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를 대표하는 여초학과인 유아교육과. 2010년 유아교육과 신입생 29명 중 남학생은 단 2명에 불과했다. 2011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올해 유아교육과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전형적인‘꽃밭’이었던 유아교육과에 7명의 남학생이 나타난 것이다. 외동아들로 자라 동생을 갖고 싶은 마음에 아기를 좋아하게 됐다는 신입생부터 군대를 다녀온 후 유치원 원장을 꿈꾸며 들어온 예비역까지. 들어오게 된 과정과 목표는 조금씩 달랐지만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면 눈빛이 빛난다는 점만은 같았다. 
 
-모두들 가장 궁금해 할 질문인 것 같다. 왜 유아교육과에 왔나?
 
이상민
원래 아이들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어린이집 봉사활동을 했는데 그때 유치원 선생님처럼 아이들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했다. 당시 일이 버겁기도 했고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하며 힘들기도 했지만 막상 집에 오는 길은 항상 뿌듯했다. 그때부터 유아교육을 배워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이재선
사실 대학 원서를 쓸땐 다양한 학과에 지원했다. 부모님이 추천하신 금융 관련 학과부터 내가 원하던 유교과까지 다양하게 썼다. 그래도 마음속엔 항상 유아교육이 있었다.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것도 좋고 특히 아동교육 정책에 관심이 많았다.
권인호
외동아들로 혼자 자라면서 외로움을 많이 탔다. 부모님께 동생을 만들어달라고 졸라봤지만 이미 너무 시간이 흘러버렸다(웃음). 그래서 조그만 아이들을 보면 다 갖지 못한 동생 같아서 자꾸만 마음이 갔다.
박현준
유치원에서 산타분장을 하고 선물 나눠주는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 아이들이 선물을 받아가며 좋아하는게 너무 귀여우면서도 예쁘다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아이들과 함께하는게 행복하다고 느꼈다.
 
-부모님의 반대도 상당했을텐데
 
김태민
사실 부모님 몰래 지원해서 붙기 전 까지는 반대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웃음) 부산대 경영학과와 동시에 합격했는데 결국 부모님도 나도 중앙대가 좋아서 왔다.
김동민
우리 부모님은 아직도 모르신다. 몰래 지원하고 아직 말씀 못 드렸다. 아직까지도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미친놈소리 들을 텐데 걱정이다.
재선
난 부모님 몰래 지원하지는 않았다. (웃음) 그래도 처음엔 반대를 하셨다. 부모님은 장래를 생각해서 경영학과 같은 상경계열로 가기를 원하셨다. 우선 상경계열로 간다고 말씀 드렸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음이 가지 않더라. 그러던 중 유아교육과 추가합격 소식을 들었고 결국 내가 원하는길을 선택했다.
현준
나는 좀 다르다. 오히려 부모님이 유아교육과를 추천해주셨다. 덕분에 마음 편히 결정 할 수 있었다. 주변에 유아교육 관련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이 많아 결정을 내리는데 남들에 비해 수월했던 것 같다.
 
-용근씨는 군대를 다녀오셨다고 들었다. 진로계획이 남다를 것 같은데.
 
이용근
어느정도의 비전을 갖고 있다. 주위 친구들은 유아교육과라고 하면 ‘너 유치원 선생 할꺼야?’ 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유아교육과를 나와서 꼭 유치원교사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치원 경영에 관심이 많다. 교사부터 시작해서 호봉을 쌓아 원장이 되기에는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아 어렵더라도 유치원 경영을 먼저 시작하고 싶다. 

-다른분들도 유치원 교사 이외에 다른 진로를 생각하고 있나
 
현준
나중에 다른 일을 하더라도 적어도 몇 년간은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싶다. 최종 목표는 앞으로 공부해가면서 차차 정할 예정이다.
상민
나는 면접 볼 때 면접관에게 ‘이 학교의 교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물론 유치원 선생님으로서의 경험도 쌓고 싶지만 궁극적으론 교수나 유아정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아무리 남학생이 7명이나 들어왔다 해도 정원 31명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대학생활이 기대되는 7인방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아교육과 갔다고 하면 친구들의 반응이 어떤지 궁금하다.
 
상민
여자 많다고 다들 좋겠다고 하더라.
인호
처음에 친구들에게 중앙대 붙었다고 하면 부럽다고 한다. 근데 막상 유아교육과에 붙었다고 하면 ‘에?’하는 반응을 보인다. 사실 별로 기분이 좋진 않다. 웃긴건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소개팅 시켜달라는 부탁을 한다.
재선
내 친구들은 나한테 잘보이려고 벌써부터 줄을 서고 있다.
동민
하나같이 미친놈이라고만 한다.
 
-여자동기들은 어떤가?
 
재선
대부분 아이들이 ‘유치원 선생님’하면 어울리는 이미지다. 그런데 너무 시끄럽다. 카톡방에서 전체카톡을 하면 잠깐 쉬면 몇백개씩 쌓여있다.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동민
사실 중앙대에 올 정도면 열심히 공부만 한 범생이가 많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다들 개성이 강해 놀랐다. 
 
-남자 동기가 많아서 든든하겠다. 
 
용근
군대도 동기가 많은 군번이 힘이 세다. 남자들이 많으니까 서로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다행이다. 여자들 사이에서 남자들만의 끈끈한 우정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남자 선배들이 여자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법을 알려주지는 않았나.
 
현준
남자 동기들끼리 싸우지 말라고 하더라. 똘똘 뭉쳐서 여자 많은곳에서 기죽지 말라고도 했다. 남자는 무조건 짐꾼 된다는 말도 덧붙여줬다. 
상민
나는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웃음)
 
남자 유치원교사들이 겪는 가장 큰 고충은 무엇일까. 남자 유치원교사들은 하나같이 사회의 편견을 말한다.  도가니 사건 이후 남자유치원 교사들을 ‘예비 성폭행범’으로 바라보는 듯한 학부모들의 시선은 남자 유치원교사에게 가장 힘든 점이다. 
 
-남자 유치원교사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현준
도가니 사건이 화제가 된 이후 좀 편견이 강해졌다. 여교사가 남자아이를 씻기는 건 괜찮아도 남교사가 여자아이를 씻긴다면 부모님이 꺼려하시더라. 
인호
현직에 계신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자는 힘들다며 반대를 많이 하신다. 하지만 동시에 남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고 말씀하신다. 나는 그 메리트를 살릴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재선
나도 동의한다. 편견도 있지만 한편으론 기대도 할 것 아닌가. 오히려 역으로 내가 아이들에게 ‘남자도 유치원교사를 할 수 있다’라는 걸 보여주는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진민섭 기자 mseob2@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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