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 조남주 외 8인
『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 조남주 외 8인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회사 상사를 만나는 게 반갑기는 쉽지 않습니다. 머쓱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또 만났다면 더더욱 이겠죠. 여기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헤어진 애인을 만나고 싶은 마음과 그렇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둘 다 들고 퀴어퍼레이드에 온 효주는 애인은커녕 같은 회사 디자인 팀장인 레이를 마주칩니다. 집에 갈 거면 어디 가서 시원한 맥주나 하자는 레이의 제안에 그들은 술집에 들어가 감자튀김과 피자를 사이에 두고 앉게 됩니다. 

  내년에 쉰이 되고, 기혼에, 고등학생 딸이 있는 레이는 자신이 효주와 같은 ‘호모 플렉시블’이라 털어놓습니다. 호모 플렉시블이란 양성 모두에게 섹슈얼과 로맨틱 감정을 경험하나 동성에게 더 많은 끌림을 느끼는 사람을 뜻합니다. ‘저 너무 이상하죠’라 묻는 레이에게 효주는 갑자기 웃음이 나왔고 당황했다가 답합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이상하니까 퀴어죠.” 

  이후 레이는 스스로에 대해 깨닫게 된 날을 집 뒤쪽에 있는 조금 더 활기찬 정원을 우연히 알게 된 날이라 비유하며 남편에게 커밍아웃했던 경험을 꺼냅니다. 효주는 온전히 팀장님을 이해하진 못하지만, 자신이 잘못된 존재라는 생각 속에 오래 머무르지 말라는 위로를 건네죠. 

  밤은 깊어가고, 오가는 술잔과 함께 두 사람은 언젠가 누군가에겐 하고 싶었던 말을 계속해서 이어가는데요.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의 단편 중 하나인 『정원사들』(윤이형 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총 9가지의 퀴어 단편선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끌리는 이야기부터 골라보며 책 한 권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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