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선 바람이 두 뺨을 스치는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기자는 작년 이맘때를 떠올립니다. 딱 지금만큼 날이 쌀쌀해지던 무렵. 기자는 자퇴를 결심했습니다. 

  꿈이 있고 또 욕심이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자기 자신을 위해, 때로는 남을 위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은 주위의 존경을 사고 누군가의 우상이 되겠지요. 갓 사회로 나온 청년들은 끊임없이 그런 우상을 닮아가려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학 사회에 처음 발을 디딘 청년들은 이런 착각에 빠집니다. 모두가 같은 직종을 꿈꾸고,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또 같은 것만 보는구나.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대학생들에게 각자의 꿈에 대해 고민할 여유가 얼마나 있을까요? 고등학생 시절 주변의 분위기에 떠밀려 수험 준비를 한 것처럼 우리는 대학 교육에 떠밀려 같은 길을 선택하게끔 강요받습니다. ‘문과는 CPA 준비해야 해’, ‘인턴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주위로부터 들려오는 수많은 간섭이 막 사회인이 된 학생들에겐 유일한 모범답안이 됩니다. 

  이는 능력주의 사회의 고질적 문제점 때문입니다. 능력주의 사회에선 성과가 뛰어난 소수만이 특혜를 지닙니다. 각종 매체 속에서 재벌 2세나 CEO처럼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들은 아름답게 묘사되기 마련이죠. 우리는 그들의 모습을 우러러보며 100점짜리 삶이라 여기곤 합니다. 줄세우기식 사회에서 성공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1등의 답을 베끼는 것이겠죠. 수많은 대학생은 1등의 모범답안을 따라 하기에 급급해 꿈꾸는 방법을 잊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해진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것이 결코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성실함의 동기가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일까요? 지난 3년간 약 1만 7000여 명의 청년이 대학을 떠났고, 이들 중엔 능력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를 이기지 못해 떠난 경우가 대다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퇴가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꿈을 가져다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당장의 삶이 지겹더라도 견뎌낼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죠. 자퇴 전에 딱 한 학기만 더 노력해 보자는 마음가짐이 기자를 방황의 늪에서 꺼내주었습니다. 기자가 그사이에 대단한 무언가를 성취한 것은 아니지만 중대신문의 기자가 되어 새로운 꿈을 찾을 수 있었죠. 꼭 1등의 삶을 베끼지 않더라도, 타인의 총애를 받으며 살아가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해 꿈을 꾸는 삶이야말로 가치 있는 삶입니다. 

  날 선 바람이 두 뺨을 스치는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찬바람보다도 모진 사회에서 버티고 또 버텨 대한민국의 모든 청년이 따스한 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변준혁 뉴미디어팀 정기자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