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몰라보게 예뻐졌는걸."
"방학동안에 뭘 했길래 깜깜 무소식이냐?"
"선배님, 이제 복학하시는 거예요?"
"정말 반갑다, 임마."

무더웠던 한여름의 햇발이 어느정도 견딜만 해지고 여유롭게 불어오는 신선한
아침바람 앞에서는 시인이 아니더라도 초가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방학내
내 매미소리가 가득했던 캠퍼스 곳곳에서는 반가움의 탄성이 묻어난다.

몰라보게 예뻐진 1학년 여대생, 쑥스럽게 악수를 청하는 4학년 복학생 등 새
로운 모습들로 북적대는 의혈교정은 낯설기보다 푸근함이 앞선다. 그리고 이런
낯익음에 한몫 거드는 루이스가든의 개강과 함께 시작한 술풍경….

특수대학원과 야간강좌가 개설된 까닭에 주경야독의 불빛이 꺼지지 않는 캠
퍼스이지만 루이스가든은 어느새 행락철 유원지를 연상케 한다. 촛불하나 살
짝 켜놓고 조용히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학생들의 모습은 그렇다 치더라도
괴성을 지르고 술기운을 이기지 못해 몸을 못 가누는 학생들이 예년에 비해
점점 늘어가고 있다. 무절제한 학내음주 문제로 번번이 학교당국과 부딪히면
서도 맥주나 소주병을 들고 루이스가든을 찾는 학생이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
면 의혈인의 무절제한 술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듯하다.

하지만 개강의 반가움을 면죄부로 한 학생들의 학내음주 문제를 운운하기에
앞서 지난 1일 `중대신문'에발표한 교무처의 `제2학기 학사진행상의 중점사
항'을 눈여겨 보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그 어느때보다 `면학풍토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교무처이고 보면 `정숙한 강의 분위기'를 위한 보다 적극적
인 차원의 실천이 뒤따를 법한데 말이다.

결국 루이스가든에서 들려오는 목이 터져라 부르는 노래소리와 교내 음침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흑석동 일대의 청소년들에 깜짝깜짝 놀라며 개강을 맞는
다. 엄격한 교무행정의 발표가 있은 직후라, 이번 만큼은 뭔가 다른 학기가
시작되겠지 싶었지만 첫강의부터 휴강이라며 환호하는 학생들의 외침은 허탈감
으로 돌아가게 되고, 잡담하는데 수십분을 허비하게 한 `지각교수님'이 원망스
러울 따름이다. 새로운 학기를 맞아 심기일전(心機一轉)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실망스러움으로 한 학기의 시작을 맞게 되지나 않을는지 조금은 걱정스럽다.

서로가 직분에 충실한 이후에 다른이의 실책을 꼬집어주는 여유가 절실한 때라
고 생각된다. 크게는 우리 사회에서도 작게는 의혈교정에서도.

<최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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