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지구자판기
사진제공 지구자판기

달력 곳곳에 적혀있는 기념일들. 그 조그마한 글자가 달력에 남기까지 수많은 역사가 있었는데요. 이번 학기 사회부에서는 무심히 지나쳤던 기념일을 통해 사회를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이번주는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이해 기후위기에 맞서 행동하고 있는 '지구자판기'팀과 '파워블로거'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들이 직접 중앙인이 다니는 길을 걸어다니며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줍깅(줍다+조깅)' 체험도 해봤는데요. 다 같이 달력으로 사회를 넘겨보겠습니다. 글·사진 김예령 기자 kduaud@cauon.net

  -지구자판기를 소개해주세요.
  “지구자판기는 리필 스테이션을 무인 자동 판매기화 하는 스타트업이에요. 리필 스테이션은 샴푸나 세제의 내용물을 개인 용기에 담아갈 수 있는 곳인데, 현재 한국에는 매장이 많지 않고 영업시간도 짧아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리필 스테이션을 무인화해 리필 문화를 확산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어떤 문제의식을 느끼고 시작하셨나요.
  “거북이 코에 빨대가 꽂힌 사진을 보고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어요. 플라스틱 용기를 깨끗이 씻어서 배출하면 재활용이 된다고 많이들 생각하시는데, 사실 90% 이상이 재활용되지 않아요. 펌프 내 스프링, 플라스틱에 섞인 색깔, 스티커처럼 끈끈한 라벨 등 재활용이 불가능한 이유는 다양해요. 2050년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있는 만큼 모두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 사업을 시작했어요.”

  -리필 스테이션은 어떻게 운영하셨나요.
  “지난해 9월 중앙대에서 첫 부스를 운영했어요. 초록색 전지를 붙인 큰 박스에 저희 팀원이 들어가 기계인 척하며 고객에게 샴푸랑 세제 내용물을 나눠줬죠. 직접 줍고 깨끗이 씻은 공병을 드린 뒤 거기에 담아갈 수 있도록 했답니다. 2~300개를 소진하고 나서는 고객이 용기를 직접 가져와서 리필하기도 했고, 다른 분들 쓰라고 기부도 하셨어요. 두 번째로 진행한 리필 스테이션은 직접 사람이 들어가진 않았고, 토크 넌센스(중앙대 정문 앞 카페) 앞에 설치했어요.”

  -리필 스테이션이 점점 발전하는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리필 스테이션의 형태는 사람이 직접 들어가거나 사람의 관리가 필요한 부실한 자판기였죠. 그런데 6월에는 완전한 기계 형태로 제작돼 나와요. 그 기계를 중앙대 근처나 동작구 내에 설치할 계획이고, 매출이 발생하면 인근을 중심으로 확장할 생각입니다.”

  -리필 스테이션 말고 다른 프로젝트도 있나요.
  “‘용기내 챌린지’랑 ‘플로깅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용기내 챌린지는 카페나 시장 등을 이용할 때 환경보호에 동참한 사진을 저희가 발행한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용기내 필터’로 찍어서 올리면 리필 스테이션 사용권을 무료로 드리는 이벤트예요. 플로깅 이벤트 역시 해당 사진을 지구자판기의 필터를 사용해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동일한 상품을 드릴 계획이에요.”

  -필터가 귀여워서 사람들이 좋아하겠어요. 지구자판기 활동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요.
  “지구자판기를 통해 환경에 관심이 생겼다고 연락해주신 분들이 계셨어요. 환경 관련 물품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씀해주셨죠. 또 저희 인터뷰 기사가 중앙일보에 실리면서 다음 뉴스랭킹 실시간 1위도 했어요. 덕분에 국회의원분을 소개받고 그분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이후 정부 지원 사업으로 선정되는 생각지 못한 행운이 찾아왔죠. 출판사랑 책 계약도 해서 곧 출간될 예정이에요.”

  -책 출간까지, 이토록 성공적일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잘 모르겠는데 (웃음), 실행력이 저희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 같아요. 실제로 팀원 중 한 명은 환경에 대한 막연한 책임을 실천으로 옮겨보고 싶다고 생각해 함께 일하게 됐거든요. 지구자판기가 좋은 성과를 내게 된 건 부족하더라도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행으로 옮겨서이지 않을까요? 사실 다른 스타트업과 저희를 비교하면 많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조건 발로 뛰자는 일념 아래 프로젝트를 도전적으로 실행하다 보니 여러 행운을 만나게 됐네요.”

  -열심히 달리고 있는 지구자판기의 결승선은 어디인가요.
  “최종 목표는 누구나 환경보호를 쉽게 할 수 있는 세상이에요. 지금은 환경보호를 하 려면 개인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리필 스테이션을 시작으로 환경 보호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그것이 지구자판기가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바입 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빨대 사용을 지양하는 등 개인의 노력이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환경을 파괴하고 있진 않나 조금이라도 찝찝한 마음이 생기면 그대로 두지 말고 그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요. 그런 작은 관심이 결국 기업이나 국가에 변화를 만들어 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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