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광장에 소박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석조물에 ‘의에 죽고 참에 살자’라는 교훈이 새겨져 있다. 석조물은 새겨진 글귀의 비장함에 비해 왠지 겸연쩍고 움츠러든 기색이다. 한 때는 꽤 당당하게 중앙인의 가슴에 불을 지폈을 글귀이다. 하지만 차마 똑바로 보지 못하고 옆 눈으로 슬쩍 봐도 그 글귀는 나를 민망하게 만든다. 지난주 1면을 장식한 핑크 네온사인으로 말랑해진 ‘100’이라는 숫자와 2면의 ‘100주년-의와 참’ 기사는 백년의 무게를 다르게 비춘다. 중앙인에게 100주
새내기 시절, 청룡상 안에 보물이 들어있고 100주년이 되는 해에 열어볼 예정이라는 얘기를 선배에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2018년에 학교를 다니고 있을 내가 부럽다던 선배는 머지않아 사회로 나갔고, 어느새 내가 같은 처지의 취준생이 되었다. 제1928호에서는 100주년 기념식을 맞이해 중앙대의 역사를 엿보는 한편, 내가 속한 2차 에코붐 세대의 특징과 취업 문제를 다루고 있어 개인적으로 더욱 의미 있었다. 먼저 기념식 Preview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이뤄지는지 구체적으로 소개해 학우들이 행사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방문하도록 이
“너는 왜 기자가 되고 싶니?” 주변사람들이 종종 물어오는 질문이다. 왜 ‘하필’ 기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속으로 프리다 칼로의 말을 떠올린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바뀌고, 움직이고, 회전하고, 떠오르고 사라진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여전히 변해야 하는 것들 투성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목소리에서부터 온다. 재작년 대한민국의 온 거리를 환하게 밝힌 ‘촛불집회’부터 지난해 10월 시작되어 S
중앙대가 10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일 올림픽공원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 “백년대학을 만든 선배들의 위업을 받들어 더 빛나는 중앙대의 미래를 만들겠다.” 미래의 중앙대를 위한 포부와 비전이 올림픽공원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의 주거환경에 대한 권리는 지금 이 순간도 조금씩 비전을 잃어가고 있다. 흑석동에는 청년임대주택사업 반대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6년 동작구청장은 흑석역 앞 빗물펌프장을 이전하면서 ‘청년임대주택’을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서울시 또한 빗물펌프장 이
‘에브리타임(에타)’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인 ‘중앙인’ 청룡광장에는 10월 평균 하루에 약 7개의 글이 올라온 반면 에타의 자유게시판에는 하루에도 수백개의 글이 올라온다. 에타가 많은 학생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 된 것이다. 이를 제대로 이용한다면 정보를 공유하고 유의미한 논의가 이뤄지는 커뮤니티가 부재한 중앙대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학생들이 많이 찾는 만큼 에타는 공식적인 소통 창구의 역할을 수행한다. 학생대표자는 에타에서 공공연
‘역학’이라는 학문이 있다고 합니다. 인간이 겪는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학문인데, 질병의 필연적 이유를 찾아 인간의 건강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학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사회역학’은 무엇일까요. 사회역학은 개인 보건적 요소뿐만 아니라 ‘사회적 환경’ 역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요인과 건강의 상호관계에 주목합니다. 우리를 병들게 하는 것이 비단 개인적인 보건의 요소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사회
우리는 오늘날 깨어있는 시간 내내 네이버, 구글, 유투브 등에 접속하며 살아간다. 당연히 너무나 많고 다양한 정보에 하루 종일 노출된 채 지낸다. 따라서 굳이 시간을 내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그 시간과 관심에 값할 만한 책을 소개하려니 이 글을 준비하고 구상하던 내내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다. 두고두고 지침으로 삼을 만한 좋은 메시지와 주장을 담은 책? 한권으로 새로운 세계의 문을 독자들에게 활짝 열어 보이는 놀라운 책?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길잡이가 될 만한 책? 그저 재미있는 책? 이런 조건들을 모두 만족할
