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일어난 기적 같은 일

2016-11-06     중대신문

우리 집에 일어날 기적 같은 일들이 뭐가 있을까? 지인들과 모여서 이런 대화라도 나눌 때면 대개 로또 1등 당첨을 운운한다. 경제적인 척도가 행복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을 만큼 삶이 만만치 않다. 그 여파가 아이들에게도 미쳤을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강연에 가면, 종종 예상 밖의 질문에 놀라기도 한다. “작가님은 돈이 많아요?” 돈이 중요하냐고 반문하면, 해맑은 얼굴로 나에게 조언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돈이 많아야죠. 그래야 좋은 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죠.” 

 
  유은실 작가의 『드림 하우스』는 동화이다. 동화란 장르가 성인 독자의 가슴에 주는 파장은 의외로 클 때가 많다. 동심이란 것이 사라진 게 아니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주변을 의식하며 나 스스로가 감춰놓은 것은 아닐까. 
 
  한때 TV에서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프로그램 제목이 ‘러브하우스’인가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말 그대로 리모델링에 성공한 집에는 가족 간의 사랑이 넘쳐흐를 분위기였다. 유은실 작가의 『드림 하우스』는 딱 그 TV 프로그램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조손가정의 ‘곰’이라는 점이 독특하지만 결국 우리 사회의 이야기이다. 텔레비전을 보는 게 취미인 증조할머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할머니, 가난하지만 품위를 잃고 싶지 않은 주인공 곰, 보람이와 멋진 오토바이를 탈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경찰이 되고 싶은 동생 보루, 그리고 정 많은 이웃인 골짜기 아줌마. 등장하는 곰 하나하나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낡고 오래된 좁은 집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보름달 가슴 곰 가족에게 ‘드림 하우스’ 티비 프로그램은 하나의 기적이나 다름없다. 집을 고쳐가는 과정을 통해 이들 가족에게 벌어지는 사건들은 나와 내 이웃, 오늘날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지독한 생활고에도 품위를 지키며 사는 삶을 원하는 보람이의 모습에서 우리는 가장 인간다운(?) 삶의 가치와 존재여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언젠가 사석에서 만난 유은실 작가가 한 말이 떠오른다. “공동 주방에 밥통이 있고 거기 밥이 있어요. 김치를 먹으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해요…….” 고시원에 사는 글 쓰는 청년들, 그들은 고시원을 ‘밥만 있는 집’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1.5평 고시원 방이 감옥 같다고 말하던 청년들의 모습을 전하던 그녀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다가 울컥할 뻔했다. 
 
  유은실 작가는 늘 그랬듯이 동화라는 장르의 힘이 가지는, 가장 순수한 눈으로 이 험난한 세상을 정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동화라는 장르의 주요 독자층인 어린이들에게도 세상은 만만치 않다고, 그러나 똑바로 세상을 보고 있는 한 힘껏 살자고, 단단한 목소리로 전한다. “드림 하우스 같은 데 선정되지 않아도, 모두가 곰팡이 피지 않은 방에서 잘 수 있는 세상”은 분명,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