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거나 편의점에서 작은 껌 하나를 사도 모든 행위에서 계약 관계가 성립됩니다. 일상에서 법은 우리에게 떨어질 수 없는데요. 여러 사회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적 지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채팅창에 타인을 비난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을 쓴 적 있나요? 무심코 쓴 댓글로 누군가는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이버 명예훼손 문제를 청년들의 시선에서 조명하고 법적 한계와 권리를 구제받는 법을 들여다봤습니다. 글·이미지 이정서 기자 seo@cauon.net

일상에서 잦은 사이버 명예훼손
고통없는 사이버 공간 마련해야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 발생 건수는 2017년 1만 3348건에서 매년 늘어나 2020년에는 1만 9388건을 기록했다. 사이버 명예훼손과 모욕 사건의 고소·고발 건수는 꾸준히 증가할 만큼 일상에 만연해있다.

  익명을 내세운 폭력

  사이버 명예훼손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공연하게 사실 또는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비방, 폭로, 사생활 침해의 형태로 일어난다. 그 외에도 다양한 유형들이 사이버 명예훼손의 범주에 속할 수 있다. 염건웅 교수(유원대 경찰학부)는 구체적인 사이버 명예훼손의 사례를 언급했다. “‘게임 채팅창에서 상대방을 대머리’라고 비하한 것, ‘SNS에 지인의 전과 사실을 올리는 것’, 메신저를 이용해 ‘허위로 지인의 간통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모두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청년들은 사이버 명예훼손과 악성댓글 피해에 놓여 있었다. 온라인 게임이 취미인 A학생은 어느 날 욕설로 도배된 게임 채팅창을 마주했다. 채팅 대부분은 익명의 대상이 ‘게임을 못 한다’는 이유로 욕하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게임을 못 하면 집에서 밥이나 해’와 같은 성차별적 발언도 있었다.

  B학생도 온라인 게임에서 악성댓글은 필연적으로 경험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게임 중에는 사람을 모욕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목격됩니다. 저는 청력이 좋지 않은데 미세한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게임을 할 때 비난받은 경험이 있어요. 팀원들이 채팅에서 욕하거나 불편한 신체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임 도중 감정이 불거져 서로 욕설하며 싸우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팀플레이 게임을 자주 한다고 밝힌 C학생(전자전기공학부 1)은 게임을 할 때 욕설이 난무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게임을 할 때 팀원이 실수하면 부모님 욕을 하거나 ‘왜 그렇게 게임을 하냐’는 논조의 비하 발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 또한 그런 말을 많이 들었죠. 서로 욕하면서 게임을 하는 게 거리낌 없던 것 같아요.”

  처벌은 양날의 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정보통신망에서 공공연하게 사실을 적시한 자와 허위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한 자를 다르게 벌하고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허위사실을 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원상 교수(조선대 법학과)는 사이버 공간의 불법성을 설명했다. “현실 공간에서는 전파되는 범위 자체가 굉장히 제한되지만 사이버 공간에 올려진 정보는 수많은 사람이 볼 수 있잖아요. 피해 범위와 정도가 넓고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죠. 이러한 특징 때문에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불법성이 높고 일반 명예훼손죄보다 형량이 더 높습니다.”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일반 명예훼손죄보다 강력히 처벌되고 있으나 여전히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남아 있었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로 규제하고 있기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형사법이 개입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원상 교수는 사적 충돌 성향의 강한 명예훼손의 특성을 말했다. “사이버 명예훼손죄의 형량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상으로 처벌되는 경우도 적고 법원에서도 중한 처벌을 자제할 때가 많아요. 그렇기에 법정형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한계가 있죠.”

