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려진 판단 의식 
알기 어려운 진범 
 
여전히 낮은 처벌 
제도적 변화 필요해 

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를 겪는다. 범죄 수법이 전형적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범죄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범죄를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가 증가하는 가운데 범죄 발생의 근본적 원인으로 시선을 돌렸다. 

  왜 우리는 속을까?
  보이스피싱 범죄는 여러 전기통신 수단을 통해 이용자의 개인정보나 금융정보를 빼내 재산을 갈취한다. 피싱 사기는 전화뿐만 아니라 문자나 메신저, 인터넷 사이트 등 다양한 수단으로 이뤄지고 있다. 

  범죄자들은 고금리 대출, 고액 아르바이트 등 각기 다른 수법으로 피해자를 현혹한다. 임명호 교수(단국대 심리치료학과)는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피해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해 범행을 저지른다고 언급했다. “보이스피싱을 하기 전 합리적인 판단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선행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고립과 소통의 단절인데요. 이후에 반복적인 강요와 촉박하고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곤 하죠. 가족이 위기에 처한 듯 상황을 연출해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겁니다.” 

  검찰 보이스피싱 범죄 전담 수사관 A씨는 범죄자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범행을 저지르기도 한다고 시사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 중에는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어릴 때부터 가정환경이 불우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범죄에 가담해도 현실적으로 검거하기 어려우니까 잡히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범죄를 저지른다고도 볼 수 있죠.” 

  ‘종합예술’이라고 불리는 범죄
  보이스피싱 범죄를 수사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는 남아 있다. 일반 사기 범죄와 달리 해당 범죄 대부분은 전문적인 ‘점조직’ 형태로 이뤄진다.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수거하는 수거책과 관리·감독하는 총책의 구조다. 해당 범죄에는 콜센터, 자금 세탁, 수거책, 대포 통장 및 번호 변장 등 팀별 역할이 존재한다. 

  검찰 수사관 A씨는 수거책을 잡아도 상부 조직을 붙잡기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특정 집단을 체포해도 해당 집단과 거래한 상위 조직을 추적해야 하는데 집단별로도 가명이나 아이디를 사용해 서로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수사가 다소 어렵죠.” 

  더불어 총책을 잡기 위해 수사를 벌여도 검거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경찰 관계자 B씨는 현실적으로 해외에 있는 총책을 검거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설명했다. “수사기관에 보이스피싱으로 검거되는 이들 대부분은 현금을 수거하거나 계좌대여에 이용된 사람입니다. 총책을 검거해야 하지만 본거지를 해외에 두는 경우가 많아요.” 이승우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는 해외에 국내 사법권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문제를 덧붙였다. “국내 「형사소송법」과 수사권, 사법권은 국경을 넘어가면 사실상 효력이 없습니다. 국제 공조를 요청해도 최소한 범죄자의 인정사항이 특정돼야 하지만 보이스피싱은 범죄자의 인적 사항을 전혀 알 수 없죠. 주범인 성명불상자들을 국외에서 체포하거나 구속해 국내 송환을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이에요.” 

  수사 인력 부족과 같은 현실적인 장애물도 있었다. 검찰 수사관 A씨는 복합적인 보이스피싱을 수사하는 인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을 설명했다. “보이스피싱은 계좌 및 통신 추적, 가상화폐 유통 및 해킹 수사 등 다양한 수사기법을 활용해야 합니다. 연관된 사람들의 진술을 받아내는 등 종합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수사예요. 일선 경찰서에선 CCTV 확인 후 일정 기간 동안 추적이 되지 않으면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피해 보상에도 허점 있어
  보이스피싱 범죄는 형법상의 사기죄를 적용해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형태로 이뤄져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피해자들의 아픔은 커진다. 현행법상 보이스피싱에 가담해 사기죄 혐의를 받게 되면 중형에 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형법」 제347조에 따르면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기임을 몰랐거나 적극적 가담이 아니더라도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검찰 수사관 A씨는 일반적으로 보이스피싱 범죄가 중형으로 선고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언급했다. “사기죄 최고 형량은 10년입니다. 피해자가 2명 이상이면 15년까지도 가능하죠. 하지만 대체로 검찰 구형의 절반 정도 형량이 집행되는 것 같습니다. 총책을 검거해도 피해액 모두를 수량적으로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보이스피싱의 경우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구제를 받을 수 있지만 허점은 존재했다. 경찰 관계자 B씨는 해당 법률이 실효적 구제 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보이스피싱 사건은 피해금이 완전히 범인들의 수중에 들어가기 전까지 피해자의 기망상태가 유지됩니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고 신고했을 땐 이미 피해계좌에 돈이 빠져나간 다음이기 때문에 실효적 구제 수단이 되지 못하는 거죠.” 

  유혹을 차단하려면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제도적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승우 변호사는 다양한 수사기법과 관련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법적으로 함정수사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범죄를 적발하기 위해 함정수사를 도입하거나 범죄 신고 포상금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검찰 수사관 A씨는 처벌 기준 강화와 유관기관 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보이스피싱 형량 기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금융감독원이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도개선이 필요해요. 예를 들면 지급정지 절차나 ‘유령 법인’ 설립 방지, 쉬운 비대면 계좌 개설 절차 등에 관한 제도적 검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다. 사실상 패턴이 전형적임에도 실제로 범죄 피해를 보는 이유에는 심리적 요인, 사회적 취약성과 진화된 범죄 수법 등이 복합적인 원인이 존재했다. 범죄가 조직 형태로 이뤄져 명확한 책임 소지를 밝히기 힘들다는 점이 피해가 끝없이 양산되는 원인 중 하나다. 피해자의 절박함과 뒤바꾼 범죄의 뿌리를 뽑아내기 위해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명확히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도록 각별한 법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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