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관련 정보 접근성 낮아 
학내 구성원 간 소통 활성화해야 

여전히 높은 학과 사이 장벽 
“국내 대학, 자율성 필요해”

 

미래를 선도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고자 많은 대학이 학제 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중앙대는 2000년부터 다전공제도에 융합전공과 연계전공을 포함해 운영 중이다. 중앙대의 학제 간 교육은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융합·연계전공 제도의 현황을 돌아보고 국내 융합 교육이 나아갈 방향성을 알아봤다. 

  융합·연계 향한 개선의 목소리 
  중앙대의 융합·연계전공 제도는 각각 10개의 융합전공과 5개의 연계전공으로 구성돼 있다. 융합·연계전공의 운영 목표에 대해 이향숙 학사팀 과장은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교육 경쟁력을 제고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을 실현함과 동시에 신지식을 창출하는 실용 전문인을 양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융합·연계전공을 이수하고 있는 학생들은 각자의 전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공공관리 연계전공을 이수하는 김민녕 학생(교육학과 2)은 “연계전공 수업은 주관학과의 기존 강의를  수강하기 때문에 다른 전공과 비교해 강의의 질이 낮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연계전공 이수 학생을 위한 여석이 적어 듣고 싶은 강의를 수강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공기업관리 연계전공을 이수하는 A학생(정치국제학과 3)은 “학기 당 열리는 과목의 수가 적어 선택의 폭이 좁다”고 말했다. 이에 이향숙 과장은 “수업 개설 및 수용 인원은 각 단대에서 조정한다”며 “단대에서도 최대한 많은 학생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학생들은 대학 차원에서 정보의 접근성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화콘텐츠 융합전공을 이수하는 이선민 학생(심리학과 2)은 “기본적인 커리큘럼 외에 융합전공 관련 정보가 적은 것은 사실”이라며 “해당 전공을 이수하는 학생들이 따로 모이거나 이야기를 나눌 방법이 없어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민녕 학생은 “학교·학과 차원에서 융합·연계전공에 관한 정보 공유를 활발히 해야 한다”며 “졸업요건과 관련해 융합·연계전공 신입생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박진완 교수(테크놀로지아트 융합전공)는 “융합·연계전공은 주관학과에서 개별적으로 관리하며 각 학문 단위 행정실을 통해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융합·연계전공을 위한 별도의 중앙 기관 및 행정 인원이 마련된다면 운영이 더욱 원활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사회의 융합 교육 현황은  
  융합 교육에 대한 고민은 타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신상훈 동국대 교무팀 직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융합·연계전공에 대한 정보를 매 학기 안내하고 있지만 공지가 게재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학제 간 교육의 개념과 제도 전반에 대한 문의를 자주 받는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들이 학제 간 교육에 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문자로 안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홍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직원 또한 “융합전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졸업 직전에 문의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융합 교육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졸업장을 받기에만 급급하다”고 융합전공 이수 실태를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자 동국대는 융합·연계전공 이수 학생들이 원활하게 학제 간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고 졸업생을 대상으로 전공 만족도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장원희 교수(동국대 생명정보소프트웨어 연계전공)는 “단체 채팅방을 운영해 학생들과의 소통 창구를 마련했다”며 “수강신청 시 학생들과 일대일 면담을 진행해 개인의 진로에 적합한 맞춤형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고 전했다. 이어 “미래융합교육원과의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수요조사를 진행해 온라인 강의 개설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호 교수(동국대 융합소프트웨어 연계전공)는 “연계전공 졸업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프로젝트 경험이 부족해 아쉽다는 의견이 존재했다”며 “학생들이 풍부한 프로젝트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의 융합 교육과 관련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 또한 존재했다. 상대적으로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돼 학과 간 장벽이 없는 해외 대학과 달리 국내 대학의 융합 교육은 정부의 재정지원과 평가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홍병선 교수(교양대학)는 “국내 대학의 융합 교육은 단순히 전공 교육 간의 연계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과 간의 장벽을 허물거나 통섭적인 교과 내용을 지향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학제 간 연구를 통해 지식을 융합하고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존 교과목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융합·연계전공 담당 교수들은 대학·학과 간 장벽이 학제 간 교육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진 교수(서원대 융복합대학)는 “국내에는 여전히 전공 간 구분이 확고하다”며 “학제 간 교육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융합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진완 교수는 “각 학과의 고유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의 융합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유한 전공을 강화함과 동시에 다양한 융합 가능성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해답은 학제 간 유연한 연결 
  융합 교육 전문가들은 국내 학제 간 교육의 발전을 위한 조건으로 학과 간 장벽 완화와 대학 및 정부의 제도적 변화 등을 꼽았다. 김정진 교수는 “국내 대학들은 교육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융합·연계전공을 만들고 평가가 끝나면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이 융합 교육에 관해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종수 교수(선문대 행정·공기업학과)는 “현재 국내 대학의 전공 간 경계를 지우기 위해서는 해외 융합 교육의 우수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며 “정부의 제도적인 측면과 대학의 학사 체제가 함께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대학의 자발적인 노력도 중요한 요소로 언급됐다. 유통관리 연계전공을 담당하는 이정희 교수(경제학부)는 “대학 차원에서 연계·융합전공을 확대해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며 “연계전공 학생들이 소통을 확대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국가와 대학본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다민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학 내에서 융합·연계전공을 개설할 때 산업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며 “동시에 취직만을 위한 대학이 아닌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융합 교육을 학습할 수 있는 대학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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