  염건웅 교수는 실제로 정부 차원의 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운영 및 관리 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악성댓글 등을 심의하고 시정하는 조치가 다소 부족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분쟁을 조정하지만 강제 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인터넷·방송·영상 등 매체의 파급력 아래 피해자가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이원상 교수는 피해자가 범죄를 증명하기 어려운 구조를 말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명예훼손을 당했을 때 증거를 수집해야 합니다. 피해 사실을 캡처하지 못할 경우 증인을 확보해야 하는데 비대면 공간 특성상 현실적으로 증언을 받기 쉽지 않죠.”

  만연한 피해 불감증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은 사이버 모욕 및 명예훼손 등을 겪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찾기 어렵게 했다. 최성진 교수(동명대 상담심리학과)는 사이버 공간의 특성이 명예훼손 문제를 심각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공간은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분노나 성적인 내용을 담은 무의식적인 요소를 여과 없이 표출하곤 합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억압되는 욕구가 익명성이라는 구조에서는 조절기능을 상실할 수 있어요. 그중 일부 피해자들은 우울, 불안, 무기력한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부 청년들은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해 체감하고 있음에도 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명예훼손을 당하더라도 귀찮거나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

  D학생(대구대 경영학부)은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해 신고를 꺼렸다고 말했다. “심각한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신고나 고소와 같은 절차를 밟은 경우가 많지 않을 거예요. 저도 비슷하게 생각해 게임 내서만 신고하긴 했죠.” C학생도 법적제재를 하지 않는 상황에 공감했다. “게임 내 욕설과 명예훼손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익숙해졌어요. 신고나 고소하는 절차도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워 잘 하지 않습니다.”

  피해 예방 교육이 활성화되지 않는 점도 문제였다. C학생은 청년들이 관련 지식을 스스로 찾아보지 않는 상황을 전했다. “대응 방식과 절차를 알려주는 글과 영상은 찾아보면 많습니다. 관련 지식을 모른다기보다 직접 찾아보지 않는 경우가 많죠. 스스로 찾아보고 공부하는 노력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D학생은 사이버 명예훼손 피해 구제 방안에 관한 교육이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는 것만 알고 구체적인 체계나 다른 구제 방법은 대부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히지 않는 문제도 피해를 심화시켰다. E학생(경영학부 2)은 건강한 온라인 환경이 부재한 현실을 말했다. “현재는 건강한 온라인 문화가 충분히 자리 잡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문화적 방안을 고민해봐야 해요.”

  깨끗한 사이버 공간 위해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사이버 명예훼손 대응체계와 처벌 규정에 관해 관심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원상 교수는 사이버 명예훼손죄 처벌 체계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명예훼손의 경우 표현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언제든 우리 주변에서 문제상황을 겪을 수 있어요. 학생들도 평소 명예훼손죄의 유형이나 처벌 체계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게 필요합니다. 어떤 혐의를 받을 수 있는지 이해해야 법적 대처를 할 수 있죠.”

  염건웅 교수는 피해를 봤을 때 증거 수집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모든 증거 자료를 녹음하거나 캡처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속하게 확보해야 합니다.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에 고소할 때 증거를 활용해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해요.”

  올바른 온라인 문화가 조성되기 위해 전문가들은 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논했다. 최성진 교수는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고소 같은 법적제재도 필요하지만 정서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존재합니다. 사회적으로 개인끼리 타협하고 조정할 수 있는 순기능적 요소가 있어야 해요. 서로 이해하는 문화를 만들고 조화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죠.”

  그럼에도 이원상 교수는 「형법」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 시민적인 가치를 가지고 표현을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은 현실보다 표현을 거칠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현재 사이버 공간에서 표현의 수위는 이미 어느 정도 한계를 넘어섰어요. 결국 「형법」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어느 순간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다른 사람을 쉽게 깎아내리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명예훼손이 인정되더라도 모든 것을 처벌하기에 여전히 한계가 많다. 가해자의 무한한 폭력의 자유가 용인될 수 있는 온라인 환경에서 고통받는 사람이 없도록 형벌 기준을 강화하고, 건전한 인터넷 사용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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