남은 건 더 이상 열차가 지나지 않는 폐역뿐인데 말이다. 이상임씨는 “역이 사라지며 생활이 불편해질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광용 화순군 교통기반팀 주무관도 “마을 주민들의 이동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역을 떠나는 무궁화호 객차엔 7명의 승객이 함께했다. 비단 이양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능주역, 명봉역 등 대부분의 간이역이 사라지고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동에 제약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이용객이 점점 줄어드는 벽지 노선들도 이러한 전철을 따라 걸을 것이다. 많은 역이 사라져간다. 하지만 그곳엔 여전히 사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