개교 100주년이 다가왔다. 이에 맞춰 오는 10일에는 기념식 및 뉴비전선포식을 치른다. 100주년 기념식이 지금까지의 중앙대를 기념한다면 뉴비전선포식은 앞으로의 중앙대 모습을 보여주는 자리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지금까지 공개된 비전에 대해 ‘중앙대만의 색깔이 없다’, ‘영어 단어의 조합이 억지스럽다’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비전은 그 조직의 미래 방향을 제시해준다. 해당 조직이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하는지 알려주며 구성원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비전이 그 조직과 구성원에
중학교 때 퓰리처상 사진전을 관람한 적이 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지만 북베트남 비밀요원을 즉결처형하는 남베트남군 장군의 사진, 세계무역센터에 여객기가 충돌하는 순간을 담은 사진, 국경이 철조망으로 막힌 상황에서 아이만이라도 건너편으로 건네는 사진 등을 보고 강렬한 충격을 받았죠. 사진전을 보고 나온 후부터 저는 보도사진가가 돼 사진전에서 본 사진처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사진을 찍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 꿈은 계속 이어져 왔고 보도사진가라는 직업을 조금이나마 직접 맛보고 싶어 중대신문에 사진기자로 지원하게 됐죠. 신문사
요새 유행하는 글은 어쩐지 말랑말랑하다. 저마다의 경험을 이야기하지만 어째서인지 톤이 비슷해 활자조차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보는 듯하다. 중대신문 글은 학내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는 충분히 날카로웠지만 지난 호만큼은 아니었다. 지난 호에는 중요한 내용이 충분히 많았으나 우선순위가 뒤바뀌어 아쉬움이 컸다. 엣백에서 “여기에서 일해요”라며 웃던 학생을 기억한다. 엣백, 나로네트웍스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걱정스럽다. 투자자들의 마음도 우려스럽다. 그러나 기사는 평온해 보였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질
중앙대를 입학하고 나서 중대신문을 계속 구독했던 사람으로서 이번 제1927호는 학우들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던 호라고 생각한다. 최근 여러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됐고 중대신문에서 보도가 됐던 학생회비 문제에 대해 보도기획을 통해 관련 회칙을 소개한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 최근 중앙대 커뮤니티에서 많은 학우가 궁금해하던 학생회비의 집행과 공개에 대한 회칙을 자세히 소개해준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점은 조금 아쉽다. 이번 보도기획에서는 해당 전공단위는 어떠한 회칙이 있고 어떻게 하고 있다만
“다음 평가 때 ‘최상’ 등급을 받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기자가 ‘2018 중앙일보 대학평가’ 기사를 맡으면서 학교 평가팀 관계자에게 건넨 질문이었습니다. 이내 우문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배점이 높은 평가지표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야 합니다”라는 뻔한 답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주요 언론사 소위 ‘조중동’은 각자 대학평가를 실행하고 있으며 그 중 중앙일보는 국내 언론 최초의 대학평가라 자부합니다. 대학은 평가 결과에
나는 다문화(多文化, multiculturalism)를 강의한다. 지난 2007년 시작한 이래 지금껏 한 길을 걸어왔으니 그 세월만 해도 10년이다. 덕분에 관계기관의 자문을 맡거나 지자체 등이 주관하는 시민강좌, 각종 다문화 관련 사업의 평가위원으로 참여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 그런 모임들에서는 으레 저명인사들과도 인사를 나누게 되는데, 그들은 내 전공이 ‘한국 근대소설’이란 사실을 알고 대부분 깜짝 놀란다. “그래요?, 아…”라며 말끝을 흐리는 그들의 눈에는 “왜
지난주 역사적인 2박 3일의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마무리됐다. 회담 결과 남북 정상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했고 전 세계는 한반도에 찾아온 평화의 물결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 이번 회담으로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 또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평화의 한반도는 더 이상 손에 잡히지 않는 허상이 아니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능라도 5.1 경기장 연설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중요한 이정표다. 또한 대한민국 대통령 사상 최초로 약 15만
최근에 아주 생생한 악몽을 꿨다. 평소처럼 신문사에서 글을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다.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의 말이 기사에서 왜곡돼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화들짝 놀라 모든 녹취록과 자료를 샅샅이 뒤지다 꿈에서 깨어났다. 보도부에서 두 번째 기사를 쓰던 날 밤이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그 꿈은 한동안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평소에 늘 걱정하던 상황이 꿈에 그대로 나타나서였을까, 심장이 쿵 내려앉는
새 학기의 첫날, 학교 본부는 설명회를 열었다. 모집단위 광역화를 골자로 한 계획안을 발표했다.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 갑니다. 세부적인 부분은 합의할 수 있습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논의 일정을 제시했고 일찍이 선을 그은 채 원래의 구상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몇몇 학생들은 학교 본부를 거슬렀다. 그 ‘기본적인 틀’을 바꾸고자 힘을 모았다. 연서명을 받고 대자보를 적고 피케팅을 했다. 나도 그 중 하나로서 숱한 과정을 함께했다. “그런다고 뭐가 바뀌나요.” 하루
기사를 쓰며 몇 가지 지향점이 있다. 첫번째가‘제목을 흥미롭게 뽑기’다. 기사에서 가장 흥미롭고 사람들이 알고 싶을 만 한 점을 골라 제목에 넣자는 의미다. 두번째가 ‘소비자가 이미 아는 내용을 구태여 쓰지않는 것’이다. 낭비를 피하기 위해서다. 5면 기사의 제목인 ‘대학본부, 만족도 조사에 답하다’는 재미없다. 첫번째 지향점에 어긋난다. 이 기사에서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은‘답변의 내용’이다. 당연히 내용의 핵심이 제목에 들어갔어야 했다. 하지
중대신문 제1926호는 학내보도부터 지역보도, 전학대회, 기획보도, 학술·문화 보도로 풍부한 읽을거리를 제공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지역보도다. 고질적인 아이템 부족에 시달리는 학보사가 새롭게 파고들 수 있는 지점을 제시해줬다. 캠퍼스의 경계 안에만 머물지 않고, 대학이 위치한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고루 들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청년주거문제’라는 명확한 의제를 선정하고, 국가 정책적인 차원에서 시작해 동작구로 좁혀 들어가는 구성이 탄탄했다. 한계도 분명했다. 학내 사안을 다룬
지난 18일, 대전광역시 시민들에게 재난문자가 도착했습니다. ‘금일 17:10분경 대전동물원에서 퓨마 1마리 탈출 보문산 일원 주민 외출 자제 및 퇴근길 주의 바랍니다.’ 대전에 사는 친구에게서 요란스러운 연락을 받았을 때 기자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러나 그때로부터 채 30분도 되지 않아 퓨마는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후 실시간으로 퓨마를 추적하는 과정이 기사로 올라왔습니다. 마취시도 후 도망친 퓨마를 잡지 못했다는 기사를 보며 두 가지 걱정이 들었죠. 하나는 대전 시민의 인명피
이번학기에도 수강신청 관련 불만은 끊이질 않았다. 담당 교수 미배정 문제, 갑작스러운 수강 취소 통보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강의 여석 문제다. 올해도 학생들은 충분한 강의 선택권을 보장 받지 못한 채 학기를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대학본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강의 여석 문제는 강의 매매와 같은 불법적인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학기 특정과목은 학교 커뮤니티인 중앙인에서 100만원에 구매하겠다는 글까지 게재됐다. 특정 학문단위에서는 80명 정원의 전공필수 과목 수업 하나에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